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73
제목 빌리 홀리데이의 <이상한 과일>
2008 7월 2 - 17:29 익명 사용자

평화와 음악 3
 

빌리 홀리데이의 <이상한 과일>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1959)는 블루스의 여왕 베시 스미스 이래로 흑인 세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여성 가수였다. 어떤 평전 연구자들에 의하면 홀리데이는 몇 살이라도 젊게 행세하려고 생년을 늦춰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실제는 1912년생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녀는 애잔하고 유현(幽玄)한 성음으로 여성 재즈 보컬의 전형을 확립하였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태어난 프랑스의 위대한 샹송 여가수인 에디뜨 피아프의 명성에 대항하여 미국인들의 국민적 자존심을 지켜준 여성이기도 하였다. 동시대의 또 한 사람의 위대한 흑인여성 재즈 가수인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1918~1996)가 정력적이고 재기발랄한 가수였다면 홀리데이는 깊은 서정성과 애상적 분위기를 가진 가수였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홀리데이를 낳은 그녀의 부모는 경제적 무능력과 도덕적 무책임성으로 어린 딸로 하여금 역시 10대의 어린 나이에 매음굴에 팔려가 심지어 4개월간 교도소 신세를 지게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 철부지 부모의 혈통과 기질 어느 구석에 가공할 음악적 천재성의 유전자가 숨어 있었는지 홀리데이의 대가수로서의 천분은 10대 후반의 나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날 경제적 위기에 내몰려 홀리데이는 할렘(뉴욕의 흑인 거주구역) 133번가의 어느 클럽에 찾아가 자기를 댄서로 써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간단한 오디션 끝에 그녀에게 춤 소질이 전혀 없음이 드러나자 주인은 짜증을 내며 내쫓으려 했는데 그녀를 불쌍히 여긴 피아니스트가 그럼 노래를 불러보라고 청했고 그녀가 "Body and Soul"과 또 한 곡의 노래를 불렀을 때 클럽 안에 있던 몇 사람은 눈물을 줄줄 흘렸고 노래가 끝나자 그들은 그녀에게 돈 세례를 퍼부었다.



구둣가게 점원으로 성공한 바니 조세프슨이란 사람이 1938년에 연주자와 객석 모두에 흑백 인종차별을 두지 않도록 만든 ‘카페 소사이어티’란 나이트클럽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도 이 클럽에 오는 백인들은 흑인들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는 착한 사람들이었고 이러한 클럽 분위기는 홀리데이로 하여금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었다.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부른 그녀의 대표곡이 바로 <이상한 과일 Strange Fruit>이란 노래이다. 루이스 알렌이 쓴 <이상한 과일>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이상한 과일>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리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배어 있고
가지엔 검은 몸뚱어리들이 매달려 미풍에 흔들거리고 있네
포플라 나무에 참 이상한 과일이 매달려 있다네

아름다운 남부의 목가적 풍경 한가운데
툭 불거진 눈과 뒤틀린 입이라니
달콤하고 싱그러운 목련꽃 향기 속에
난데없이 타는 살 냄새가 섞여 들다니

여기 까마귀가 쪼아 대고
빗물이 고여 들며 바람이 핥고 지나가고
햇빛이 썩힌 다음 이윽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상하고도 쓰디쓴 열매가 있다네

< Strange Fruit >

Southern trees bear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Here is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s to drop,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홀리데이가 오연함과 처절함을 다하여 이 곡을 부르면 청중들은 등골 오싹함과 처연함으로 듣다가 뜨겁게 앙코르를 청하곤 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흑인들이 해방된 직후부터 백인들의 흑인 핍박은 본격화되었다. 그 핍박의 대열의 선두에는 흑인들로부터 일자리를 위협받는 가난한 백인들이 서 있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 백인들은 분노와 광기어린 증오심으로 그들이 죽인 흑인들을 나무에 매달아놓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한 과일>의 가사는 다시는 이 땅에 있어서는 안 될 저 비극적 인종 탄압의 현장을 우리 눈앞에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데뷔 초기에는 피어나듯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졌던 혼혈 흑인 여성 홀리데이는 마약과 여러 남자들과의 문란한 성생활로 인하여 급격히 젊음과 아름다움을 상실해갔고 만년에는 맨해턴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밤마다 술을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1959년 7월 17일 어느 병원에서 40대 중반의 아까운 나이로 한 많은 생을 마쳤다.



필자 약력

1954 대구 生

서울대학교 성악과 졸업 및 미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2-2004:대구가톨릭대학교(구 효성여대) 작곡과 음악학전공 전임교수 역임

한국음악학學會 부회장 역임

민족음악협의회/대구민예총 이사

평화박물관 운영위원

 
첨부파일
작성일자 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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