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9-05-21 14:13 수정 : 2019-05-29 08:57

프로그램 단독 공개 주요 내용

국가 2급 비밀 실미도 사형수 군사재판기록

미국 1급 기밀 키신저-주은래 비공개회담

실미도 기간병-유가족 트라우마 분석

7화 - "반쪽의 진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내년이면 실미도 사건은 50주년을 맞게 된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36년이 지나서야 실미도의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2005년 12월 22일.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책임에 대해 입을 열게 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인터뷰) "진실을 찾아나가고 진실에 맞닥뜨린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과거사에 대한 정리가 없이는 화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면 사과도 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해서 해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정부에서 여러 번 시도됐지만 이뤄지지 못했던 과제.

2005년 5월 독립 기구로 설치된 이 위원회는 과거 정권에 의한 인권탄압과 학살에 대한 진실의 첫 신호탄이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실미도 사건을 제2호 안건으로 조사에 나서게 되었다.

이후 공군 제2325부대 209파견대 일명 ‘실미도부대’의 실체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터뷰) "거기에 나온 필체하고,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군인들이 돈 쓴 것 자기들이 사인해서 덮은 것하고 다르잖아요 필적이." "아무래도 국가에서 껄끄러운 자료들이기도 했고, 낱낱이 100% 우리가 문서를 봤다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기간병들은 정말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했다고 봐요. 국가가 트라우마 치료 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해주시면 너무너무 고맙게 생각할 것 같아요. 우리 혈육이고, 우리 어머니가 아들만 기다리다가 돌아가셨는데, 시체라도 찾으면 어머니 옆에다 묻어주고 싶어요." "거기에 주보를 부대에서 만들어놓고 라면하고 계란 삶아서 그거 먹고 살았어요 저 사람들이... 그런데 무슨 착복을 해, 그런 것을 조사도 안해보고 덤탱이를 씌워버리는 조사는 필요 없다는 거지 내 얘기는..."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10부작.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7화 "반쪽의 진실"

[나레이션: 배우 강신일]

영화 실미도에서 684부대 2조장 역을 맡았던 배우 강신일입니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기간병들이 보관하고 있던 부대원들의 사진 한 장. 유가족들은 이를 통해 나의 가족이 실미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우리가 사진도 공개해서 공작원 유가족들은 사진을 공개함으로 해서 식구들을 다 찾게 해줬잖아요. 사진 안 나왔으면 못 찾아요. 어떻게 찾아요."

당시 뉴스 내용 (녹취) "71년 실미도 사건으로 숨진 부대원 20명의 유해 발굴 작업이 오늘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들이 숨진 지 46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진 봉안소에 안치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발굴한 실미도 공작원 20명의 유해와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4명 중 2명의 위패가 봉안소에 안치됐습니다."

과거사위원회는 2005년부터 실미도 사건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에 나서게 됩니다.

경기도 벽제에서 공작원 20명의 유해가 발굴돼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이 유해는 지난 2017년이 까지 한 컨테이너에서 방치돼오다 비로소 군 제7지구 봉안소에 안치됐습니다.

우리는 공작원 사형수 유가족들과 함께 그 곳을 찾았습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그때 진짜 시체를 찾는다는 기대감에 엄청 울었어요. 벽제에서도 몇날 며칠을 자고, 구덩이 속에서 잠을 자고 그렇게 하면서도 결국 못 찾았잖아요."

공작원 20명의 시신을 발굴한 과거사위원회는 사형수 4명의 유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안정애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당시 국방부 진상조사위원회 과장] (인터뷰)"시신 매장도 없이 이들을 처형하고 나서 인도를 안 했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얘기를 안 하시고, 잘 기억이 안난다. 당신이 매장지를 확인해줘야 그 사람들이 인도가 안 돼서 그 유족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도 당신이 마지막 할 일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결정적인 증언을 토대로 2차례의 유해 발굴 시도가 이어졌지만 이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진상조사위는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나레이션]

2007년 12월 6일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당국과 공군은 부대관리 소홀로 인하여 발생한 실미도 사건과 관련되어 희생된 기간병과 공작원, 민간인 그리고 모든 유족과 부상자 등 관련자들에게 진솔한 반성과 적절한 사과 표명을 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실미도 탈출 사건이 명백한 범죄행위로 공작원의 책임을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에는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인권을 장기간 유린한 당시 정보기관과 국방부에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결론들을 기간병과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김태영 한국외대 교수[김순응 교육대장 아들] (인터뷰) "그들(훈련병)만이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고 현역군인들에 대해서 전혀 그 사람들은 인정 안 한 거야. 그건 군부독재에 대한 비하를 시켜야 되잖아. 기간병과 훈련병을 대립관계로 보면 안 된다는 거에요."

이들의 말처럼 실제 과거사위원회는 기간병을 배제한 수사를 했던 것일까요?

취재진이 단독으로 입수한 2005년 9월 30일 열린 국방부 과거사위 워크숍 자료집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레이션]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실미도 사건에 대한 중앙정보부의 개입 정도를 조사한다.

훈련기간 중 벌어진 인권침해 등을 조사한다.

훈련원 생존 가능성 여부를 검토한다.

훈련원 재판과정의 불법성을 조사한다.

훈련원의 미확인 유가족 10명을 확인한다.

사형수 및 사망자 매장지 탐문과 유해 발굴을 시도한다.

