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9-05-17 16:33 수정 : 2019-05-29 08:57 0
프로그램 단독 공개 주요 내용
국가 2급 비밀 실미도 사형수 군사재판기록
미국 1급 기밀 키신저-주은래 비공개회담
실미도 기간병-유가족 트라우마 분석
4화 - 실미도의 첫 외출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오프닝] 31명의 공작원들은 혹독한 훈련 과정을 통해 점차 북파공작원의 면모를 갖춰나가게 됩니다.
드디어 그들에게 기다리던 출격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68년 10월, 그들은 전진기지인 백령도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압록강 줄기 줄기, 피어린 정기 이게 이북 애들 군가야"
공작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 역사는 앞으로 그들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라고... 그들은 굳건하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들은 3년 6개월 동안 실미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 없는 곳"
공작원은 물론 기간병 에게도 엄격한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그들은 그리워하는 가족에게 편지 한통 보낼수 없으며, 외출이나 외박조차도 전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거기는 라디오도 없고, 편지가 무슨 편지가 어딨어요."
그동안 가족들의 마음도 타 들어갔습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그 때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셨고요. 그 때도 몰랐고요. 느낌이 오빠가 거기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얼른 TV 키라고 작은 아버지가 연락이 와서 너희 오빠 일 같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높은 사람들은 자기네들만 위하지 이게 뭐냐고,그래서 3~4번을 가서 부대장에게 얘기했는데 안돼서 정보국장한테 직접 얘기하고 그랬다고..."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거기에서 오빠 별명이 비호였데요."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내일 아침에 외출을 나가느라고 옷 다 입고, 군화까지 싹 다 해 놓고 누워있다가 죽은 거야 그 친구도..."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10부작.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4화 "실미도의 첫 외출"
[나레이션= 배우 강신일]
안녕하십니까? 영화 실미도, 684부대 제2조장 역을 맡았던 배우 강신일입니다.
외딴 섬 실미도에서는 외출과 외박, 휴가, 서신 왕래 등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랬던 실미도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나레이션]
(전화벨 소리)
통신병: 통신보안, 일병 김석진입니다. 오류동 공군부대입니다. 어디십니까?
누나 : 네. 수고 많으십니다. 뭐 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는데요.
통신병: 네, 말씀하십시오.
누나 : 제 동생이 그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김용택 일병 누나구요.
통신병: (당황) 네... 그러십니까?
누나: 그런데 면회를 한 번도 못했습니다. 제가 서독 간호원이었는데... 동생을 보려고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통신병: 넵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누나: 넵 정말 감사합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그 누나가 서독 간호원으로 돈 벌러 갔었어요. 갔다가 이 사람이 집을 못 잊어서 향수병에 걸린 거야. 그래서 들어와서 자기 남동생을 찾은 거야. 만나봐야 되겠다고 하니까 부대에서는 대책이 없을 거 아니에요."
서독 간호사였던 김순자씨가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혈육인 김용택, 이병 김용택은 누나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실미도에서의 첫 외출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68년 10월, 백령도에서 결국 북한으로의 출동명령을 받지 못하고 실미도로 복귀한 공작원.
하지만 이후 국가는 그들에게 어떠한 명령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중앙정보부장의 교체와 함께 남북 화해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부대를 창설한 중앙정보부는 실미도 부대의 존재를 골칫덩어리로 인식하게 됩니다.
실미도 사건 생존자들 (인터뷰) "숟가락이 첫날은 없어서 숟가락을 안 가져가서 손으로 먹은 적도 있었고..."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부식이 다리가 붓는 사람도 있었고, 위에서 주는 대로 먹고 훈련하는 것밖에 없었죠."
이후 느슨해진 분위기, 실미도 부대에서는 공작원들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게 됩니다.
[나레이션]
(개 짓는 소리)
이준영: 밤중에 무슨 개가 이렇게 짖어?
기간병: 개 우는 소리가 꼭 사람 우는 소리 같지 않습니까?
