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폐기 위기에 고공농성 택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기사입력 2020.05.05. 오후 11:10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처리해주세요"

부산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규명할 과거사법이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가족인 A씨가 5일 오후 3시쯤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 지붕 위로 올라갔다.

국회 정문 앞에서 시작한 천막농성이 5일로 909일을 맞았지만 과거사법이 20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자 고공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의 추락 등에 대비해 의원회관 입구에 에어 매트리스 5대를 설치하고, 구급차량과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A씨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과거사법 통과를 요구하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 위에서 24일간 단식 농성을 했으나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1975년부터 12년 동안 51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는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이 발의돼 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대 국회 회기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마지막 임시국회마저 오는 15일 종료되기 때문에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사법이 폐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19대 국회에서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14년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종료로 자동폐기됐다.

한편 부산시는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 21명의 심층 인터뷰로 파악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가족이 5일 국회 의원회관 2층 정문현관 지붕에서 과거사법 통과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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