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도심, 문화공간을 꿈꾸다] ③미술, 도시 브랜드 향상 지름길 (매일신문)
2008 2월 14 - 10:56 익명 사용자

[도심, 문화공간을 꿈꾸다] ③미술, 도시 브랜드 향상 지름길 기초예술 투자로 문화적 자존심·도시브랜드 높인다
   지난 6월 16일 가창창작스튜디오 개관에 이어, 8월 9일 대구시립미술관 착공식과 함께 대구는 명실상부한 ‘미술도시’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동안 대구는 전시공간은 많았지만 4개 미술대학 등에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작가군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장기간 침체한 미술시장에서 팔리는 작품에만 치중하다 보니 실험성 높은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그래서 일정 기간 경제적 부담없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보장해 주는 창작스튜디오나 실험적 작품 전시에 후한 미술관의 존재는 크나큰 위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창작스튜디오는 출신 작가의 작품성이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창작스튜디오 유치 붐까지 일고 있다. 이번 공동기획 취재차 방문한 곳 중에도 영국 게이츠헤드의 볼틱현대미술관, 독일 베를린의 타클레스·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그리고 칼스루에의 ZKM에서는 전문 미술관으로서 재능있는 화가들에게 작품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들 기관은 기초예술 부문에 투자를 함으로써 시민의 문화적 자존심과 도시 브랜드 향상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생활 속 ‘예술공장’ 볼틱 볼틱현대미술관(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의 정체성을 표명하는 슬로건이 바로 ‘Art Factory’, 즉 ‘예술 공장’이다. 지난 2002년 7월, 폐쇄된 제분공장에서 변신해 공개된 볼틱현대미술관은 4개의 전시공간, 가변형 공연장, 작가 스튜디오, 영화상영/강의실, 현대미술 도서관·연구실 등을 구비한 ‘단일 미술관으로서는 가장 큰 전시장’이다. 그 외양만큼이나 볼틱현대미술관의 개성은 독특한 운영방식에서 드러난다. 볼틱현대미술관에는 미술관 기능 중에 작품 소장 부분이 빠져 있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 출고하듯이 현대미술을 생산하고는 전시하고 내보낸다. 그래서 스튜디오 입주 작가는 하나의 전시 기획에 따라 선정돼 3~6개월 동안 거주하면서 전시작품을 완성한다. 바꾸어 보면 입주작가 전시를 위해 미술관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해 ‘너무 소모적이다’는 논란이 많았다거나, 최근 관장 교체 이후의 운영방안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은 미술관 관계자들에게는 눈 앞의 현안일 뿐이다. 볼틱현대미술관 공간은 게이츠헤드나 강 건너 뉴캐슬 주민은 물론 영국 전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무려 2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그러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방문단 안내를 맡은 앤 쿠퍼(Ann Cooper) 미디어 담당의 설명에 따르면 볼틱현대미술관은 “국제적인 예술인과 함께 지역 화랑과 연계해 지역 예술인을 동시에 양성 중이다. 주말에는 가족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청소년은 물론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기획을 통해 남녀노소 구분없이 미술관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도 미술관 전시장 곳곳에서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어렵다는 현대미술과 간극 없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결국엔 미술 대중화와 발전의 기반이 됨은 물론이다. ◆자유로운 예술인촌 타클레스 독일 통일 전까지 동베를린 땅이었던 곳에 위치한 타클레스 예술인촌(Kunsthaus Tacheles). 10월 25일 오전 쌀쌀한 겨울 바람 속에 찾은 허름한 20세기 초엽 건물은 내부로 들어서면서 다른 공간으로 변했다. 바닥에 날리는 종이 조각이며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벽과 천정을 둘러싼 그라피티(graffiti)이다. 타클레스 운영 담당자인 칼레드 케하우 씨도 “누가 이랬는지 모른다. 놀러 온 사람들이 했겠지.”라고 답할 정도로 ‘임자 없는’ 작업이지만 타클레스의 자유로운 성격을 너무나 명약하게 설명해 주는 증거이다. ‘타클레스(Tacheles)’는 고대 유대인 언어로 ‘드러내기’ ‘폭로하기’ ‘분명하게 말하기’를 뜻한다. 현재 30개의 스튜디오가 운영 중이고, 갤러리 2개, 영화 상영장과 연극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위치해 있다. 케하우 씨는 “입주(6개월·연장 가능)한 작가에 따라 스튜디오 형태와 용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100~200명씩 입주하고 있다. 현대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타클레스 큐레이션 그룹이 심사해 선정하는데 흥미 있는 작업을 우선으로 한다. 낡아 빠진 건물에 형성된 작가촌이지만 ‘작가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칠레 등 많은 나라에서 온 작가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방문 중에 만난 콜롬비아 출신의 르네 아귀레는 이곳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었다. 타클레스의 운영은 상당히 느슨하다. 입주작가들은 1㎡당 4유로(약 5천400원)를 전기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내고 있다. 베를린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150~200유로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상징적인 수준’이다. 다른 간섭은 없다. 24시간 개방된 건물은 작가들이 알아서 이용하면 된다. 오후 8시까지는 일반인에게 개방되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 명소’이다. 재정은 각자가 해결한다. 일부 작가들은 이를 위해 자신의 작품이나 사진·엽서 등을 관람객에게 팔고 있었다. 작품은 화랑, 아트상품은 전문상점에서만 파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낯선 모습이었다. 이런 타클레스는 문화·경제적으로 가난한 이 지역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불러와 거리를 쇄신했고 국제 미술계에 베를린의 지위를 높이고 있다. ◆미술 인큐베이터 베타니엔 ‘거주 기간 1년 동안 오로지 작업만 하는데 한 달에 1천200유로(약 160만 원)를 지원하는 곳’. 자신의 작업실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은 젊은 작가들에게는 귀가 솔깃한 이곳이 바로 빌헬름 4세 시절인 1850년 세워진 병원을 개조한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이다. ‘세계 최초의 예술가 스튜디오’인 베타니엔은 다른 전 세계 스튜디오에 영향을 미친 곳으로 단순한 작가 지원소가 아니다. 크리스토프 타너트 국제예술문화교류 책임자는 "베타니엔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국제교류를 지향하고 있다.”며 그 목적은 “국제적인 작가를 베를린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7년 이상 활동한 작가를 엄선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을 시키고 내보내 이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 베타니엔의 명성 또한 저절로 올라간다는 논리이다. 타너트 책임자는 이와 관련 베타니엔을 ‘하나의 실험실’로 비교했다. 그는 “(작가에게) 시간을 투자해 편안한 대화를 유도하고 상호 교통하는 것이 베타니엔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베타니엔의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였다. 타너트 책임자는 “베타니엔에서는 큐레이터가 지식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호소통자, 트레이너, 매니저, 정신과 의사, 상담자, 사회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역할을 바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850여 명의 예술가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고 상상을 초월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보답했다. 이들은 베타니엔이 지향하는 예술 분야의 ‘마스터 클래스’가 됐다. 독특한 건물과 함께 이런 활약에 힘입어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후 2~8시 사이 공간 개방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이 전시관을 돌아본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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