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회원행사로 서울성곽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회원 40여분과 한홍구 선생님과 함께 오신 성공회대 학생들을 합쳐 모두 70여명의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어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바람에 '성곽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만, 별 탈없이 모두가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바쁜 와중에도 저희 평화박물관 식구들을 위해 짬을 내 주신 정기용 대표님께서는 손수 자료까지 준비해주시고, 가는 곳마다 너무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정기용 대표님께 무엇보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번 나들이에는 생후 18개월의 홍승재 아기를 비롯하여 많은 어린이들도 함께 했는데요. 답사시간이 길어져 주린 배를 달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성곽을 내려와 세시가 넘어서야 점심식사를 했는데도 불평 하나 없이 끝까지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많은 회원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좀 더 자주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함께 하신 이비함 님의 감상을 싣습니다.

5월 초, 당장 내야할 발제가 2개가 떨어졌고 나는 노는 날이 무려 8일이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었다..(5월이 가정의 달이라서..?-_-)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성곽기행.



지난 달에 NGO 10기가 모여서 가기로 했는데, 마침 또 그 날 참석하지 못했던 터라 공지 보자마자 가야겠다고 맘은 진작 먹었었다. 더군다나 경복궁을 뒤에서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정보까지 얻었고, 분명 이 기회 아니면 향후 5년 내에 혼자 갈 리는 절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ㅋ



거기다가 직접 설계까지 하셨다는 정기용 선생님이 친히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신다는 데 어찌 안가고 배길소냐. 그래서 전날까지 완성도 높은 발제와 언제 또 생길지 모를 기행의 가운데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결국 당일 아침 기상 컨디션에 맞추기로 하고 잠이 들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암튼 가기 30분 전에 눈을 뜨고 고양이 세수 후 당장 택시를 잡아타고 성균관대로 날랐다. 일군의 사람들이 배낭메고 삼삼오오 기다리고 서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친 후 정기용 선생님의 성균관대 설명 듣고 출발. 사실 성균관, 하면 매우매우 고리타분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런저런 설명들은 나름 새로웠고 최근 대학원을 다니면서 새삼 역사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던 나에게 그 장소는 조금이나마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매우 민족주의적 관점…?)

 

동숭동을 이리저리 돌고 꺾어 선생님께서 자주 가신다는 길로 올라갔는데, 머리굵어 서울에 온 나는 사실 동숭동 뒷골목(?)이 처음이라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숨차게 쫓아갔다.(선생님의 발걸음은..거의 암행도사 수준이셨다는….-_-)

 

사실 선생님말마따나 성곽 그 자체야 그냥 옛날의 서울을 띠둘러놓은 ‘벽’일 뿐이었지만, 오르기 전 선생님이 말씀하신 ‘걷고 생각하는 우주’인 우리가 그 길을 따라 걷고 그 장소가 지니는 아우라를 보는 것은 공간적 즐거움이었다. 어쨌거나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예전에 이름붙여진,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고 만들어낸 길을 느끼는 방법이지 않나 싶다.



한 70여분 정도가 같이 다니니 최대한 선생님께 바짝 붙어서 조금이라도 상상력을 늘여보고자 했는데, 글쎄, 그러기엔 본인의 깜냥이 너무 적은 것이 탈이었다고나 할까. 역시 늙어 죽을 때까지 해야하는 것이 공부다. 특히 학교 밖에서.ㅋㅋ(이러면서 예전의 나를 합리화….; 이것이 내가 콤플렉스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방식~!!)

 

아무튼 ‘이 산이 아닌개벼’를 연발하며 여러 봉우리들을 섭렵하면서 서울을 반대방향에서 바라보는 일은, 호오.. 이렇게 숲이 많았나 하는 경관 감탄과 더불어 예전에 만들고 가꾸고자 했던 서울은 지금의 그것과는 다르구나 싶었다. 이 쯤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께 박수 한 번 쳐드리고.(좋은 건 나누고자 하는 것도 인간의 본능에 속할진대, 이런 상식 아닌 상식이 불모한 이 시점에서 안칠 수 없다).

나누고 싶은 것이 역시 너무나 많으셨던 정기용 선생님의 열정으로 인해 낙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센스있게 책을 선물로 준비해오신 선생님이 퀴즈를 내시는 것이 아닌가. 흠.. 분명 그 문제일거야, 라고 속으로 이미 생각하고 있었고, 당근 책을 읽진 않아도 가져야 되는 나로서는 분명 그림과 사진이 많아 비쌀 선생님의 책을(안그래도 기념으로라도 살 터였는데) 놓칠 수 없는 기회~! 하하. 역시.. 책은 나의 손에 들어오고야 말았고, 그것이 내가 지금 이렇게 허접한 ‘답사기’를 쓴 이유다.

생각해보면 물리학자들은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들인가. 이렇게 비루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걷고 생각하는 우주’라는 이름을 붙여주다니. 심지어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수 있겠다.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다시 돌아가는 것 뿐이니까. 다만 살아가는 동안 홍세화 선생이 말했듯이 ‘존재에 미학을 부여할’ 일이다.



덧붙임: 한홍구 선생님께 한 말씀드렸다. “선생님 수업은 몸으로 뛰는 일이 왜 이리 많을까요?”ㅋㅋ 결국 그날 맥주 왕 걸치고 촛불집회까지 참여했으니까.

* 글을 써 주신 이비함 님은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계십니다. 이 글은 멀리 스웨덴의 출장지에서 보내주셨답니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모든 사진은 주진우 기획실장께서 찍어 주셨습니다. 앞서 달리는 아들, 현호 잡으랴 사진 찍으랴 고생하신 주실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