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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훈 취소, 이게 최선입니까? (오마이뉴스, 190508)

서훈 취소, 이게 최선입니까?


기사입력 2019.05.08. 오후 12:22





[주장] 고문 수사관들 훈장 박탈, 당연한데도 미적대는 정부

 

[오마이뉴스 변상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 회원 등과 '간첩 조작사건 보국훈장 대상자 서훈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7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7일 울릉도간첩단사건, 삼척고정간첩단사건, 정영 간첩사건 등에서 세운 공로를 이유로 훈장을 받은 수사관들의 서훈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적절한 서훈취소'안이 심의·의결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취소 의결된 서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취소가 최종 확정된다.


이번에 취소된 서훈은 1974년 울릉도간첩단사건(3),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사건(2), 1965년 정영사건(2), 1969년 임종영사건(1) 4개 사건 관련자로,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이거나 경찰이던 8명이 받은 보국훈장 8점이다.


이번 서훈 취소는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지금여기에'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피해자 김순자·이사영씨와 함께 발표한 서훈 취소 명단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관련기사: 홍익표 의원 "간첩조작해 훈장받은 사람들" 실명 공개 http://omn.kr/1axe3). 그러나 당시 16명의 서훈 취소 대상자를 발표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취소 명단에는 그 중 6명만 들어가 있다.

 

자료 있는데도 시간 끈 행안부


고문이라는 반 인권 범죄를 저지른 서훈 수여자에 대한 서훈 취소는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기쁨에 앞서 아쉬움이 더 크다. 신속하게 서훈 취소를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 이후 '지금여기에'는 행정안전부 상훈과 담당자와 경찰,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국가정보원 담당자와 함께 여러 차례 회의를 해 서훈을 취소하고 잘못 수여된 서훈을 걸러낼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훈 취소는 계속 늦어졌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행안부는 올해 122'공적 근거가 확보되는 대로 이를 관련부처에 제공하고, 관련 부처에서 공적심사위원회 및 당사자 소명 등의 절차를 거쳐 즉시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삼척고정간첩단사건과 울릉도간첩단사건의 경우 재심에서 이미 무죄가 나왔고 서훈 취소의 근거가 되는 재심 판결문까지 있는데도 행안부는 즉시 취소하겠다고 한 지 4개월 만에 겨우 8명의 서훈만 취소했다.


서훈 수여 사유 알 수 없다더니...

 

문제는 또 있다. 행안부 상훈과는 서훈을 수여한 사유를 알 수 없어서 서훈 취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 서훈을 수여할 당시 공적을 올린 사건명, 사건 당사자 등이 공적 조서에 기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없어서 취소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서훈 취소와 관련한 행안부 회의에 참석한 다른 수사기관의 담당자들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던 행안부가 이번에 서훈 취소를 발표하면서는 서훈을 취소할 수 없는 수사관의 경우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 말고 다른 사건으로 공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적 조서에 기록이 없다면서 어떻게 개개의 수사관들이 받은 공적 조서의 사건명을 알 수 있나. 공적 조서의 내용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동백림 사건 명확한 조작인데 서훈 취소 안 해

 

무엇보다 동백림 사건 수사관들의 서훈이 취소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동백림 사건의 재심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서훈 취소가 어찌 사법부의 재심여부에만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가.

 

2007년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동백림 사건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독일 등 외국으로부터 30명의 용의자를 불법 연행해 해당국의 주권과 국제법을 무시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둘째, 동백림 사건 송치자 66명 중 23명에게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했으나 한 사람도 간첩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셋째, 당시 수사과정에서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 등의 고문 수사가 자행되었고 심지어 담당 판·검사들에게 금품을 주기도 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연행, 조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간첩죄의 무리한 적용과 사건 외연 및 범죄사실의 확대 과장 등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자들에게 포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사건을 담당했던 해당 기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 단지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해 재심에서 무죄가 나와야만 서훈을 취소한다는 것이 무슨 말도 안되는 억지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가 산적해 있다. 그 과거사 정리에는 잘못된 공권력의 남용과 잘못 수여된 서훈도 있다. 훈장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수여됐을 때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거짓과 고문, 폭력으로 수여된 훈장이 있는 한 훈격은 그만큼 바닥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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