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제목 기적같은 일 '보통이름 숙자'
작성일자 2018-08-17


기적같은 일 '보통이름 숙자'







SPACE99에서 2014년 10월 23일부터 11월 19일까지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을 조명한 '보통이름 숙자'전이 열렸습니다. 평택 안정리를 거처로 살아온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시각매체를 통해 여성의 '몸'과 국과권력의 관계를 묻고자 했습니다.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을 후원하는 평택의 햇살사회복지회의 소식지인 햇살 이야기 13호에, "보통이름 숙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소식지 표지에는, "숙자들의 눈물어린 꿈...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던 숙자. 아이를 낳고 싶었던 숙자.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숙자들의 꿈이 찾아오다" 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사진전에 걸려있던 웨딩드레스를 입으신 할머니, 발레리나복을 입으신 할머니, 그리고 아이를 안고 계신 할머니 사진이 떠올라 웬지 마음이 뭉클합니다.

아래 글은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기적 같은 일_‘보통이름 숙자’

-정다혜(클로버스 자원봉사자)-

 

지난 10월 30일 저는 아주 특별한 곳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바로 ‘보통이름 숙자’ 사진전이 진행 중인 스페이스99였습니다. 이 날은 특히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해 일하거나, 연구하거나, 혹은 저처럼 기지촌 할머니들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숙자토크’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이미 서해성 대표께서 기지촌 이야기를 영화와 음악으로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전해주어서 장내의 분위기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와 음악 뿐 아니라, 여러 자료와 사진을 통해서 기지촌을 여러 관점에서 설명해 주어서 좀 더 입체적으로 기지촌의 역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숙자토크의 하이라이트는 라운드 테이블 시간이었습니다. 기지촌 여성을 위해서 오랫동안 일하시고, 연구하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지촌 할머니 한 분이 “미국에서조차 기지촌 여성에 관한 사진전은 음침해서 나를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장면들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사진전은 자연스럽고 밝아서 좋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나영 교수의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하신 말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처음 햇살사회복지회를 방문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기지촌 편’을 보면서 많이 울고 화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적 상황과 기지촌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가 컸고, 많은 자료를 접하면서 많은 두려움이 저의 마음을 지배했습니다. ‘햇살’의 할머니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기지촌 여성’이 아닌 보통의 할머니들로 한분 한분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역사의 피해자이기 전에, 꽃팔찌를 받고 좋아하시는 소녀같고, 예쁘시다고 칭찬해드리면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시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성이십니다. 그런 할머니들의 삶을 연민하거나,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진정 할머니들께서 우리에게 마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할머니들께서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계신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더 이상 기지촌 할머니들이 숨어 지내시지 않도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분야에서 할머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할머니들의 세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감사한 일은 기지촌 할머니들의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연구자들, 예술가들,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연대활동들이 할머니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셨고, 결과적으로 ‘보통이름 숙자’ 사진전을 가능케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숙자토크’에 참석했던 분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기적을 자주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신 할머니들을 응원합니다. 그 길에 평화박물관도 함께합니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평화박물관

peacemuseum@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