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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 갖고 헌법 파괴한 그대, ‘수구 법비’라 불러주마 - 한홍구 교수,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특별기고(한겨레 2015-07-16)
2015 7월 17 - 12:53 peace518










[한겨레] 법 갖고 헌법 파괴한 그대, ‘수구 법비’라 불러주마 - 한홍구 교수,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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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조국, 김상봉, 김두식, 박노자 등 40~50대 지식인 33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내란, 학살, 고문조작, 부정선거 등을 통해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 대표적인 사람들을 정리하는 <(가칭)반헌법행위자 열전>을 편찬하자는 제안을 시민사회에 던졌다. 2009년 해방 64년 만에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된 것은 뜻깊은 일이지만, 수록 대상자 거의 대부분이 이미 죽은 다음에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반헌법행위자 열전>의 수록 대상자는 상당수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몇몇은 아직도 현실 권력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찬을 시작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사람들
어렵게 이룬 과거청산 성과 유린
 
정홍원
‘초원복집 사건’ 담당 부장검사
불법선거 개입 김기춘과 각별인연
 
이완구
5공 국보위 내무 분과위 실무자
삼청교육대 설립에 핵심적 역할
 
황교안
법무장관 시절 채동욱 총장 찍어내
선거법 위반 원세훈 구속수사 방해
 
황우여
70년대 명동사건·80년대 학림사건
민주인사들 감옥행 담당판사
 
이 밖에 초원복집 사건 장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화려한 부활
담당검사 김진태는 검찰총장에
 
1998년 민주정권의 수립 이후 <독재인명사전>, <반민주행위자 사전> 등을 편찬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그 작업이 의미있는 수준에서 실제로 준비되었던 적은 없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같은 기구가 마땅히 떠맡아 했어야 할 작업이건만 여러가지 이유에서 엄두조차 내보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청산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가해자 처벌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는 너무도 얌전한 과거청산을 시도했을 뿐이다.
제대로 된 과거청산 없이 진행된 민주화는 사막에 세운 누각이었다. 수구정권이 들어서자 단순히 과거사위원회들이 폐지되거나 무력화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 자체가 심각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을 지나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유신시대의 열혈 청년장교 남재준이 국가정보원장이 되고 유신정권 7년 동안 4년 반이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지낸 김기춘이 비서실장이 되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고 조작간첩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유신시대로 뒷걸음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더니,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유신이 아닌 이승만 정권 시기로 역사가 후퇴하는 참담한 현실이 도래했다.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증거 조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국정원 직원이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과거사위 시절 내 밑에서 국정원 쪽 조사관으로 일했던 자였기 때문이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과거 중앙정보부·안기부가 저지른 고문조작 사건 등을 반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다. 거기 파견되어 일한 직원이 증거조작의 주역이 되었다는 사실은 국정원이 현 조직의 해체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재구성 이외에는 달리 개혁의 방도가 없음을 웅변하는 일이다. 나 자신도 참으로 미련한 짓이라 자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적 청산 없는 과거사 정리가 혹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천진함이다.
민주정권 시기 어렵게 이룩한 과거청산의 성과들은 수구정권에 영합하는 사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마당에 과거사 관련 판결들이 뒤집어지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관예우 도장 값이 1년에 수십억이라는 대법관들이 사법살인을 당한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준 배상금 이자가 너무 많다고 토해내라고 한 판결은 과거의 전기고문, 물고문보다 더한 이자고문으로 피해 당사자들의 피눈물을 짜내는 일이다. 2010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유신 시절의 긴급조치가 유신헌법에 비춰 봐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신공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대법원은 당시의 수사관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과거의 판결을 사실상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어제 대법원은 박근혜 당선의 일등공신 원세훈의 대선개입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의 주요 증거인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며 파기환송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검찰과 법원이 합작하여 증거를 찾지 않고 찾은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함으로써 면죄부를 받기 직전 상황이다. 가장 늦게 민주화된 사법부가 역시 권력의 바람에 가장 먼저 흔들린다.
아이들에게 가만있으라 해놓고 선장과 선원들이 앞장서 도망친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는 자연히 다리 끊고 도망간 이승만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사는 슬피디슬픈 세월호 사건보다 더 모질었다. 도망친 선장 이준석이야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며 죗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돌아온 이승만은 포악한 학살자로 군림했다. 다리 끊겨 꼼짝 못하고 가만있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시민들은 이승만과 그 수족들에게 부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고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회 프락치 사건, 반민특위의 와해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은 단지 예고편이었다. 전 민족에게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은 반민족적 친일파에게는 복음이었다. 보도연맹 학살, 부역자 처벌, ‘공비’ 토벌 과정에서의 민간인 학살 등 각종 살육을 통해 친일파들은 반역의 과거를 빨갱이 사냥으로 윤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공안세력으로 안착했다. 제헌헌법은 우파인사들만 모여 만들었음에도 종북좌빨로 몰려 2014년 말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강령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었지만 이제 국가보안법에 밀려 휴지 조각 신세가 되었다. 공안세력이란 새옷을 입은 악질 친일파들은 좌파는 물론이고 민족적 양심을 가진 우파들마저 학살한 뒤 이 땅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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