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와 보낸 일주일…“저희는 심장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한겨레 2015-04-10)
2015 5월 11 - 16:46 peace518


[토요판] 르포 

▶ 1975년 종전된 베트남전쟁에 연인원 32만명을 파견한 한국군은 9000명에 이르는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 학살에서 살아난 두 명이 광복 70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방한 중 이들의 일정은 이들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들의 방한 일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사단법인 평화박물관의 갤러리 ‘스페이스99’. 광복 70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개막한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사진전에 초대된 응우옌떤런(64)씨와 응우옌티탄(55)씨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사진전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리셉션이 전날 뜻하지 않게 취소된데다, 자신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헤집어 놓은 전쟁이 한국에선 ‘기념’할 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사진전을 연 이재갑 작가가 이들을 전시장 한쪽 조그만 방으로 안내했다. 한국 이곳저곳의 전쟁 기념탑이 찍힌 사진들이 영사기를 통해 어두운 천장에 투사되고 있었다. 베트남 곳곳에 한국군을 ‘증오’하는 60여개의 증오비가 세워져 있는 것과 달리, 한국 땅 도처엔 100여개의 참전 기념비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에선 베트남 참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과, 베트남이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전쟁 비석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는 이 작가는 전시장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이들에게 “응원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런씨와 탄씨는 주먹을 쥐어 흔들어 보이며 이 작가를 따라 잠시 환한 표정을 지었다. 런씨는 앞서 한국-베트남 시민모임에서 선물한 둥근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를 받을 때 런씨가 “귀한 자리에서 쓰겠다”고 했던 모자다.

이 두 사람과 함께 방한한 베트남 호찌민시 전쟁증적(증거와 흔적)박물관의 후인응옥번(53) 관장은 “우리 박물관에도 아픈 사진들이 걸려 있다. 전쟁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했으니 작가도 아팠을 것이다. 우린 한국 군인들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과할 때 그들의 마음도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인근 조계사 일대를 에워싸고 평화박물관의 사진전 개막을 막아선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등 300여명의 참전군인들을 염두에 둔 말이다. 일제히 군복과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참전군인들은 서너시간 동안 군가를 틀고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들이 양민 학살범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개막 행사는 취소됐고 런씨와 탄씨는 조계사 인근에서 비공개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진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인데, 그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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