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학살된 민간인 유해 발굴…전주시, 황방산서 개토제

기사입력 2019.08.30. 오전 3:05

전북 전주시가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한국전쟁 때 전주교도소(당시 형무소) 등에서 희생된 민간인의 유해를 발굴해 안치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전주시와 전주대학교 박물관은 29일 희생자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황방산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개토제를 거행했다.

황방산 일원은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조사한 전주지역 유해매장 추정지로, 오는 11월까지 산정동 소리재개를 포함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시·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는 유해 감식을 거쳐 희생자가 영면할 수 있도록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유해발굴 과정과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도 펴낼 방침이다.

성홍제 유족회장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히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봉안하는 사업이 진행돼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발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와 전주시에 따르면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군과 경찰은 전주형무소 재소자 1600여명을 좌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학살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은 재소자 등 500여명을 공산주의에 반하는 반동분자로 분류해 사살했다. 당시 학살된 수감자 가운데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류준상·오기열·최윤호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나 이념 등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일 것”이라며 “이번 유해발굴을 통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링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2&aid=0003393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