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헌법의 민주 정신 훼손한 이들, 살아있을 때 역사적 책임 물어야” (경향신문 2015-07-16)
2015 7월 17 - 14:17 peace518






[경향신문] “헌법의 민주 정신 훼손한 이들, 살아있을 때 역사적 책임 물어야” 임아영 기자, 서성일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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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반헌법 행위자 열전’의 의미를 말하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장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파괴·유린한 사람들을 기록하는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을 공식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은 “광복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우리 현대사를 왜곡한 반(反)헌법 행위를 기록하기 위한 ‘반헌법 행위자 열전’을 편찬하겠다”며 “뜻있는 시민들과 지식인들의 동참을 당부한다”고 밝혔다(경향신문 7월15일자 1·2면 참조). 이들은 “ ‘반민특위 습격 사건’부터 민간인 학살, 각종 조작간첩 사건 등의 핵심 관계자와 고문 수사관, 고문을 묵인한 검사·판사 등 200~300명이 수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후 역사학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77·전 국사편찬위원장)와 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관장(56·성공회대 교수)이 손우정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의 사회로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의 의의, 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명예교수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을 지냈고 이번 열전 편찬에도 참여한다.
▲ 제헌헌법의 진보적 민주주의, 지금 이야기하면 ‘종북좌파’ 몰려
헌법 가치 짓밟은 사람들이 ‘법치’ 이야기하는 현실은 어불성설
반헌법행위자 너무 많아 추리고 추려… 현 정부 총리들 모두 포함
손우정(이하 사회)=67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 사업이 제안됐다. 제헌절은 국가의 정통성을 규정하는 헌법이 만들어진 날인데 오늘날 제헌절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만열(이하 이)=대한민국 헌법은 9차례나 개정됐지만 헌법 제1조에서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골간은 유지돼왔다. 여러 굴곡을 거쳤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국민들의 저력 덕분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될 때 ‘약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했다.
한홍구(이하 한)=헌법이 고생을 많이 했다. 민주화 이후 헌법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6월항쟁의 산물로 1988년 헌법재판소가 문을 열었다. 헌법의 중요성이 특히 우리 사회에서 부각된 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를 처음으로 민주개혁 진영이 장악하게 되니 보수 세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과 사법부에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그들은 2008년 정권교체 후 사법 권력을 통해 각종 기득권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민주 진영을 반헌법이라며 비판하고, 통합진보당 해산 때 일부 언론에서는 ‘헌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헌법을 짓밟고 훼손하고 그 가치를 정면으로 배반한 이들이 헌법과 법치를 이야기한다. 헌법을 누가 과연 어겼는지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제헌헌법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1948년 5월10일 총선거를 하고 5월31일 제헌국회에 해당하는 국회 소집이 이뤄졌다.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 약법을 참고해 만들어졌고, 임시정부 약법의 정신이 상당히 들어 있다. 제헌헌법에는 3권 분립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초뿐 아니라 경제평등과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정신도 많이 포함됐다. 그런데 1952년 이승만이 발췌개헌을 하고 1954년 정권연장을 위해 중임 제한을 철폐하는 사사오입 개헌을 하는 등 훼손됐다. 그걸 본받아 박정희도 3선 개헌을 시도했다. 하지만 헌법의 민주적 전통은 4월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혁명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한=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이 ‘국가 정체성’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제헌헌법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의 원형을 담고 있다. 제헌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가 결합된 진보적 민주주의였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는데 임시정부의 헌법이야말로 진보적 민주주의 헌법이라는 것이 임시정부의 여러 문건에 분명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 ‘종북 좌파’가 되니 헌법이 얼마나 훼손당했는가. 민간인 학살, 숱한 고문과 사건조작을 일삼은 세력이 헌법을 지키자고 이야기하는데 말이 안된다.
사회=‘반헌법 행위자 열전’은 헌법을 짓밟은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리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궁금하다.
