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

제목 강같은 평화 Peace Like a River
2011 6월 28 - 16:51 익명 사용자










기획의 글


"준법투쟁"이란 것을 처음 보았을 때 (조금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쟁의보다는 예술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합법적으로' 동시에 휴가를 내고, 정시에 퇴근을 한다. 트럭은 '안전운행 수칙'을 완벽하게 지켜 천천히 기어가고, 기차는 모든 사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선로에 멈춰 선다. 절약정신 투철한 예금주들은 은행에서 1원씩 입금을 반복한다. 이런 퍼포먼스는 법과 제도 앞에 당당히 맞선 영웅의 서사시가 아니라, 극단적 소심함으로 법과 제도를 지분대는 희극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법과 제도의 빈틈을 드러내어 그것들이 아우르지 못한 힘의 존재를 선명하게 확인시킨다. "I would prefer not to"를 반복하는 바틀비의 극단적 수동성이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힘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 행위는 예술적이면서 강하다.


우리는 지금 입법자들이 활극과 망치질로 제도화한 법을 근거로 진행되는 하나의 '합법적' 사업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강을 헤집어 물길을 바꾸니, 물은 썩고 땅은 마르고, 그 주변을 흐르던 문화와 이야기들은 진흙 뻘 속에 묻히고 시멘트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그래도 4대강 사업은 이미 합법적이고, 거침이 없다. 이 전시를 제안했을 때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은 "왜 이제서야?"였다. 현장에서 드러난 두려운 사실들과 그 보다 더 두려운 감추어진 사실들과, 차가운 이론적 반박과 뜨거운 각성의 촉구들을 이미 많은 사람들과 매체들이 전달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미 적지 않은 전시들이 4대강 사업의 처참한 현장을 고발해왔고 또 여전히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의 '시의 부적절함'은 나름의 변명을 넘어 필요를 갖고 있다. 2009년 문인들의 시국선언에서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고 했을 때, 선언에 가담했던 서평가 로쟈가 보태지 못해 아쉬워했던 말이 있다. "문학은 가장 예민한 살갗일뿐더러 가장 질긴 살갗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가장 먼저 상처입지만 가장 늦게까지 아물지 않는다는 것". 이 전시는 예술이 질긴 살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제 와서 예술이, 또 전시가 4대강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움직일 리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예술이 움직일 때다. 준법투쟁에서 법의 빈틈을 재고하게 만드는 것은 극단적 합법성인 것처럼, 모든 모순과 폐단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제도의 질김을 예술은 그 보다 더한 질김으로 고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김은 영웅적 의지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채플린의 그것처럼 웃음 속에 싸늘한 진실을 품은 몸짓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약간의 낙천적 태도를 놓지 않는 작가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중하고 뼈아픈 현장 기록과 고발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지금처럼 되돌리기 힘든 현실 앞에서도 붙들고 있는 낙천주의는 쉬운 일도, 가치 없는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 그런 낙천적 태도는 잔인한 현실의 잔상이다. 고통의 역치가 오를 대로 올라 비어져 나오는 웃음과 평온함은 때로 고통스런 절규보다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폭력을 걷어내면 그 때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때 이른 고민의 징조이다. 억지로 파헤쳐 돌려놓은 물길이 어디로 흘러갈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돌려놓은 물길을 바로잡아, 강이 언젠가는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전시 개요


제목 : 강 같은 평화 Peace Like a River


기획 : 안소현, 서준호


기획 보조 및 디자인 : 신기오


참여작가 : 권오준, 권용주, 김상돈, 김온, 김태권, 노순택, 레나타 수어사이드, 리산, 서평주, Andre Maeno, 오뉴월, 오재우, 이수성, 최호철, 홍철기


전시 기간 : 2011. 7. 1 FRI – 7. 24 SUN (11:00 – 19:00) 월요일 휴관 Monday Closed


웹페이지 : www.peacelikeriver.com




Opening Reception


2011. 7. 1. FRI 17:00 space99  19:00 EMU


(17시 space99에서 오프닝 행사를 시작하여 19시 EMU의 공연 및 사운드 퍼포먼스로 이어집니다)






전시 장소


space 99


서울특별시 종로구 견지동 99-1. 99-1 Gyunji-dong Jonro-gu Seoul. www.space99.net Tel. 02-735-5811

첨부파일
작성일자 201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