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제목 서울, 오래된 미래를 찾아 - 사직단에서 종묘까지
작성일자 2018-08-16

서울, 오래된 미래를 찾아-사직단에서 종묘까지

간밤의 빗줄기의 흔적들이 하늘에 남겨진 아침.

혹여 빗줄기로 인한 서울 나들이의 행사가 더욱 더 운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와 더불어 녹녹한 여유로움을 가지신 정기용 선생님과 함께 서울성곽 아래의 도시인 사직단에서 문묘까지 이미 자신의 삶을 하직하고 흔적만을 남겨둔 체부동, 누상동 한옥지구와 조선 북촌 양반님들의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한껏 간직한 가회동, 계동의 도시형 한옥들을 통해 서울의 속살들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의 불연속성과 불일치성의 흔적으로 남겨진 서울은 초현실적 풍경으로 남겨져 있었다.

도시는 시간의 저금통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서울은 산허리가 툭 툭 잘려나가서 과거의 흔적을 넓은 도시의 도로변에서나마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첫 출발지인 사직단 하늘과 땅을 지칭하는 나라의 중심지에서 백성을 중시하고 하늘을 공경했던 곳. 사직공원, 운동장, 동상, 도서관 등의 생활의 편리성에 밀려 존중보다는 유연성이라는 신자유주의의 경쟁사회를 보는 느낌이었으니. 그곳에서 종로지역 자전거대회를 시행하는지 끊임없는 확성기의 음량과 더불어 경건함을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남겨져 있었다.



선생님의 서울 나들이는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통한 편안함이었다. 건강상태가 많이 힘들어 보이신 선생님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열을 그 곳에 모인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교감하시면서 관계 맺기를 하고 계셨다. 자연 그 자체를 편안하게 보여주신 선생님의 설명은 눈앞에서 조선의 풍경을 읽으면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은 환타스틱 그 자체였다. 골목길에서, 돌들의 색감에서, 햇살과 함께 어우려져서 빛을 발하는 돌들의 향연, 끊겨서 막혀있을 것 같은 골목길을 돌아서면 또 다른 길이 연결되어 다른 이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연속적인 자연과 인간의 삶의 관계 맺기를 통해 지속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생님은 골목길에서 가족의 기다림과 재회를(‘자매’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셨던 곳), 이곳을 돌아서면 어떤 세상이 보여질까하는 두근거림과 함께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풍경을, 그리고 이웃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하루하루를 나누는 삶을 보여주셨다.





<모퉁이 너머의 호기심, 서로의 삶을 내보이는 골목>

기와집이 사라진 곳에 들어선 빌라 건축물에서 의 과거와 현재의 불연속성의 단절된 인간 관계를 이야기하셨다.

우리 역사의 천박한 자본주의는 신속함과 획일화를 통해 느림의 미학이나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 보다는 빨리, 빨리, ‘하라면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콘크리트로 신속성만을 생명으로 여겨왔었던 것 같다.









광화문 문루의 잔해를 보면서 일본에 의해서 훼손되고 다시 자리를 잡아 복원하지 못하고 철근 콘크리트 잔해로 아픔을 간직해 왔던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을 거쳐 북악산 기슭의 신데렐라 길(선생님이 명명하셨다는 ..) 젊은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예쁜 카페와 악세사리 가게들이 즐비해있는 걷고 싶은 길,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길에 접어들면서 나 역시 길 건너의 행복함을 꿈꾸는 아름다움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 내릴 수 있는 사랑의 장소인 삼청동을 지나 사랑을 꿈꾸면서 나지막하고 편안한 돌계단을 껴안고, 북촌 한옥마을인 가회동, 계동을 지나면서 마당 한가득 우주를 안고 생활했던 어린시절을 마음에 담아가지고 왔다.

버스에서 내려 아스라한 경사도를 따라 숨을 헉헉거리면서 집에 들어오면 마당 한가득 자라나던 자연들이 배시시 웃음을 던져주면 문을 열고 인기척을 알려주셨던 사람내음들..



아파트의 철문 대신에 따스한 나무의 촉감과 삐그덕 거리는 소리로 인적을 알려주었던 내 안의 우주를 간직하고 창덕궁으로 향한다. 창덕궁 앞 돌계단에 앉아서 여유로움을 느끼고 조선의 탯줄인 정전으로 향한다.



하늘과 정전과 일월단이 일직선으로 만나는 종묘

선생님은 종묘에서 유교를 관계의 철학으로 풀어갔다. 관계는 평안함이며, 지속가능성의 신성함이라고, 군신과 부부와 자녀 그리고 벗과의 관계 맺기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가져다주는 학문이라면서.












육교를 지나면서 단절된 역사와 끊어진 맥의 역류를 느끼면서 창경궁에서 세월의 잔해로 곳곳에서 공사의 흔적과 벗겨져나간 단청의 희미함에서 보존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조선 유교의 산실인 문묘에서 또 다른 세월을 느끼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국민이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바보를 만들어 간다는 우리의 교육,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경쟁과 줄 세우기로 조급함과 경쟁만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제는 조금씩, 조금씩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에서 느림을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골목길의 편안함처럼 자연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인간이 주인이 아닌 땅이 주인이며 땅을 존중하고 땅의 차이를 인정하는 창덕궁의 아름다움처럼 우리도 존중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면서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삶을.



글, 사진: 문선(평화박물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