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9-05-21 14:04 수정 : 2019-05-29 08:40

실미도 6부.mp3 프로그램 단독 공개 주요 내용

국가 2급 비밀 실미도 사형수 군사재판기록

미국 1급 기밀 키신저-주은래 비공개회담

실미도 기간병-유가족 트라우마 분석

6화 - "실미도의 트라우마를 말하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영화 내용 설경구-안성기) "당신 임무는 우리를 평양에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내 임무는 국가의 명령을 받들어 684부대를 최강의 정예부대로 만드는 것 이외에도 국가의 부름에 즉각 응답하는 것도 있다. 군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너희와 목숨을 건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20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합니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684북파부대 실미도. 32년을 숨겨온 진실... 이제는 말한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실미도 자체를 세상에 알린 것은 고맙다. 대신 바로 알려주지 않아서 그게 문제다. 하지만 백동호 작가나 강우석 감독에게는 고맙게 생각한다. 탄원서까지 냈어요."

소설에 이어 영화로 만들어진 실미도는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게 됩니다.

하지만 차마 영화를 볼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터뷰) "죽은 사람들도 그렇게 서러운 인생으로 무시당했고, 산 사람들도 무엇인가 해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당한 면이 많이 있어요." "오빠 명예회복을 위해서 해줘야하는데 저희가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 "돈 받으려고 떼 쓰는 사람들, 이러한 형태의 시각들 적당히 하지 이런 시각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또 하나의 낙인이 된다는 거에요." "국가가 이들한테 손을 따뜻하게 내밀고 어루만져주고, 객관적으로 봐야지 어떤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어떤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주요 내용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10부작.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6화 "실미도의 트라우마를 말하다"

나레이션: 강신일

영화 실미도 684부대 제2조장 역을 맡았던 배우 강신일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된 '실미도'는 실제와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요?

실제와 허구, 하지만 그 간 극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또 다른 아픔과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그런데 영화에서 보니까 사형수, 무기수로 묘사되어 왔고 저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저희도 사형수 가족으로 꼬리표가 남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실미도의 관련 자료들이 말해 주듯 실미도에 보내진 청년들은 제각기 방법은 달랐지만 국가의 부름에 응답했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실미도 사건 이후 무참히도 짓밟히고 맙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인터뷰) "영화와 드라마가 현대사를 많이 다루고 또 잘 만들어요. 영화를.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러다보니까 영화에서 일어나는 걸 모두 진짜로 느끼게 되는데, 거기에 나온 대부분의 사건들은 굉장히 과장되고 현실하고는 다른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대중적인 르포랄까, 그러면서 사실에 충실한 그런 것들이 좀 나와 줘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것들은 좀 부족하고 해서, 당사자들의 억울함이 없어야하는 해원 과정을 거쳐야죠."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거동락했던 기간병과 공작원.

하지만 서로가 죽고 죽이는 끔찍한 일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게 그 날의 실미도 사건은 잊기 힘든 악몽과도 같을 겁니다.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인터뷰) "잊지 못하고 산다고 얘기를 했었잖아요. 이들은 잊을 수만 있다면 잊고 싶다가 이들의 소원이에요.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들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저는 사실 군인들도 보상을 받았을 줄 알았어요 몰랐는데, 받아야 마땅하죠 당연히."

기간병과 공작원 모두가 시대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생존해 있는 기간병과 유가족의 현 상황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반세기가 지난 뒤였죠.

실미도 기간병들 일부는 이미 정신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존재했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나는 머리는 아프고, 잠은 안오고 처음에 결혼하고 나서 자다가 이러고 앉아있다는거야. 우리 마누라가 내가 몽유병자인줄 알았대. 트라우마라는 게 뭔지는 몰라, 뭔지는 모르는데 해코지를 한다 어쩐다 하는 생각이 들면 저게 나를 죽일 것 같은데, 내가 죽여야지 이 생각이 먼저 나오는 거야 나는."

우리는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바로 정신적 고통의 실체에 가까이에 가고 싶었던 겁니다.

아니 그들이 이렇게 정말로 힘들었다고... 우리는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기간장병의 정신감정 주요결과

신동근 원장 (인터뷰) "이미 그 과정에 함께 있었잖아요. 그동안 함께 있었던 것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경험이기 때문에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준해서 볼 수 있고요. 저는 그렇게 다 포함해서 이 분들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경기도 수원에서 의료팀과 함께 이들에 대한 정신 감정을 실시했습니다.

과연 실미도 사건은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요?

5개월 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신감정에 대해 반감을 보였던 기간병들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며,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는 그들의 이야기...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그들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들을 움직였던 건 아마 취재진이 아니라 고통 속에 숨져간 전우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습니다.

김양구 실미도전우회 회장 (인터뷰) "그래서 제가 오늘 올라온 것이고(참여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실은 미팅이 되는 것도 안 되는 거에요. 먼저 회의때 손을 안 대기로 했었었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

이미 기간장병 가운데는 정신장애 등급을 판정받은 사람도 여럿 존재했습니다.

실미도 사건의 당일에 대한 트라우마는 물론 실미도에서 근무하면서 발생했던 참혹한 관경들.

