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제목 [북콘서트] 잊혀진 전쟁, 기억과 성찰
작성일자 2018-08-17

[북콘서트] 잊혀진 전쟁, 기억과 성찰









2015년 한 해 동안 베트남전쟁에 대한 세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고경태 기자의 <1968년 2월 12일-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 박태균 교수의 <베트남전쟁-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윤충로 박사의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잊힌 전쟁, 오래된 현재>가 그것입니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공통의 소재에서 출발한 세 권의 책은 각기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경태 기자는 1968년 2월 12일 베트남에서 일어난 퐁니퐁넛 학살을 중심으로 그 날 한국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박태균 교수는 한미관계라는 국제관계 지형 속에서 베트남전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윤충로 박사는 베트남파병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수많은 ‘김상사’에 대한 생애사적 구술을 중심으로 왜 베트남 전쟁이 잊힌 전쟁이 되었는가 질문을 던집니다.

겨울 추위로 사방이 꽁꽁 언 겨울날,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경태, 박태균, 윤충로, 한홍구가 함께 한 북콘서트, <베트남전쟁을 생각하다> 현장을 소개합니다.





1. 세 권의 책



고경태 기자

고경태 기자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취재하다가 피해자들의 사례를 알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10여년을 품고 있던 이 주제를 가지고 올 해 책을 낸 이유는, 퐁니·퐁넛에 대한 기록,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묻혀 있는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퐁니·퐁넛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지역 중 유일하게 미군 기록이 있는 곳입니다. 2000년에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글을 연재했다가 고엽제 피해자 전우회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후 다른 학자나 기자, 혹은 방송국의 피디들이 지역을 방문해 좀 더 깊은 취재를 하기를 바랐으나 아무도 그 일에 관심 갖지 않았던 것이 다시금 책을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부채감으로 다시 방문하게 된 퐁니·퐁넛. 고경태 기자는 당시 관련 기사와 기록 몇 점은 있었지만 제대로 기술된 사료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며 마을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968년 2월 12일-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라는 책입니다.









윤충로 박사

윤충로 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베트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한국사에 대해, 특히 해방과 그 이후에 대해 관심이 컸으나, 여러 공부를 하다 보니 한국과 매우 유사한 역사를 가진 베트남에 대해 자연스럽게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모두 베트남에 관한 연구로 끝맺고,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을 주제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이 경험한 베트남전쟁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한 정치·경제적 연구 자료는 있으나, 정작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습니다. ‘김상사’가 어떻게 살았는지, 베트남전쟁에서 그가 겪은 것은 무엇이며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 말입니다. 베트남전쟁을 경험한 이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베트남전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동시대사입니다.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잊힌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때부터 윤충로 박사는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연구한 논문과 기록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 바로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잊힌 전쟁, 오래된 현재>입니다.











박태균 교수

박태균 교수가 연구하던 것은 한미관계였습니다. 미국에서 공개했던 50년대의 문서를 지나 60년대 중반의 기록까지 정리하다보니 1967년 우리나라에 온 안보위기가 베트남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군이 주둔해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한국이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입니다. 당시에 그러한 논리로 전쟁 참전을 정당화하고 안보위기를 부추기는데 베트남 전쟁을 이용했던 것입니다.

책 제목(<베트남전쟁-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에 들어있는 ‘반쪽의 기억’이란 한국에서 베트남전쟁이 “돈 벌어 온 전쟁”이란 파편화된 내용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전쟁은 실로 우리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 지금까지도 눈에 띄는 영향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 내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의 결과물이 바로 <베트남전쟁-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입니다.

2. Forgotten War

한국에서 베트남전쟁은 ‘잊혀진 전쟁’입니다. 잊혀진 전쟁이란, 전쟁이 있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지 않는(혹은 못하는) 전쟁이란 뜻입니다. 10년 전쟁에, 한국군 3만5천명이나 참전했던 이 전쟁은 도대체 왜 잊힌 전쟁이 되었을까. 세 명의 저자는 ‘잊혀진 전쟁’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윤충로 박사는 ‘잊혀진 전쟁’인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전쟁사적 기록은 남아 있으나, 실제로 겪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윤충로 박사는 역사를 계란과 같은 ‘알’에 비유합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과 그것을 겪은 사람들의 관계는 딱딱한 껍데기와 그 속의 알맹이와 같다는 의미입니다. 껍데기를 깨면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즉,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사회 내의 기억은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박태균 교수에게 ‘잊혀진 전쟁’이란 ‘기억을 어떻게 하는가’와 맞닿아있습니다.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베트남전쟁을 “만들어진 기억” “주어진 기억”으로 전달받습니다. 교과서, 영화, 기타 다른 매체를 통해 주어지는 기억이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한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베트남전쟁에 대해 양민학살과 고엽제 문제를 서술했다가 고엽제전우회에서 수업을 방해했던 일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사회는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것 이외에 다른 기억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할 때 한국이 냈던 성명서는 ‘우리나라(남한)는 분열되면 안 된다. 분열되는 한 공산주의 침략을 막을 수 없다’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전에 베트남에 참전했던 참전군인과 국민에게 왜 질 수밖에 없는 전쟁에 참전했는지에 대한 사과와 남베트남 정부가 망한 것은 국민이 지키고 싶어하지 않은 정부였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러한 왜곡이 베트남 전쟁을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도록 만든 근본적인 이유이며 한국 사회 내에 ‘잊혀진 전쟁’이 된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3. 베트남전쟁과 성찰적 역사

미국 정부에 노근리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와 베트남 위안부 문제를 반론으로 제기합니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너희도 그랬으니 우리에게 그런 식의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 라는 말은 궁색하게 둘러대는 말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먼저 직시하고 씻어내야만 더 떳떳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베트남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는 사실 정부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입니다. 베트남전쟁에 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게 되었지만, 어쨌든 국가가 결정하여 베트남에 가게 된 사람들이니 그것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입니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참전군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 베트남참전군인들은 ‘가스통할배’나 ‘고엽제피해자’등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실 이것 또한 슬픈 일입니다. 참전군인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이 얼마나 차갑고 무관심한가에 대한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참전군인들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때가 됐는데도, 그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가 이를 용인하지도, 그러한 성찰적 장을 마련해주지도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충로 박사는 수많은 참전군인분들을 만나면서 그런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사회는 보수화되고 그런 성찰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지는 것, 그리고 성찰적 역사와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그 분들이 기여할 수 있는 것 또한 뺏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 저자와의 만남은 우리 사회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억과 인식에 깊이 있는 통찰과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잊혀진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