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정표”

기사입력 2020.05.18. 오후 7:55

[KBS 광주]

[앵커]

신군부의 총칼에 맞선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열흘간 저항은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한 항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5.18은 6월 항쟁 등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밑거름이 됐고 촛불집회와 3기 민주정부 출범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40년 역사와 의미를 유철웅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계엄 해제. 계엄 해제. 계엄 해제."]

외로운 외침이었습니다.

전두환 등 신군부가 전국에 계엄을 확대하면서 시위가 주춤한 사이, 광주는 홀로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곤봉과 대검 등으로 잔혹하게 진압에 나선 계엄군, 피 흘리며 쓰러져가는 학생들을 본 시민들은 무장도 불사하며 국가폭력에 맞섭니다.

열흘의 항쟁 기간에 공식 집계로 시민 165명이 숨지고 수천여 명이 부상했습니다.

처참한 패배, 전두환이 권좌에 오르고 박정희 정권에 이어 또다시 군사정권의 시대가 열립니다.

하지만 5.18의 진상규명과 학살자 처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80년대 내내 이어집니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호헌 철폐, 독재 타도!"]

5월 광주정신은 7년 뒤 6월 항쟁으로 되살아납니다.

비록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에 실패했지만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습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불의에 맞선 평범한 시민들의 저항은 2016년 탄핵정국에서 촛불집회로 꽃을 피웁니다.

[한홍구/성공회대학교 교수 : "민주화운동이 지식인 엘리트 중심의 운동에서 기층 민중운동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요, 그 민주화는 바로 광주에서 시작해서 촛불까지 이어진 긴 항쟁의 과정을 겪었었고..."]

5월 영령들이 영면한 5.18 민주묘지, 민주화 세력에게는 5월 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1987년 : "나는 혹독했던 시련의 정치 겨울에서 겨울을 이겨내는 강인한 덩굴풀인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세력은 97년 김대중부터, 노무현, 문재인까지 세 번의 민주정부 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5.18의 정신은 국내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등 동아시아 민주화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광수/부산외국어대 교수 :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어냈기 때문에 아시아의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우리의 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5.18이 모든 국민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일부 보수인사들의 '북한군 개입설'과 '폭도' 주장까지.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은 차고 넘칩니다.

5.18을 왜곡하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고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흔들리지 않게 헌법 전문에 포함시켜야 하는 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40년이 지났지만 5.18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철웅입니다.

유철웅 기자 (cheol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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