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목숨 건 고공단식, 정치권 움직였다

기사입력 2019.11.27. 오후 7:35

조재연(오른쪽) 법원행정처장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속보=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근원법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에 대한 여야 협의가 27일 급물살을 타면서 과거사법 개정안의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 농성장 방문

‘과거사법’ 정기국회서 통과 약속

수정안 제안, 여야 협의 급물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가 2년간의 국회 앞 노숙농성에 이어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역 승강기타워 지붕에 올라가 ‘과거사법 국회통과’를 요구하며 목숨을 건 고공단식을 이어가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자, 그제서야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사법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이채익 간사에게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수정안을 제안한 상태”라며 “오늘 중으로 합의가 이뤄져 29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법개정안은 국회가 선출하는 8인,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모두 1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는데, 한국당은 이럴 경우 정부·여당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당초 민주당은 기존 법을 그대로 준용한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홍익표 의원이 지난 26일 저녁 고공농성장에서 최승우 씨를 면담한 뒤 27일 오전 한국당 측에 위원회 구성 방식을 수정하겠다고 전향적으로 제안하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당 측도 분위가 달라졌음을 인정했다. 이채익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전향적인 요구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지난달 행안위에서 합의통과를 해야 할 일을 민주당이 날치기로 처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오늘 중에는 수정 논의가 마무리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당장 합의되지 않더라도 한국당 역시 과거사법 개정을 통해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를 부활시키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위원회 구성 방식에서 민주당이 한 발 물러난 만큼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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