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173
제목 비폭력 트레이닝의 도구들

2013 1월 29 - 16:33 익명 사용자

비폭력 트레이닝의 도구들



조은 (평화박물관 활동가)



수 십여 명의 평화단체 활동가들은 평화박물관 교육장에서 2012년 5월부터 매달 한 번씩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모임은 한국의 기존운동에 비폭력적인 운동의 방식을 촉진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준비모임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비폭력 직접행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국내외 비폭력 운동 사례를 공부하는 과정을 거쳤고, 마무리 과정으로 2012년 10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강화도 국회연수원에서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비폭력은 권력관계 및 사회구조 변화를 위한 욕구, 모든 인간 및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 심지어 삶의 철학, 사회적 행동의 이론 등 보다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준비모임>과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에서 논의하고 연습한 다양한 비폭력 트레이닝 툴(tool)들은 우리사회의 운동방식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개선해 나아가는 데 유효한 것입니다. 다음의 글들은 비폭력 트레이닝 모임에서 배운 툴에 대한 소개입니다.





① 십자모양 스펙트럼



목적 :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한 툴이다. 비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들을 드러내고,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제안이 있을 때 이를 시험 또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방법 : 테이프로 바닥에 커다란 십자모양(+)의 선을 그어 사람들이 그 위에 늘어설 수 있도록 한다. 한 수평선의 양 끝에는 '비폭력'과 '폭력'을 적어놓고, 다른 수직선의 양 끝에는 '효과적', '비효과적'을 적어 놓는다. 사람들에게 하나의 행동 시나리오를 말해주고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위치를 잡으라고 말한다.

촉진자(트레이너)는 몇몇 사람들에게 왜 거기에 서있는지를 물어본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자신의 생각이 바뀌면 “위치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만약 이 활동의 목표가 특정 상황에서 새롭고 효과적인 비폭력행동을 개발하는 데 있다면, 촉진자와 참가자들은 효과적이며 비폭력적인 위치 쪽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참가자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비폭력적인 행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논의하고 확인하면 그 목록을 적어둔다.

만약 이 활동의 목표가 비폭력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드러내는 데에 있다면 다양한 사례들을 가지고 스펙트럼을 진행하면 된다. 참여자들이 효과적인 비폭력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한다.

<스펙트럼 질문 예시 : ① 폭력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②단식투쟁은 일종의 폭력이다. ③여성만 참여 가능한 운동은 일종의 비폭력이다. ④시위에서 경찰에게 고함치는 것은 비폭력이다.>

활동 목표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참여자들이 여러 사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목표가 만족할 만한 비폭력행동계획을 세우는 것에 있다면 시간은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로 길어질 것이다. 이 활동은 브레인스토밍과 함께 진행하기에도 적절한 활동이다.

 





② 평행선 역할극



목적 : 언쟁이나 갈등의 상황에서 비폭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을 해본다. 갈등의 상황에서 양쪽의 역할을 다 맡아보면서 느낌이 어떠한지를 경험해본다. 하나의 갈등상황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다 경험해볼 수 있고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의 입장으로 상황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준다. 이 활동은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비폭력 트레이닝의 기초적인 연습으로 적합하다.



방법 : 참가자들을 ‘A그룹’, ‘B그룹’, ‘관찰자그룹’ 총 세 그룹으로 나눈다. A그룹과 B그룹의 참가자들은 두 줄로 서로를 마주보고 서도록 한다. 관찰자 그룹을 마주보고 있는 A그룹 참가자와 B그룹 참가자 옆에서 그들을 지켜볼 수 있게 배치한다. 마주보고 있는 A그룹 참가자 1인과 B그룹 참가자 1인, 그들을 지켜보는 관찰자 그룹 1인이 한 세트다. 관찰자를 제외한 각 그룹은 하나의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리고 자기 앞에 서있는 (다른 그룹의) 파트너와만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갈등 상황을 설명하고 각자가 맡을 역할을 설명한 다음 누가 먼저 시작을 할지 정한다. 각자가 맡을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약간의 침묵 시간을 가진 뒤 시작을 한다. 이때 관찰자는 대화에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만 본다. A그룹과 B그룹의 참가자도 관찰자를 의식하지 않고 서로간만 대화한다. 갈등 상황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1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3-4분 이상이 넘어가진 않도록 한다.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중지'를 외치고 정리 시간을 갖는다. 정리를 하는 질문들에는 대화 양상이 어떠했는지, 각자 어떻게 느꼈는지, 그 갈등 상황을 다루거나 해결하는 데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몸 동작(body language)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꼈는지, 역할 놀이 때 자신이 했었더라면 좋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등이 있다. 관찰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역할극을 관찰하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물어본다.