그렇다면 과거사위는 왜 이러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던 걸까요?

당시 과거사위에 참여했었던 조사2과장 안정애 씨를 만나봤습니다.

안정애 과장 (인터뷰) "충분히 대우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가해자에 자리에 위치시키기에는 국가가 책임을 방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동의합니다. 그래서 훈련병 못지 않게 기간병들에게도 모두 국가가 일정정도 트라우마 치료를 해주고, 당신들은 가해자가 아니었다는 낙인도 벗겨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위원회 활동으로 실미도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시 조사과정에 많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정애 과장 (인터뷰) "낱낱이 확실하게 100% 문서를 다 봤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서가 일부 유실되거나 폐기됐을 가능성... 위원회도 100% 실미도 관련 국가 문서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2019년 4월 서울의 한 사립대학.

당시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결과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미도 사건 당일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김순응 교육대장의 아들 김태영 씨.

위원회는 당시 1971년 1월부터 8월까지 실미도 부대에 지원된 예산을 김순응 교육대장이 수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사실 중앙정보부에서 지급된 운영비는 공군본부를 저쳐 2325부대장, 공작과장, 209파견대장을 거쳐 교육대장에게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수령한 사람이 교육대장이라는 점으로 그가 부대 운영비를 횡령했다고 결론 짓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수령증의 자필 서명이었습니다.

유가족은 당시 교육대장의 서명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김태영 교수[김순응 교육대장 아들] (인터뷰) "편지를 보면 우리 아버지가 전쟁이 일어날까봐 나하고 우리 누이를 혹시 전쟁이 날지도 모르니까 침투하게 되면 빨리 친정에 가라고 그게 글귀에 다 있어. 거기 나온 필체하고 아버님 돌아가신 다음에 군인들이 다 돈 쓴 거 지네들끼리 싸인해서 덮은 거 하고 다르잖아요 필적이 일단."

생존한 기간병 역시 이 결과는 믿을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겁니다.

부대 운영비가 교육대장에게 전달되기 전 사라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실미도에서 함께 생활했던 기간병들은 한 목소리로 부대 운영 첫 3개월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이나 보리밥 또는 소금물로 연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군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나온게 그때 돈에 대해서 나왔죠. 그것까지 다 지급을 했었어요. 그 다음에 얄짤없이 다 잘라버린 거에요."

때문에 과거사위원회의 당시 결과를 다시 재조사해봐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김순웅 교육 대장 아들 (인터뷰)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이 분들은 국가가 어루만져줘야해. 지금이 2020년이 다 되어가는데 대한민국이 아직도 진보, 보수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거에요."

이준영 사무국장 (인터뷰) "김순응 교육대장 유가족들이 먹고 살일이 없어. 거기에 주보를 부대에서 만들어서 라면하고 계란 삶아서 그거 먹고 살았어 저 사람들이요. 그런데 무슨 착복을 해. 그런 걸 이 사람들이 조사도 안 해보고 덤터기를 씌우는 그런 조사는 필요가 없는 거다 이 말이지 내 얘기는. 그런 억울함이 너무 많다는 거지 우리는...

결국 우리는 정부가 36년 만에 내놓은 보고서가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안정애 과장 (인터뷰) "각각의 개별적인 개인기록들을 목소리들을 기록해두고 후세대가 나중에 실미도 사건을 기억할 때는 살아있던 사람들의 목소리, 현장 이런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기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로 인해 공작원들의 유가족과 기간병들은 커다란 갈등으로 치닫게됩니다.

이준영 사무국장 (인터뷰) "우리 실미도 교관들을 다 죽이고 나왔으니까 그 사람들은 뭡니까 살인자들 아니에요. 이유야 어떻든 간에 법치국가인 법에서는 죽일 순 없는 거잖아요. 그게 적용이 되니까 안 된거에요."

김순응 교육 대장 아들 (인터뷰)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어떤 자식이 어려서 몰랐지만 커가면서 얼마나 유가족들이 괴롭겠어 똑같지 훈련병 돌아가신 거랑, 그 사람들의 진실된 얘기는 나가지 않고 사실 훈련병 가족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지금이라도 진실을 아는 이가 있다면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 바랍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훈련병 유가족) "국가를 위해서 싸웠으니까요 오빠가 얼마나 오빠가 정의로운 거에요. 국가에서 결국 안 보낸 거잖아요. 우리 오빠가 희생자니까 우리 오빠는 유공자가 될 수밖에 없죠." "그분들 돌아가셨는지 안 돌아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살아계신다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는 실미도 사건의 나머지 반쪽의 진실을 찾아야만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아직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실미도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억울함에 과연 역대 정부는 어떻게 응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연출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지금까지 나레이션에 강신일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도 방송문화진흥회의 라디오콘텐츠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 본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감독판을 청취하실수 있습니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기획: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나레이션: 강신일

성우: 홍후백, 하지형, 김용, 박주광, 이다슬

도움주신분들

실미도 기간장병

양동수, 김태수, 안지근, 김정현, 이준영, 김동배, 김양구, 김이태, 성영균, 권오관

공작원 유가족

이향순, 김병희, 임충빈, 임일빈, 백영철

김신조 목사

이찬진 변호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조소영 국방부 서기관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승준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김태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장

신동근 원장(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안정애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

오인환 oih@kfm.co.kr

원문보기: http://www.kfm.co.kr/?r=home&m=blog&blog=news&front=list&uid=9339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