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열단 100주년에야 만든 김원봉 기념사업회…“서훈 안된다면 민간에서라도 기릴 것”

기사입력 2019.11.10. 오후 2:39

1919년 11월 10일,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오늘 의열단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루 전인 1919년 11월 9일, 중국 지린성의 파허문 밖의 농민 집에 조선 청년 13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자정을 넘겨 의열단의 활동지침을 정하고, 약산 김원봉을 단장으로 내세워 의열단을 창단했습니다.

의열단은 조선 총독 이하 고관, 군부 수뇌, 친일파 거두 등 '마땅히 죽여야 할 일곱 대상(7가살)'과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각 경찰서 등 '다섯 가지 파괴 대상(5파괴)'을 정했습니다.

1929년 해단하기까지 10년, 의열단은 크고 작은 34건의 의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유명한 김익상 의사의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부산경찰서와 밀양경찰서, 종로경찰서 투탄 등이 모두 의열단원들이 행한 거사입니다.

약산 김원봉 기념사업회 창립

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하루 앞두고 어제(9일) '의열단 약산 김원봉 장군 기념사업회'가 창립식을 하고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마치 의열단 동지들이 창단 하루 전 9일에 모였듯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독립운동가 대부분은 '기념사업회' 형식의 선양 단체가 있습니다. 학술 대회, 기념행사 등을 열어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알리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의열단과 조선의용대를 이끌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부장과 한국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대표적 무장독립운동가인 김원봉은 여태까지 예외였습니다.

정부 훈장은 물론 이름 석 자를 딴 기념사업회조차 없었습니다. 김원봉이 해방 후 월북해 초기 북한 정권에 참여했기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적 서훈 안 된다고 그냥 있을 것이냐"

기념사업회의 회장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맡았습니다. 이만열 교수는 어제 창립식에서 "김원봉 선생 기념사업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매우 오래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만열 명예교수는 국가보훈처 차원의 독립유공자 심사 일을 오랫동안 했는데, 약산 선생을 비롯해 사회주의 계통의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이 있었다면서,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로 고심을 하다 사회주의계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일조하지 않은 분들께는 서훈하게 됐지만, 관여한 분들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국가적인 서훈을 못 한다면 그냥 참고 있을 것이냐?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 전체가 기릴만한 어른들이 분단 현실 때문에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그 정신을 기리고 업적을 후세에 전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여러 사람이 해왔다"라고 밝혔습니다.

기념사업회 부회장을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경과보고를 하면서 "기념사업회를 만들겠다고 여러 사람과 접촉했는데 하나같이 '기념사업회가 아직도 없었어요?'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홍구 교수는 "약산 기념사업회는 이제 출발"이라면서, "'분단된 나라', 그리고 '헬조선'은 분명히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나라는 아닐 것인데, 그들이 꿈꾼 나라를 이 땅에 만들 때까지 여러분 모두가 의열단"이라며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김원봉 조카 "서훈 크게 개의치 않고 약산 정신 기릴 것"

김원봉의 조카인 김태영 박사는 기념사업회 상임이사로 참여했습니다. 어제 창립식에 앞서 만난 김태영 박사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회가 새롭다"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태영 박사는 "(김원봉 선생은) 오랫동안 잊힌 인물이고, 또 우리 후손들한테는 참으로 어려운 세월이었는데 이렇게 지금 의열단 창단 100주년에 기념사업회를 만들게 됐다"라면서, "많은 분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다면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어떤 나라를 우리가 만들어야 하겠는가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의열단의 정신, 약산의 정신, 그분들의 철학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투쟁을 했는지 발자취를 추적하고 학생들에게 산 교육을 하고 싶다"라며, "지난 100년 친일파들이 어떻게 지내왔으며 그 후예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도 알리고 싶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훈 등으로 올해 김원봉의 행적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다"라면서, "서훈을 하는 건 나라 정체성의 문제니까 서훈을 하면 굉장히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런 문제에 크게 개의치 않고 앞으로 우리 일을 차근차근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영 박사는 마지막으로 "지난 2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실 때 평소 소원이 큰 오빠(김원봉)의 서훈이었고 서명운동도 하셨다"라면서, "어머니께서 창립식을 오지 못하게 돼 가슴 아프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10일) 의열단 100주년 기념식

의열단 창단 100주년인 오늘은 오후 6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립니다. 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 연합이 주관하는 행사인데, 국가보훈처와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의회, 강동구청이 후원합니다.

정부가 행사를 주관하지는 않지만,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해 축사할 예정이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도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열단원의 후손들은 국방부 성악병들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장이었던 김원봉 외에도 여러 독립운동가가 의열단원의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의거로 알려진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감상옥, 나석주 의사 등이 있으며, 단재 신채호 선생도 의열단 선언인 '조선혁명선언'을 써 인연을 맺었습니다. 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의열단원들까지 모두 오늘 기념식의 주인공입니다.

의열단·김원봉 사진 출처: 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참고 문헌: 김삼웅, 《항일의 불꽃-의열단》, 두레, 2019

윤봄이 기자 (springy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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