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제목 아 그런데 정말 선생님께서는 무죄이신데요
작성일자 2018-08-16

아 그런데 정말 선생님께서는 무죄이신데요.

삶에 깊은 변화와 상처를 남기고 마음을 파괴하는 경험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합니다. 평화박물관에는 트라우마에 대해 바르게 생각하고 기억하며, 사람이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데 어떻게 힘을 보탤까 논의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이틀 동안, 모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늦가을 나들이에 다녀왔습니다. 과거 폭압적인 정권으로 침해당했던 일상을 지금껏 다시 일구고 지켜 오셨던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 선생님들께서 계셨기에 더 뜻 깊은 나들이였습니다. 어떤 평화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커다란 배움에 더하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음을 느끼면서 참으로 무한한 지지와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낯설었던 첫 만남 만큼 울퉁불퉁하고 깊은 산길을 거쳐 들어가는 ‘바람과 물 연구소’의 산골 별장에서 이틀을 지냈습니다. 그 곳에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했고, 모든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차도 마시고, 정성들인 밥도 나눠 먹었습니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손을 부여잡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산길을 헤어 나올 때에는 모두들 보다 조용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대화를 나누거나 낮잠을 잤습니다. 들어설 때보다는 차분하게, 우리는 금세 산길을 벗어났습니다.

아쉬움이 더 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려던 시도와 노력이 풍부했던 우리의 산골 별장이 도시 곳곳에서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람이 저지른 과오를 온 몸으로 막아내었던 선생님 한 분이 홀로 숲길을 걸어 나가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너는 무죄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으시다 하셨습니다. 선생님 손을 잡고 “선생님은 무죄이십니다.”하고 말씀드리는데 원통하고 슬퍼 어찌나 눈물이 나던 지요. 선생님께서는 손을 단단하게 쥐어주시더니, 눈물을 쓸어내리시다 가슴을 펴시고 깊은 숨을 내쉬셨습니다. 먼 곳을 바라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곳을 바라보려 애썼는데 같은 곳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단하게 쥐어주신 손에서 무엇을 전해 받았는지, 저는 제 소소한 일상을 조금 더 진실되게 살려고 조금 더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못 그럴 때에는 문득 문득, 산골 별장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조금씩 저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될까 싶습니다. 아 그런데 정말 선생님께서는 정말 무죄이신데요.

최현정 (트라우마힐링사업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