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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 유해 못 지킨 제게 천벌을 내려달라" (오마이뉴스, 190514)

"아버지 유해 못 지킨 제게 천벌을 내려달라"


기사입력 2019.05.14. 오후 2:46 최종수정 2019.05.14. 오후 5:40





청주형무소 희생자 유해매장지 공사로 훼손... 유족들, 청주시장 고발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청주형무소 유족회원들이 14일 오전 1030,도장골(청주시 낭성면 호정리)에서 유해를 훼손한 청주시를 규찬하고 있다.

심규상

 


 

 


청부형무소에 수감됐다 도장골(청주시 낭성면 호정리)에 묻힌 현장이 벌목과 작업로 공사로 심하게 훼손돼 있다. 청주시는 유해 훼손을 말아 달라는 안내판이 있는데도 벌목 공사를 허가했다.

심규상

 


"69년 전에는 국가가 사람을 불법 살해하더니 매장지까지 훼손하냐."

"나라 일하는 사람들이 어찌 이리 인정머리도, 절차도 없나."

"유족들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청주시장(한범덕)을 용서할 수 없다."


14일 오전 10여 명의 청주형무소유족회 회원들이 공사로 엉망이 된 산중에 모였다.


청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다가 인민군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이유로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된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도장골(청주시 낭성면 호정리). 195077일 또는 8일 무렵 청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100여명이 끌어와 학살된 곳이다. 당시 두 지점에서 학살돼 묻혔는데 인근 주민들이 흩어져 있던 시신을 모아 세 곳에 나누어 매장했다.

 

훼손을 막기 위해 봉분까지 만들었고 최근까지 특별한 훼손 없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다. 정부 산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8년 이곳에 묻힌 유해를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하고 청원군수와 협의해 '유해 훼손을 하지말라'는 안내표지판도 설치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10년 청주형무소 수감자 최소 1200여 명이 1950630일부터 79일까지 충북지구 방첩부대(CIC)16연대 헌병대, 청주 경찰에 의해 청원군 도장골과 분터골 등지로 끌려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달 25, 한 유가족이 현장을 방문한 후 깜짝 놀랐다. 안내 표지판은 뽑혀 찌그러져 있었고 희생자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봉분과 무덤은 움푹 파헤쳐 사라졌다. 봉분 인근에 빼곡하게 서있던 나무도 송두리째 사라졌다. 대신 그 위로 공사장을 오가는 임시 공사도로를 만들었다.

 

청주시와 청주산림조합이 벌채를 하면서 유해매장지를 훼손한 것이다. 청주시는 유해매장추정지에 벌목 허가와 작업로를 내줬고, 청주산림조합은 유해매장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훼손했다. 사방댐 공사 시행청인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사방댐 공사(흙이 하류로 흘러내려가지 못하도록 골짜기에 인공적으로 설치하는 작은 규모의 댐)를 하면서 사업지 내에 또다른 유해매장지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관련 기사: '훼손말라' 안내판 뽑고, 유해 매장지에서 버젓이 공사)


 

 


신경득 청주형무소 유족회 자문위원이 "불효자인 내게 천벌을 내려달라"며 울먹이고 있다.

심규상

 


유가족들은 이날 현장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안내판을 세우고도 현장을 불법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법에 무연고 분묘라하더라도 6개월간 고지의무가 있는데 어찌 자치단체 스스로 유해를 불법훼손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 "공사를 한 기관은 존재하지도 않는 진실화해위원회(지난 2011년 해산됨)에 문의해 '공사를 해도 좋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우영 청주형무소 유족회장은 "이 곳에 묻힌 선친은 일제강점기 조선혁명간부를 졸업하고 독립운동을 해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그런데 하루 아침에 아버님의 유해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공사 책임자와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아버님을 포함 억울하게 희생당한 100여명의 유해를 당장 찾아내라"고 촉구했다.

 

신경득 청주형무소 유족회 자문위원(전 경상대 교수)은 울먹이며 "억울하게 학살됐는데 유해마저 지켜드리지 못했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내게 천벌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봉분이 있던 자리를 돌며 혹 있을지도 모를 유해를 찾고 있다.

심규상

 



 

 


충북산림환경연구소가 벌이고 있는 사방댐 공사. 유가족들은 사방댐 공사현장에 있는 유해매장지도 훼손됐다며 유해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심규상

 


유가족들은 봉분이 있던 주변을 돌며 혹여 있을지도 모를 유해를 찾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거듭 공사 중단, 책임자 처벌, 유해발굴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난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유가족들에게 "공사를 중단하면 큰비가 올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어찌 됐든 (사방댐) 공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유족이 나서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부족한 마당에 '공사 중단으로 비 피해가 나면 책임질 거냐'는 식의 막말을 할 때냐"고 호통을 쳤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청주지방검찰청으로 방문, 사전 협의 없이 벌목과 작업로 허가를 내줘 유해 매장지와 안내판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한범덕 청주시장을 장사 등에 대한 법률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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