한=‘사전’이 아니고 ‘열전’이 된 것은 수록 대상이 너무 많아서다. 그걸 다 할 수 없으니까 그중에서 중요한 사람, 헌법을 짓밟는 행위를 통해 출세해 유력자가 된 ‘반헌법 행위자 중의 행위자’를 모신다고 할까(웃음). 이번 열전에서 중심인물은 헌병·고문 경찰, 검찰, 정보기관의 엘리트 관료 등이다. 열전의 중심인물들은 국가보안법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의 실질적 권한에서 보면 헌법보다 국가보안법이나 시행령이 더 세다. ‘시행령 국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과거사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전혀 손대지 못한 게 가해자다. 숱한 사건 중 이 사람만은 역사에 남겨야 한다는 ‘특A급’을 정리할 것이다.
이=구체적으로 보면 5·16 쿠데타, 1972년 유신헌법이 전형적인 국헌 문란이다. 또 1980년 5월 계엄을 확대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인을 감금하는 데 관여한 사람도 수록 대상이 된다. 여기에 국민방위군 사건 이후 공산주의자·간첩으로 몰아 인권을 유린하는 데 관여한 공무원, 검사, 판사들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역사에 잘못하면 당대에서 심판을 받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공자가 <춘추>를 쓰니까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이 두려워했다는 말이 있다. 열전이 나오면 이 시대의 수많은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본다.
한=이제는 정말 기록해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 말은 전봉준, 윤봉길, 인혁당 사형수들이 끌려갈 때 한 말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힘 있고 권력이 있는 분들은 당대 민중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친일파들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70년이 지났는데도 부와 권력으로 만족하지 않고 명예까지 가지려 한다. 헌법까지 가지려고 한다. 명명백백한 사실들을 기록함으로써 역사를 지켜나가는 작업을 해야 할 때다.
사회=열전 수록 대상이 될 주요 인물들을 꼽는다면.
한=박근혜 정부의 총리가 다 들어간다. 김대중 대통령 내란음모 사건 때 김 대통령이 반국가단체 수괴가 될 수 있는 길을 연 김정사 간첩 사건 때 판사 중 한 명이 김황식 전 총리다. 정홍원 전 총리는 ‘초원복집 사건’을 유야무야했던 검사였고, 이완구 전 총리도 삼청교육대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내무분과의 핵심 실무자였다. 황교안 총리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면서 수사 방해를 했다는 혐의가 짙다. 황우여 부총리는 1970년대 인혁당 사건 다음으로 컸던 명동사건의 판사이자 학림사건 판사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러한 행적들이 출세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다. 헌법을 지키고자 했던 민주화 이후의 헌법 파괴행위는 보다 엄정한 기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회=열전 편찬 사업의 핵심 의의는.
이=친일인명사전을 만들 때 사람들이 죽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친일 문제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이 시대가 다같이 친일에 가담하는 것이 된다. 사람을 비난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시대를 향한 엄중한 검증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헌법이 구현하려는 대한민국 사회를 세워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 안에 일부 사람들은 역사, 역사교육을 강조하면서 역사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잘못하면 살아 있는 당대에도 역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경종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 작업을 통해 역사에 대해 참회하면서 화해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사회=향후 열전 편찬 계획은.
한=8월12일까지 편집위원들을 모시고 인혁당·진보당·반민특위 습격 사건 등 굵직한 공안사건들을 정리한다. 열전 집필은 현재 33인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총 300인 정도가 모여 수록 대상 200~300명의 열전을 쓸 예정이다. 자료 조사는 실무팀에서 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한 명씩 집필을 맡는 것이다. 걱정은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인데, 그분들 고문당한 기억을 다시 살려 가해자를 기억해내는 게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수록 대상자인 가해자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가해자는 잊었을지 모르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생생한 현재진행형이다. 가해자들이 과거를 고백해줬으면 좋겠다. 고백하는 분들은 열전에서 빼드리고 싶다. 뜻있는 국민들께도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간곡히 당부드린다(후원계좌 국민은행 006001-04-198120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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