이준영: 재수 없게 그런 소리 하지 마. 기분 이상하다.
교육대장이 키우던 개가 서럽게 짓고 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실미도에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언.
바로 무의도 탈영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3명 탈주해서 무의국민학교에서 대형 유리창을 놓고 2시간 이상 대치를 했어요. 그런데 이 놈들이 욕을하고 약을 올리고 있었어, 그런데 김이태 씨가 설득을 많이 했어."
김이태 소대장: 나 소대장이다. 지금 너희는 모두 포위됐다. 같이 있는 민간인들 다치지 않게 나와라. 너희도 불만이 있을 테니 너희들의 사정을 이해해 주겠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민간인들 다치지 않게 하고 걱정 말고 밖으로 나와라. 없던 일로 약속하겠다.
[나레이션]
훈련병 : 개소리 말아!
김이태 소대장: 마지막으로 셋을 세겠다!
김이태 소대장: A조는 전방, B조는 후방으로 진입한다.
연이은 총소리...
김이태 소대장 (인터뷰) "이거 완전히 배신하는거야 숙직실에 장판이 있는데, 피를 흘리고 3명이 넘어져있는 거야."
탈영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부대원들이 그들의 뒤를 쫒았습니다.
이미 학교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뒤였습니다.
당시 소대장과 공작원 간의 긴 설득과 대치 결국 그들은 실미도로의 귀환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실미도에서는 모두 일곱 명의 젊은 청년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부대를 그나마 지탱해오던 지휘관들도 더 이상의 유지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8·23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1971년.
김두만 공군참모총장은 정래혁 국방부 장관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실미도 부대 해체를 건의했다.
김두만 : 이대로 두면 반드시 큰일이 벌어집니다. 차라리 애들을 공군 하사관으로 임관시켜 주십시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두만 : 어차피 사회에 복귀 시킬 생각이 없다면... 그럼 전부 죽여 버립시다. 훈련한다면서 덕적도 옆에 있는 무인도에 상륙시킨 뒤 캘리버50(중기관총)으로 쓸어버리면 됩니다. 못 하겠다면 내가 하겠습니다.
부대 지휘관들의 여러차례의 건의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김순응 교육대장이 이주표 장군이나 한테 가서 항의를 했다고. 이거 애들도 안 보내고 맨날 이러고 있으면 우리는 어떻하라고 그러냐고"
그러던 어느 날 기간병 김용택에게 꿈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상관: (소근거리며) 김 하사. 내일 오류동 부대로 다녀와야겠다. 외출이다.
김용택: 네, 알겠습니다.
상관: 그래. 누나가 서독 간호원이라고? 내일 누나가 독일에서 오류동 부대로 자네를 보러 오기로 했다. 가서 누나를 만나보고 오도록.
김용택: 네, 알겠습니다.
상관: 그래.
1971년 8월 22일, 실미도 부대 창설 이래 첫 외출 허가였습니다.
이병 김영택을 설렜습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운이 좋은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병 김용택은 밤사이 이어질 자신의 운명은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준영 실미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내일 아침에 외출을 나가느냐 옷 다 입고, 군화까지 준비해놓고 드러누워있다 죽은거야, 그 친구도... 그렇게 죽은 친구야."
실미도에 남아있던 청년들은 과연 어떠한 운명을 선택하게 될까요?
다음 이 시간에는 "실미도를 탈출할 훈련병들의 최후" 역사의 그날로 떠나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연출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지금까지 나레이션에 강신일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도 방송문화진흥회의 라디오콘텐츠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기획: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나레이션: 강신일
성우: 홍후백, 하지형, 김용, 박주광, 이다슬
도움주신분들
실미도 기간장병
양동수, 김태수, 안지근, 김정현, 이준영, 김동배, 김양구, 김이태, 성영균, 권오관
공작원 유가족
이향순, 김병희, 임충빈, 임일빈, 백영철
김신조 목사
이찬진 변호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조소영 국방부 서기관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승준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김태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장
신동근 원장(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안정애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
오인환 oih@k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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