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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워크샵]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만난 <순이삼촌문학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제주 4.3 사건
작성일자 2018-08-17


[제주워크샵]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만난 <순이삼촌문학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제주 4.3사건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만난 <순이삼촌문학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제주 4.3사건














작가 현기영은 <순이삼촌>을 쓰고 안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한쪽 귀가 멀었다. 가명으로 글을 쓰고 자료를 없애야 했던 시대, 혹독한 시대를 거친 작가는 언제나 기록을 지웠다. 남은 것은 녹음기와 자료 몇 점. 제주 4.3을 문학으로 기록해 세상에 알린 작가 현기영은 역설적이게도 <순이삼촌> 외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고 현기영 기념관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

<순이삼촌>의 무대이기도 한 제주 북촌리. 4.3당시 주민 5백여 명이 토벌대에 의해 학살된 최대 피해지역이다. 기념관과 위령비, 학살터와 애기무덤으로 조성된 너븐숭이 4.3공원 한켠에 순이삼촌 문학기념비가 서 있다. 학살이 일어난 옴팡밭에 마치 그날 사람들이 그렇게 쓰러져갔듯이 이렇게 저렇게 뉘인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순이삼촌은 한 달 보름 전에 죽은 게 아니라 이미 삼십년 전 그날 그 밭에서 죽은 게 아닐까 하고...”, “널브러진 시신과 파먹던 동네 개와 까마귀. 그 많던 까마귀는 어디로 갔을까.”

제주에서 만나는 까마귀를 볼 때마다 그 글귀가 떠오른다. 무덤인 듯 아닌 듯 옴팡밭 구석진 곳 아기무덤. 저것이 무덤인 줄 모르고 사람들이 밟을 텐데... 눈길이 간다. 아기가 작아서 무덤도 작다. 그래서 그 작은 무덤은 더 사무친다.









「애기무덤」 북촌리 주민 학살 사건 때 어른들의 시신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곳에 안장 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시신은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제주에는 여러 형태의 4.3 유적지가 있다. 이번에 들른 너븐숭이 유적지와 북촌 초등학교, 한국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 예비검속자들을 집단 학살한 섯알오름 학살터, 섯알오름에서 학살된 132명의 유해를 모신 백조일손지지는 학살터이자 위령비가 서 있는 곳이다.

제주 4.3연구소가 발행한 <4.3길을 걷다>에는 제주 4.3유적지 143곳이 정리되어 있다. 학살터와 희생자 집단묘지, 위령공원 외에도 은신처와 무장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4.3성, 민간인 수용소, 군·경·서북청년회·무장대 주둔지 등으로 분류해 구분하고 있는데 책을 보고 있노라면 제주도 전역이 4.3유적지라 할 만 하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유적지는 ‘잃어버린 마을’.

1948년 11월 이후 중산간마을이 토벌대에 의해 전소된 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은 마을이다. 당시 가호수 10호 이상인 곳으로 마을이 있던 자리에 ‘잃어버린 마을’ 표석이 서 있다. 드르구릉, 리생이, 수기동, 다랑쉬, 자리왓, 웃동네, 빌레못, 하늬골, 영남동, 삼밧구석, 오리튼물이 거기다.

제주 4.3 평화기념관은 노무현 정부 시기 <제주 4.3특별법> 보고서를 토대로 전시 구성을 했다. 전시는 아무것도 새기지 않은 백비로 시작한다.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속에 명명되지 않은 역사는 ‘단 하나의 교과서’에 어떻게 기록될까.

4.3유적지를 둘러보기에 2박3일은 짧았다. 언젠가 <4.3길을 걷다> 책과 함께 평화박물관 회원과 다시 둘러보리라 아쉬운 답사를 마친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 학살터, 집단묘지



글, 사진: 석미화(평화박물관 사무처장)


 

「추모시」

섯알 오름길

김경훈 글

 

트럭에 실려 가는 길

살아 다시 못 오네

 

살붙이 피붙이 뼈붙이 고향마을은

돌아보면 볼수록 더 멀어지고

 

죽어 멸치젓 담듯 담가져

살아 다시 못가네

 

이정표 되어 길따라 흩어진 고무신들

전설처럼 사연(死緣) 전하네

 

오늘은 칠석날

갈라진 반도 물막은 섬귀퉁이 섯알오름

 

하늘과 땅, 저승과 이승 다리놓아

미리내 길 위로 산 자 죽은 자 만나네

 

녹은 살 식은 피 흩어진 뼈

온전히 새 숨결로 살아 다시 만나네

 

2007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