서로의 역할을 바꿔서 다시 이 역할 놀이를 진행하되 이번에는 한 쪽 편 줄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씩 움직여서 모두가 새로운 파트너와 활동을 하도록 한다.



<평행선 역할극의 사례들>

■ 비폭력 행동에 참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 / 이 사람이 비폭력 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변의 친한 사람

■ 무기나 정부의 시설을 봉쇄하고 있는 시위 참여자 / 이에 화가 난 그 시설의 노동자

■ 데모 참여자 / 그 데모에 반대하는 혹은 그 데모에 화가 난 지나가던 행인

■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시위참여자 /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있는 다른 시위참여자

 






③ 어항게임



목적 : 어항게임에서 관찰하는 것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깊은 토론을 유도할 수 있다. 단체 내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검토하고 활동을 평가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방법 : 큰 원 가운데 조그만 원(“물고기”)을 구성하고 몇몇이 둘러앉는다. “물고기”들이 얘기하는 동안 바깥의 원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깥의 사람들이 안쪽의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의 이름이 어항이다. 가운데 몇 사람이 앉을 것인지는 시나리오 혹은 토론의 주제에 따라 다르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한 질문이라도 중간에 끼어들거나 물고기들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깥의 관찰자들이 웃거나 서로 토론하는 것도 물고기들의 진행을 방해하므로 주의한다. 토론을 위해 한 명의 “물고기”가 자신의 얘기를 마치고 바깥 원으로 이동하면 바깥 원 사람 중의 한 명이 그 자리에 들어와 토론을 계속할 수 있다. 토론의 종류에 따라 촉진자는 바깥 원의 사람을 안쪽의 원으로 초청해 다른 접근법을 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게임이 마무리되는 것 같으면 촉진자는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촉진자는 바깥원의 사람들에게 방금 들었던 얘기 중에 중요한 점에 관해 요약해 볼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자원자 한 명이 그 내용을 대자보에 받아 적는다. 촉진자는 바깥 원에 있던 관찰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는 것과 함께 “물고기”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④ 비폭력 가이드라인



1) 비폭력 가이드라인 작성 연습



목적 : 비폭력 운동은 참여자의 토론과 합의가 중요하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가치와 운동방법들을 공유하고 차이점 사이에서 공통의 목적과 방법을 비폭력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나간다. 구체화된 비폭력 가이드라인은 운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방법 : 상황 상상하기 - 여러분의 그룹이 삼성 본사 내부에서 직접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행동의 목표는 이 회사가 전쟁수혜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험 수준과 역할에 관한 행동의 세부사항은 각 그룹이 결정하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낸다. 끝나면 전체 그룹과 이를 공유한다.



2) 실패의 기억들에 비폭력 가이드라인 적용하기



목적 : 앞서 연습한 비폭력 가이드라인을 과거 실패했던 활동의 경험에 대입해 봄으로써 비폭력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확인하고 연습할 수 있다. 시각적 학습 채널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방법 : 자신이 참가했던 과거의 활동경험 가운데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았던 것을 되새김질한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소그룹 안에서 실패의 경험을 공유한 뒤, 깨달은 점을 이야기한다. 소그룹 안에서 나눈 이야기들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었는지, 비폭력 트레이닝이 그 행동 또는 조직화나 협력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해본다.

비폭력 가이드라인은 상황마다 각 그룹에 의해 만들어지고 합의되어야 한다. 다른 행동에서 사용했던 가이드라인을 단순히 베껴서 반복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앞서 연습으로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떠올린다. 이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까? 가이드라인에 수정이나 개선이 필요한가? 가이드라인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기회를 마련하여 그것의 가치와 적용성을 평가한다.

 


나가며



지금까지 비폭력 트레이닝에 대한 몇 가지 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밖에도 직접적인 비폭력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비폭력 트레이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들을 트레이닝 모임과 워크샵에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에서 배운 툴들을 소그룹에서 공동으로 직접 진행해보며 트레이닝 진행의 경험을 전수하기도 했고, 비폭력 트레이닝 툴을 배우기 전에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을 배우고, 트레이닝 과정에서 배운 점을 서로 공유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짝꿍을 정해 지속적으로 ‘버디 타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비폭력 트레이닝에 대한 더 다양하고 자세한 소개는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샵' 이후 만들어진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nonviolencetraining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곧 조직될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가 한국사회에 비폭력 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는데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비폭력 운동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36호에 실린 글입니다

첨부파일
작성일자 2018-08-20
조회수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