교육·연구

번호 137
제목 "나는 아프다"

2011 10월 21 - 11:04 익명 사용자

상담 셋째 날.



‘램브란트가 말했다. 어둠을 모르면 빛이 나올 수 없는 법. 색채는 빛이니까 어둠에서 빛으로 이행하는 단계가 그 사람 내면에 없다면 색채는 나타나지 않는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읽은 글이다. 요 며칠 깜깜했던 마음에 위로가 된다.



약속했던 대로 식당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한 분이 말씀하신다. “선생님, 한 주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그날이 생각나고... 아무래도 우리 상담시간이 고문시간만 같고... 제 말하기도 힘들것 같고...” 나도, 최현정 씨도 당황스럽다. 그리고 묵묵히 밥숟가락을 움직이고 계시는 그분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도 현정씨도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심리치료는 성격상 회기마다 어떠한 일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치료자는 내담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포함해 상담시간 전후로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아니 신경이 곤두 서 있어야 한다.(귀와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과 같은 이런 상황이 오면 나는 아주 열심히 쥐구멍을 찾는다.(치료자 최현정 씨를 절대적으로 믿는 나이기에) 그러나 심리치료사가 이런 상황(위기상황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을 잘 넘긴다면 오히려 내담자와 신뢰관계를, 그리고 내담자 자신에게는 심리적 갈등의 극복을 가져다 준다.



집단상담에 들어가기 전, 최현정 씨는 잠시 그분과 상담을 나눈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점에 유의하고, 어디까지 참여하며, 힘들 때 어떻게 하기로 협의하고 집단상담을 계속 하기로 했다.



상담이 시작됐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자기의 감정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죠. 때로는 자기가 무얼 느끼는지 모르고 그냥 화만 나는 경우도 있구요.” 치료자 최현정 씨가 말한다.

“선생님, 우리 31년 전 사건을 이야기해요. 우리에게는 518 당시의 사건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이 제안하자 식사 때 힘들어 하던 분이 말문을 여신다. “저번 *** 씨가 집에 돌아가면서, 다음 시간에는 형님이 그때 이야기하는 겁니다 해서 일주일 동안 오늘 모임에서 이야기 할 거 생각하며 힘들었습니다. 부동맥이 심해져 병원에 가서 체크해 보니 저번 모임 이후로 심해졌더라구요.”

최현정 씨와 나는 이제야 식사 때 그분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됐다. 다른 한 분이 518 당시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하자고 제안하셨었다는 거다. 상황을 파악한 치료자는 이 상황을 잘 수습했고, 시작할 때 불안하고 힘들어하셨던 선생님은 이제 안전한 공간(우리모임)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됐다.



트라우마는 쉽게 말할 수 없다. 기껏 세 번째 만남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그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무얼 믿고 꺼내놓는단 말인가. 우리 프로그램은 다 해야 10회다. 자신에게 일어난 그 엄청난 이야기를 이미 꺼내 놓으신 분들도 있지만(이분들의 이야기도 사실 연결감있는 스토리텔링이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 모임이 끝날 때까지, 아니 영원히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모임 안에서는 ‘나는 아프다’고 말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니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말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활동가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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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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