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5월14일 김대중, 박정희와 이유있는 '화해'하다 (경향신문, 190514)

514일 김대중, 박정희와 이유있는 '화해'하다 [오래 전 이날’]


기사입력 2019.05.14. 오전 12:09 최종수정 2019.05.14. 오전 12:13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814일 동교동자택에서 납치사건에 대한 회견을 하는 장면/연합뉴스

 

1999514일 김대중, 박정희와 이유있는 화해하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 중 맞수혹은 악연이라고 불릴 만한 이들은 누가 있을까요? 아마 각자의 기준과 근거로 다양한 조합들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조건을 조금 추가해보죠. ‘맞수혹은 악연이라고 불린 전임 대통령 중 실제로 목숨을 걸고 대결한 경우가 있을까요? 아마도 이 조건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박정희’, ‘김대중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한국정치는 늘상 극한의 대결국면입니다. 한 번의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얻게 되는 대통령제에서 정치인들의 대결은 숙명과도 같은데요. 이로 인해 과거에는 불법적인 신체적 위협이 가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김대중 납치사건처럼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은 이 사건을 ‘197388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당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이 한국 중앙정보부의 주도 하에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 사건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2007년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조사 보고를 통해 당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지시로 납치되었음이 확인됐다고 하는데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는 유신체제를 선포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됐을 때입니다.

 

사실, 사건의 야만성과 배후만 따져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유신체제의 독재적 성격도 지적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정치권의 대결이 아무리 치열해도 불법적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독재폭력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데요. 이 점도 함께 논의해 볼 만한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결이 아닌 화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의 첫 문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관련단체들이 참여하는 기념사업회를 구성해 범국민적인 사업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입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물러난 대통령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만 해왔지만 재임중의 긍정적인 공적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과거 박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었지만 이를 초월해 기념사업에 협조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말 싸움만 해도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데요. 박 전 대통령 세력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긴 김 전 대통령은 왜 이런 화해를 시도한 것일까요? 이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수십년 동안 지역차별로 피눈물이 났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으며 모든 지역에 공정한 인사와 예산이 배분되도록 하겠다. 다음 선거에서 지역문제를 선동하는 사람은 무조건 낙선시켜야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은 말합니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은 우리가 6·25 폐허속에서 허덕일 때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근대화를 이룩했다. 전직 대통령 중 박대통령이 가장 긍정 평가를 받고 있고, 오늘 기념사업에 대한 논의가 국민화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화해시도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이 화해를 말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었습니다. , 과거 발생한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받지 않았음에도 김 전 대통령은 용서를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화해는 김 전 대통령의 주어진 권한내에서 무리없이 시도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실정법을 어겨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등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화해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김 전 대통령의 화해는 자신의 권한 내에서 지역감정 해소라는 목표를 위해 시도됐습니다. 이렇듯 진정한 의미의 화해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목표를 위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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