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138
제목 5.18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2011 10월 28 - 12:25 익명 사용자

상담 네번째 날



“23일 5.18 구속부상자회에 따르면 구속부상자회 조동기(51) 대회협력실장이 전날 오후 8시 30분께 광주 서구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0월 24일(월) 뉴스기사다. 가슴이 덜컹했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이 각기 다양한 이유로 세상을 떠나지만, 이제 나에게 518 피해자들의 죽음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건 중 하나가 아니다.



다음 날인 화요일. 집단상담 네 번째 모임을 환기시켜드리느라 한분 한분께 전화를 드렸다. “아무래도 저 이번 모임은 참석 못할 거 같아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사건 때 맞은 데가 너무 심하게 아파서 한방병원에 입원하셨단다. 갑자기 몸이 힘들다 하신다. 또 한 분께 전화드렸다. “5월 동지가 세상을 떠서 빈소 지키느라 우리 정신 없어요. 아무래도 저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네요” 다른 한 분께 전화드렸다. “이번 모임 때는 이야기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벌써 힘이 빠진다.



모임 날. 여덟 분 참석자 중 세 분이 빠졌다. 침통한 얼굴로 한 분이 먼저 이야기를 하신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내 자신이 사치스럽고 호강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세상을 떠난 동지가 우리 모임에 참석했었다면 적어도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정보와 혜택이 모든 회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죽은 조동지는 자살과 관련돼서, 아니면 개인적인 가정생활에 대해서 한 번도 말한 적 없어요. 늘 우리 활동에 열정적이었고 주로 그런 이야기만 했죠. 귀 반쪽이 잘렸고, 얼굴 한쪽이 함몰되었는데... 518 이후 5공 세력과 투쟁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 생활고 때문이죠.”

모두가 한 목소리다. “생활고가 문제죠.”



여섯 차례에 걸쳐 보상지급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이 모두 여섯 번을 다 받은 게 아니다. 모두 한 번씩. 그것도 보상금의 계산법은 55세까지. 그런데 이제 이분들은 가장 어려야 50세. 만신창이 된 몸으로 전혀 생업에 뛰어들 수 없는데 도대체 어떡하라고. 믿기 힘들겠지만 518 유공자의 상당수, 아니 우리 모임의 많은 분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오늘 모임은 어수선하다. 그나마 나오신 다섯 명도 집중하지 못하고. 들락날락. 분명 저런 말을 하면 울어야 하는데 절대 울지 않고. 그냥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분위기. 당황스럽고 화나고 울고 싶고... 그런데 가슴이 아프다. 굳은 얼굴을 하지 않고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것이다.



이 분들의 언어를 듣고 있자면 국가, 참 밉다. 누굴 위한 국가인가!



사랑하는 5월 동지라면서, 광주 시민 전체가 국가유공자라면서, 한편으로 내가 진짜 5월 국가유공자가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고, 혹시 우리 안에 가짜 유공자가 없나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누군인가.



518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활동가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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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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