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140
제목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

2011 11월 5 - 11:40 익명 사용자

상담 다섯째 날



상담 첫째 날 이후 연재하다시피 글을 쓰기로 했던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은 특성상 다른 사업에 비해 프로그램의 경과와 성과를, 회원들을 비롯해 박물관에 관심있고 이 프로그램이 궁금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회원들도 잘 알지 못하고, 박물관 홈페이지에 와서 들여다봐도 친절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과 사업내용을 공유하고 우리가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조금은 잘난 척 하는 것도 평화박물관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 대한 예의일 수 있는데, 좋은 일 좀 한다고 과시하는 게 눈꼴사나울까 조심스럽다는 핑계로 담당자인 나는 게으름을 피워왔던 것이다.



518 피해자와 첫 만남을 가진 후 ‘아! 그래. 사업보고를 형식이 아닌 나의 성정을 울렸던 내용들로 전하면 우리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이해시키기도 쉽고, 사업을 진행하는 나의 마음도 그때그때 점검할 수 있어서 좋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예정된 프로그램 열째 날이 되었을 때 어떤 글로 채워질까 스스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상담 다섯째 날인 오늘. 518 단체 간의 갈등이 심하게 표면 위로 올라왔고, 급기야는 한 단체에 소속된 분들이 모임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 때 다쳤던 부위가 심하게 아프시다며 두 분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계획된 구성원에 차질이 생겼는데... 한숨이 나왔다. 그나마 나온 네 분 중 세 분은 프로그램 내내 아무 말씀 하지 않으신다(마음을 열기 힘드시단다.). 딱 한 분만이(이 분은 첫날부터 치료자를 잘 따라와 줬다.) 집중하고 계셨다.



단체 간의 갈등과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아니 단체 안에서도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다른 듯 하다. 벌써 30년이 그렇게 흘렀다.



침묵을 지키고도 굳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 참석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쉬는 시간에 현정 씨와 나를 찾아와서 얼굴인사하고 돌아가신 분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병원에서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 주신 분들. 한분 한분 사랑스럽다.



분명 이분들은 우리를 신뢰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하신다.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을 평가하다보면 훗날 ‘518 트라우마 센터 건립’을 비롯해서 ‘518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나온다. 처음 우리가 정한 목표를 이루지는 못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나마도 하나의 성과로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기 힘든 구조에서 집단상담을 무리하게 진행하느니 치유와 관련된 ‘교육과 워크숍’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복잡한 구조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상담을)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최현정 씨.

너무 감사합니다.





활동가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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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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