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목 <베트남과 한국을 생각하는 시민모임> 첫만남 공지
2012 10월 8 - 12:21 익명 사용자

<베트남과 한국을 생각하는 시민모임> 그 첫 만남을 공지합니다
일시: 2012년 10월 9일(화) 19시
장소: 인사동 사천


시간이 멈춘 중부 베트남에 치유와 화해의 손길을
                                    - <베트남과 한국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에 부쳐


그들이 말하고 우리가 들었습니다.


단 일 주일 만에 공책 세 권이 빼곡하도록 적었습니다. 익숙해 질 만도 한데, 도무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들이 말하고 우리가 들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습니다. 귀를 막고 싶었습니다.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늦은 오후에도 햇볕은 타는 듯 이글거렸습니다. 숨을 데가 없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증오도 아닌, 그들의 냉담한 표정이 더 무서웠습니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에게 사탕을 건넸습니다. 순간, 아이가 말했습니다.
“안 먹어요. 한국 사람이잖아요.”
“먹어, 이젠 괜찮아.”
아이 곁에서 젊은 아빠가 달랬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젓다가 슬금슬금 자리를 떴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냥, 그늘이면 싶었습니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돌아 나오는 길,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는 산골 마을을 더는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봉쇄된 채 21세기를 맞이했습니다. 진실, 치유, 화해. 그들의 사전에 사치스러운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시계는 여전히 그날 그 시각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비석에 적힌 수많은 이름들과 함께.
한 날 한 시 떼 지어 찾아오는 원혼들과 함께.
우리는 어쩌다 왔다 가는 나그네일 뿐, 찢어질 듯 서러운 가슴으로 오늘 또 하루의 노을을 맞이하는 것은 그들입니다.
중부 베트남 거기, 하 미에서. 거기, 퐁 니에서. 거기, 유이 탄에서. 거기, 유이 찐에서. 거기, 유이 선에서. 그리고 거기, 빈 호아에서.....
캄캄한 공동묘지 초라한 비석 앞에서 바라본 밤하늘에 별은 유난히 맑았습니다.


*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 그리고 생존자와 그 가족들은 오늘도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한 번도 가해자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우리가 이제 스스로 그런 사실을 시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객관적인 사실도 훨씬 정교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진실은 하나입니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 어떤 이득을 취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아름다운 화해를 위해 그 하나뿐인 진실과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혜를 모으고, 가해자든 피해자든 여전히 끔찍한 육체적 상처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방도도 모색해야 합니다.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망설일 수는 없습니다.
내일, 어쩌면 하미의 마지막 증언자 할머니가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두 발목이 날아간 채 수십 년을 살아온 그분이 끝내 한을 안은 채 떠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미군한테 당했으면 이렇지는 않았겠지.”
들릴 듯 말 듯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가슴을 할큅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만행으로 유명한 밀라이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숨통이 콱 막혔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자 합니다.
우선순위를 다투는 많은 일들 중에서, 희생자들의 2세, 3세가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장학 사업을 제일 먼저 선택했습니다. 교육이야말로, 힘들지만,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하여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중부 베트남에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새로운 다짐과 힐링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발기인들을 모집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따뜻한 후원을 기다립니다.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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