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사람들> 야스쿠니신사 연작 전시하는 홍성담 (연합뉴스)
2009 8월 26 - 11:46 익명 사용자

해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한ㆍ일간의 뜨거운 이슈다. 매년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일본 정치인들이 그나마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야스쿠니 신사는 '8월의 뜨거운 감자'다.    광복절을 즈음해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인 홍성담(54)이 야스쿠니 신사를 주제로 한 연작들을 견지동의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 평화공간space*peace에서 선보인다. 2004년 학고재 전시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그가 자신의 말마따나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주제'일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인 지인들 때문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인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억압기제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참 묘하구나, 이게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를 궁금해했었죠. 그러다가 야스쿠니 신사를 가보고 나서 알게 됐어요. 여기서부터 그 억압기제가 시작됐구나. 그러니까 이번 작업은 일본 친구들을 위해 시작된 셈이죠" 2006년 그렇게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연작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일본의 주요 신사 60여곳을 방문했으며 야스쿠니 신사는 20여차례나 찾았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은 2007년 야스쿠니 신사가 있는 일본 도쿄에서 전시됐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림들, 더구나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을 비판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일왕 비판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왕을 대놓고 비판하는 그림들도 상당수였지만 일본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제 일본인 친구들은 대부분 시민운동을 하거나 옛날 좌파들이라 당연히 좋다고 하죠(웃음). 지인 외에 기억나는 일본인들도 있었어요. 자신을 '우익'이라고 했던 노부부는 한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추모기관이 아니라 전쟁을 선동하는 기제'라고 말하기도 했죠. 센다이와 교토, 오키나와, 규슈 같은 지방에서도 찾아오는 관객들도 있었어요. 어떤 관객들은 서투른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쓴 종이와 지폐를 넣은 봉투를 두고 가기도 했고요" 그림에는 유독 일왕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야스쿠니 신사가 지닌 역사적 문제의 핵심에는 일왕이 있음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에는 핵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배경 속에 거울(銅鏡)과 칼, 곡옥(曲玉)이라는 이른바 '3종의 신기'를 든 히로히토가 그려져 있다. 일왕가의 보물이라는 3종의 신기는 조잡한 손거울과 문구용 칼, 도자기 파편으로 패러디 된다. 전쟁 와중에도 국민의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신기를 지키는데만 신경을 썼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풍자한 작품이다.
그림에는 또 하나같이 벚꽃이 흩날린다. 작가는 앙상한 손 모양으로 꺾인 검은 줄기에 매달리거나 작품 전체에 흩날리는 벚꽃 꽃잎을 두고 "벚꽃은 원래는 다산과 생명을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군국주의를 거치며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해 집단적 사이코패스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는 신사 앞에 세워진 도리이(鳥居. 신사 입구의 문)와 강제 징용된 사람들, 가미카제 특공대 등 야스쿠니 신사ㆍ군국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들을 담은 그림 14점과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과 용산 참사 등을 담은 신작 '간코쿠 야스쿠니'가 걸렸다.    '야스쿠니의 미망(迷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순회전은 도쿄를 거쳐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으며 서울 전시 후 오키나와와 타이베이, 독일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한편, 작가는 80년대 함께 활동하던 민중미술 화가들이 이제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계속해서 사회적 주제들을 담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리얼리즘 화가로서 모범적 모습을 보이는 게 마지막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전 일상의 사회적 주제들을 끝까지 파고들면서 현장에 있을 겁니다".    14일 시작되는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02-735-5811.    

(사진설명: 위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홍성담,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29','야스쿠니의 미망-2')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