부대 해제의 역사의 그날, 조각난 부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바로 기간장병의 몫이었습니다.

▲ 기간장병의 정신의학적 진단내용

신동근 원장 (인터뷰) "군 복무였으니까 그런 줄 알아라 군 복무가 너는 재수없는 군 복무였다. 이렇게 하고 끝나버린 거에요. 그런데 이들은 그 현장에서 오랫동안 있었다는 거죠. 유가족은 그것을 그 뒤에 과정들이 화가 나는 것이고, 현장에서 죽음을 계속 목격하고, 저는 직접적인 경험에 포커싱을 둬야 해서... 그런데 이분들이 갖고 있던 PTSD 증상이 초창기에 검사했으면 엄창나게 컸을 거에요.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약화된 형태인데도 이렇게 세다 저는 그 얘기를 한 것이고..."

우리는 50여 년이 지난 2019년, 기간병이 겪고 있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상태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하고자 합니다.

신동근 원장 (인터뷰) "10명 중에 6명이 그런 증상을 보이고 있고, 4명은 굉장히 중증이에요. 그때의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또는 꿈에 떠오르는 것, 이런 것들을 사건의 침습이라고 하는데 이 증상은 70% 이상에서 보이더라고요."

▲ 공작원 유가족의 정신감정 주요결과

우리는 실미도 사건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4명의 공작원 사형수 가족 과도 만나왔습니다.

그들은 지난 2006년, 국방부 진상조사위원회가 운영되면서 그들 역시 유해발굴에 참여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유해발굴 실패로 인한 충격에 온전하지 못했습니다.

신동근 원장 (인터뷰) "진단적으로는 한 가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것과 또 한 가지는 우울과 관련된 주요 우울장애 계통의 병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통상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하는게 보통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얘기하는데 이 분들은 직접 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대부분 형제인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다 얘기를 듣고 나서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해서 그 뒤에 몰두하고, 삶이 바뀌어 버린거에요 이 유가족들이요."

통상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장애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마치 당사자인 것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는 것일까요?

신동근 원장 (인터뷰)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해서 그 뒤에 계속 몰두하고 삶이 그렇게 바뀌어버린 거예요 유가족들이요. 해결하는 과정이 2차적인 충격이 더 생기면서 이것만 가지고 세월을 억울하고 분하고 우울한 상태로 보내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이 정도라면 확장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평가를 해서."

스스로의 세월이 억울함으로 잠식되어버린 유가족의 현실이 너무 막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 공작원 유가족의 정신의학적 진단 내용

신동근 원장 (인터뷰) "뭔가 해결하려고 노력해봤는데 반복적으로 좌절하는 경험을 하잖아요. 그래서 실패와 좌절이 분노의 근원이 되는 거고요. 그 사람들이 끌려가서 국가에서 이용당하고 무시당한 거죠. 이 죽은 사람들도 그렇게 서러운 인생으로 무시당했고 산 사람들도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이들의 주장도 그렇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시당한 면이 많이 있어요."

실제 유가족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 중에서도 잦은 '자책감'을 표출하곤 했습니다.

신동근 원장 (인터뷰) "또 다른 낙인은 이 유족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돈 받으려고 때 쓰는 사람들', 적당히 좀 하지' 이런 시각들이 또 다른 낙인이 된다는 거예요."

유가족들이 느끼는 우울감에는 유난히 '분노' 감정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느끼는 '분노'의 근본은 바로 국가로부터 느꼈던 배신의 감정이었습니다.

신동근 원장 (인터뷰) "근데 이 우울의 근원으로 제가 분노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뭔가 적극 알아보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뒤돌아서서 내가 언제 이런 느낌을 주는 거죠. 처리 과정에서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실미도 생존자들....

가족의 시신이라도 돌려달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 호원대학교 이만종 법경찰학부 교수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역사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국가도 또 개인도 우리 국민도 이제 피해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우월한 입장에 있는 국가에서 그런 유족이나 당사자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끝나선 안 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우리는 실미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국가에 의한 폭력에 희생되고도 호소조차 할 수 없었던 약자의 설움.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잘못된 역사로만 그들이 기억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합니다. 국방부나 공군이 아닌 그들을 불렀던 그 국가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책임져주십시오.

실미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2006년 실미도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연출 오인환 / 취재 서승택 / 작가 하나리.

지금까지 나레이션에 강신일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도 방송문화진흥회의 라디오콘텐츠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 정신감정 주요 내용

◎ 본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감독판을 청취하실수 있습니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기획: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나레이션: 강신일

성우: 홍후백, 하지형, 김용, 박주광, 이다슬

도움주신분들

실미도 기간장병

양동수, 김태수, 안지근, 김정현, 이준영, 김동배, 김양구, 김이태, 성영균, 권오관

공작원 유가족

이향순, 김병희, 임충빈, 임일빈, 백영철

김신조 목사

이찬진 변호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조소영 국방부 서기관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승준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김태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장

신동근 원장(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안정애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

오인환 oih@kfm.co.kr

원문보기: http://www.kfm.co.kr/?r=home&m=blog&blog=news&front=list&uid=9339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