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기고] 반헌법행위자 열전:학살과 내란, 고문과 간첩조작, 부정선거의 기록 (민중의소리, 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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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반헌법행위자 열전:학살과 내란, 고문과 간첩조작, 부정선거의 기록
헌법이 수호할 대상은 권력 아닌 국민


손우정 성공회대 연구교수
발행 2016-07-17 17:11:42
수정 2016-07-18 11: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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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집중검토대상자 1차 명단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집중검토대상자 1차 명단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정병혁 기자


지난 7월 13일,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이하 ‘열전편찬위’)에서는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수록할 1차 집중검토 대상자 9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국가권력을 사용해 학살과 내란, 고문과 간첩조작,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헌법을 파괴한 이들의 행적을 기록하자는 범국민 사업이다.


열전편찬 사업은 지난해 제헌절을 하루 앞둔 7월 16일에 33명의 이름으로 제안되었다. 친일인명사전이 친일파 후예들의 엄청난 방해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내고 편찬되었듯이, 국가가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힘으로 반헌법행위자를 기록하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독재인명사전, 반민주행위자 인명사전 등 유사한 제안이 꾸준하게 제기되었음에도 이제야 실체를 드러낸 것은 이것이 민간의 역량으로는 쉽게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거의 모두 사망한 친일인명사전과 달리 반헌법행위자의 혐의를 받는 이들은 대부분 살아 있으며 현실 권력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동안 반헌법행위자열전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음에도 어느 소수의 집단이나 몇몇 전문가들의 힘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각종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나 이들의 종합판인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기구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인적, 재정적 한계로 인해 마땅히 다루어야 할 사건들을 제대로 다뤄보지도 못한 채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활동이 종료되었다.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비교적 보장된 국가기구도 이러할진대, 민간에서 시도하기란 훨씬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지난 정부의 과거사위는 의혹사건의 진실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만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지만, 애초에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웠다. 과거사위의 활동 목표가 가해자를 규명하는 데 맞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반성을 전제로 한 피해자와의 화해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물론 각종 과거사위에서 진행한 소중한 작업들이 없었다면 이번 열전편찬 사업도 추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본 열전편찬 사업에도 각종 과거사위에서 생산된 자료와 과거사위에 참여했던 전문 조사인력의 조력과 자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열전편찬은 이런 과거 노력의 토대 위에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헌법을 파괴한 이의 행적을 기록하는 범국민 사업


반헌법행위자열전 사업은 명확하게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의 근원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헌법 수호자’를 자처했던 권력자들은 국민의 생명을 대가로 스스로의 권력욕만 채웠다.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방법들이 동원되었고, 국민의 인격은 무참히 파괴되었다.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후과는 수천, 수만의 헤아릴 수 없는 헌법파괴자들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앞에서 살펴본 이유로, 민간에서 이들의 행적을 모두 기록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능한 수준에서라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헌법수호의 명분을 내세워 국민의 삶을 파괴한 가해자들을 기록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한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놓게 될 것이다. 열전편찬위는 민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범위를 좁혀 반헌법행위자를 ‘대한민국의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일정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제한했다. 또한 수많은 헌법 파괴행위 중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과 간첩조작’, ‘부정선거’ 등 4대 영역에 집중하고 대략 5년 간 300명의 반헌법행위자들의 열전을 기록하기로 했다.


물론 이 기준과 규모가 반헌법행위의 전반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지적했듯이 언론과 노동, 문화·예술 등 반헌법적 행위에 해당하거나 그들을 적극 조력하고 비호·방조한 이들의 활동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공무원 등 공적 업무수행 주체가 아니더라도 반헌법행위를 자행한 이들도 헤아릴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모든 범위를 포괄하기에는 민간 역량의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사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만이라도 시도해 봄으로써 제대로 된 포괄적 역사청산 작업의 마중물이 되려는 시도다.


전두환 전 대통령(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주 4.3사건부터 12.12쿠데타까지…99명의 반헌법행위자


지난해 10월 12일, 1948년 반민특위의 주요 조직이 구성된 날을 기념해 열전편찬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 조사위원을 보강하고 주요 사건들을 검토한 결과가 지난 7월 13일에 발표한 ‘1차 집중검토 대상자’ 99명의 명단이다. 이 명단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반헌법행위 혐의나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선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별다른 이견이 제기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검토했다.


