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136
제목 “518 이후 광주 이곳저곳을 얼마나 헤매다녔는지 몰라요”

2011 10월 14 - 18:10 익명 사용자

상담 둘째 날



광주, 유난히 더웠다. 분명 아침 출발할 때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는데. 기차 플래폼에서도, 난방을 틀었다고 하는데 기차 안에서도 한기가 들었었다.

햇볕이 쨍쨍한 광주 하늘.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눈부신 허공(도시라고하기엔 횅한 거리다.)을 바라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진다. 한라산에는 지금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데, 가을 하늘이 이렇게 눈부신지 몰랐다.



12시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자리를 옮겨 집단상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은 몇 분이 나오시려나. 출발 전날 확인차 모임시간과 장소를 상기시켜드리려 참가자들께 전화드렸었는데 한 분은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히 알죠” 하셨었다. 오늘의 참가자는 남자 여섯 분, 여자 한 분이다.



돌아가며 지금 이순간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말하기로 했다. 내 차례가 왔다. “저번에 울어서 좀 챙피했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괜찮고 편안하지만 설렘과 흥분 때문인지 불안하기도 해요” 한 분께서 말씀하셨다. “첫날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울고 싶었거든요. 초면이라 남자라 참았어요. 그날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우리 대신 울어주셨구나. 정직하고 순수하게, 처음 보는 자리에서 용기있는 모습 보여주셨어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난 그냥 마음가는대로 했을 뿐인데...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골목길을 어떤 여성이 도망가는 거에요. 그리고 그 뒤를 군인들이 후다닥 쫓아가길래 ‘무슨 민방위 훈련을 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군인이 그 여자를 군홧발로 짓밟고 차는 거에요. 퍽! 하는 소리가 났어요. 머리인지 배인지가 터진 것 같았어요.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와 온 몸을 갈귀기 시작했어요. 군인인 거에요. ‘아 훈련이 아니구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머리가 찢어졌는지 피로 몸이 뜨듯해지고 팔이 부러졌는지 가눌 수가 없었어요. 무릎이며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나중에 보니 허리뼈가 이만큼 배쪽으로 들어갔다는 거에요. 만신창이 되어 의식을 잃었는데 어느 순간 대학생들이 나를 양 옆에 끼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도착한 곳이 병원이었는데 그 곳에는 두 형제가 머리가 홀랑 벗겨진 채 실려와 있는 거에요. 이후 저는 그 두 형제랑, 처음 봤던 그 여자를 찾아 얼마나 헤매다녔는지 몰라요.”

그냥 살았는지 궁금해서였을 뿐이라는데... 518 이후 몇 년을 광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찾아 헤맨 이유가 그 세 사람의 생사만 궁금해서는 아니었으리라. 그렇다면 그분은 무엇을 그토록 찾아다닌 걸까.



울지 않으려 애써 참으시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계셨다. 듣고 있던 나는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 콧물 흘리느라 정신이 없다. 분명 내 몸의 현상이지만 나의 것은 아니었다. 당신이 속 시원히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쏟아내셨다면 그래도 좀 내가 나았을 텐데.



우리 모임의 참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인지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러나 모임 안에서 훈련이 되고, 생활에서 적용하게 된다면 적어도 정신과에서 주는 약과 술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온전한 ‘나’를 경험하게 되면서 차츰 삶의 즐거움도 느낄 그분들의 맑은 영혼을.



활동가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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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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