이는 향후 열전편찬 사업이 부딪치게 될 수많은 저항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반헌법행위의 혐의를 받는 이들 중에는 여전히 현실 권력을 소유한 채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열전편찬 작업이 어느 정도 축적되고 구체적 실체를 드러내기 전에 이들의 저항에 불필요한 역량을 소진하기보다 좀 더 많은 국민들과 열전편찬의 취지를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차 집중검토 대상이 된 사건은 앞에서 설명한 4개 영역의 15개 사건이다. 우선 민간인 학살 영역에서는 고립된 제주도에서 천륜을 저버린 잔인한 폭력과 학살로 점철된 4.3사건과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 11사단에 의해 자행된 한국전쟁 당시의 후방학살, 그리고 고위 간부들의 예산착복으로 약 5만명을 아사하게 만든 국민방위군사건을 선정했다. 이 사건에서 추출된 이는 24명이다.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가해자는 수천, 수만명에 이르지만 1차 집중검토 대상으로 고작 24명만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차 발표 대상 99명이라는 숫자와 민간의 역량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란 영역은 이미 사법적 판결이 내려져 논란의 여지가 없는 12.12반란과 5.17내란 사건을 선정했다. 이 사건에서 추출된 17명의 집중검토 대상자에는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17년형을 선고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다. 열전에 포함될 대상이 사법적 판결을 받은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경우 이미 재판이 종결된 상태라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루어야 할 사건이 가장 많고 가해자 역시 가장 많으며, 현실권력과 가장 많이 연계되어 있는 영역은 고문과 간첩조작 영역이다. 각종 과거사위와 진실화해위에서 상당한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혀냈지만, 여전히 밝혀내야 할 사건이 많이 있다. 1차 집중검토 사건으로는 김구 암살사건, 1차 인혁당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녹화사업, 송 씨 일가 간첩단 사건, 김근태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 사건을 선정했다. 이 영역에는 개인정보 확인이 어려운 정보기관 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 확인이 쉽지 않고, 보통 다른 반헌법 사건에도 관련되어 있는 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1차 집중검토 대상자로 44명을 선정했지만, 타 영역의 반헌법 사건과 중복된 이들이 3명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할 때, 조직적으로 부정선거를 기획하고 추진한 이들을 반헌법행위자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최근에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으로 정권의 정당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듯이 부정선거가 단지 과거의 일은 아니다. 1차 집중검토 대상 사건으로는 3.15부정선거와 4.19혁명 시기 군중을 향해 발포하거나 혁명을 진압한 이들 17명을 집중검토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99명(중복 포함 102명)은 올해 10월 11일까지 이의신청을 접수한 후, 타당한 이의 내용이 없다면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수록할 예정이다. 열전에 수록될 이들을 300명으로 계획하고 있는 만큼,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는 반헌법행위자 후보들은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2차, 3차 집중검토 대상자를 발표할 것이다.


가재환 강민창 강석한 강진규 고영준 곽영주 권준옥 김경한 김기완 김동운
김석수 김수현 김윤근 김재능 김정태 김종원 김창룡 김형기 김형욱 김희기
노태우 문귀동 문봉제 박기한 박용익 박원택 박종규 박종표 박창원 박처원
박희도 백남규 백남은 서동권 서 성 서의남 서주연 송요찬 송인상 신성모
신윤희 신직수 안두희 오병선 오익경 유정방 유충렬 유학성 윤익헌 윤재호
윤진원 이강학 이근안 이기붕 이선근 이성우 이용택 이존화 이종대 이철환
이철희 이학봉 이해구 이후락 이희성 임철호 임휘윤 임흥순 장경근 장기오
장동상 장세동 장은산 전두환 전봉덕 정형근 정호용 조병옥 조창현 조한경
주영복 차규헌 채병덕 최경조 최난수 최덕신 최병환 최석용 최세창 최인규
한경록 한동석 한희석 함병선 허삼수 허화평 홍순봉 홍진기 황영시


※1차 검토 사건과 각 인물에 대한 정보는 기자회견 자료집을 참조
자료집 바로가기
용기 있는 제보,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계속 돼야


반헌법행위자열전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비교적 행적이 세세하게 알려진 일부 권력자를 제외하면 가해자와 그들의 행위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체계적인 학살을 지시한 명령계통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무고한 이들을 간첩으로 만들어버린 고문 수사관들은 실명조차 확인이 어렵다. 명백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국가폭력 행위들은 가해자를 철저히 은폐한 채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반헌법행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의 제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통스런 지난 과거를 떠올리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한다. 수십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당시 사건을 증언하다 갑자기 오열하며 그날의 공포에 휩싸이는 증언자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 역사에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청원했다가 또 다른 2차, 3차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반헌법행위자들의 행적이 이 정도라도 드러난 것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진상규명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누구라도 정치적 목적에 의해 끔찍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시대를 거쳐 왔던 점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그들의 용기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열전사업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제보,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합의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아직까지 이 나라의 국가정체성이 제대로 자리 잡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며, 최근 사드 논란에서도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결정들이 반복되고 있다. 어떤 목적을 위해 국민의 생명 따위는, 인격 따위는 상관없다는 태도는 결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될 수 없다.


다시 제헌절을 맞는 오늘,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하나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인이지, 헌법을 들먹이며 국민을 위협한 이들이 주인일 수 없다. 비록 지금 우리는 그들을 처벌할 힘이 없지만, 최소한 그들과 그들의 행위를 잊지 않고 기록해 둘 것이다. 그래서 누가 진정 반헌법행위자인지, 역사 앞에 밝혀낼 것이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시민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후원계좌:국민은행. 006001-04-198120.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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