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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워크샵3] 강정에서 부는 바람, "평화를 빕니다"
작성일자 2018-08-17


[제주워크샵3] 강정에서 부는 바람, "평화를 빕니다"







1. 길 위의 미사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매일 아침 11시에 미사가 열립니다. 이 길은 공사에 쓰일 자재를 옮기는 래미콘, 트럭들이 지나다니는 길입니다. 구럼비 바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을 둘러싸고 공사 벽을 넓게 둘러치고 있어, 저 건너에는 뭐가 있는지, 조망은 어떠한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길목을 막고 있는 철문이 열리고 그 길로 차가 드나들 때 경찰들은 의자에 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을 의자에 앉은 채로 들어 한쪽으로 옮깁니다. 공사차량이 드나들며 그렇게 수시로 미사를 드리는 사람들을 옆으로 옮기고 또 제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옮기고 반복합니다. 강정에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는 문정현 신부와 수녀님들의 표정은 엄숙하고 슬프지만 의연했습니다. 이미 폭파된 구럼비 바위와 공사판이 되어버린 강정 바닷가를 위한 애도이자, 더 이상의 폭력이 자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사진_김남수)

폭력과 전쟁, 군사기지와 공사가 아닌, 생명과 공존, 그리고 평화를 위한 미사가 매일 아침 열리고 있습니다. 길 위의 문정현 신부는 그 날도 모두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서로 평화의 인사를 하세요. 평화를 빕니다.”

2. 강정마을의 10년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에 대한 공론화도 한번 없이 진행된 임시총회와 제주도정의 잘못된 여론조사로, 2007년 5월 14일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강정지역을 해군기지 예정지로 발표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수년 째 제주도민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야기해왔습니다. 2007년 제주 특별자치도가 여론조사 방식에 의해 유치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제주도민 사회의 합의는 불충분하고, 후보지로 결정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극한 반발이 계속됐습니다. 도민들 간의 찬, 반 갈등도 심해져 해군기지를 건설하되, 경제 발전을 바라는 많은 도민의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4월 16일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 부대의견을 제시하는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해군기지만이 아닌 민군복합형 기항지 건설”에 대해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추진중인 제주 해군기지 사업예산은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활용하기 위한 크루즈 선박 공동 활용 예비 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주도와 협의하여 집행한다.)

국회의 부대의견에도 불구하고, 해군과 제주도는 자의적 해석을 주장하며 제주해군기지는 민항보다 군항 성격에 가깝다며 민군복합형 기항지 활용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은 크루즈 수용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거나, 기존의 이야기와는 다른 설명을 붙이며 국회 부대조건을 무시했습니다. 특히, 해군은 “미국항공모함 입항을 전제로 제주 해군기지 선석길이를 계획했기 때문에 크루즈 선박도 문제없다”고 발언하며, 국방부와 해군이 미군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던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선행되어야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주민의 동의 절차 없이는 절대 건설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제주도와 해군은 말 바꾸기, 주민여론 왜곡 시도, 형식적인 의견수렴을 일삼으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한 것입니다.





3. 강정의 오늘

2015년 10월, 강정의 해군기지는 내년 1월~2월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로 독특한 용암지형이자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절대보전구역이었던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었고, 강정 앞바다의 여러 멸종위기 해양생물들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을 포함하여 한국 정부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강정 앞바다는 기지 건설로 인해 그 환경이 무차별로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연안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미 강정 앞바다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참조 기사: "화려했던 자색수지맨드라미, 7년만에 자취감춰" 제주의 소리 -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65458)

게다가 정부와 해군은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을 추진하면서 투명성, 공정성, 민주성 등을 보여주지 못한 최악의 선례 중 하나를 강정에 남겼습니다. 이 과정은 마을 공동체를 깨뜨렸고 갈등을 야기했으며, 실제로는 사법처리로 고통 받는 사람들마저 생겨났습니다.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된 것은, 수 백 년 간 그들이 가진 아픔 때문입니다. 유배지의 역할을 하던 고립된 섬, 태평양 전쟁을 치루기 위해 사용되고 수탈당했던 일제의 전쟁기지, 한국의 제노사이드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제주 4.3, 그러나 수려하고 아름답고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여 생명과 평화와 아픔과 슬픔이 모두 공존하는 곳. 아픔을 치유하지도, 진상을 채 규명하지도 못했지만, 오늘날에도 제주는 ‘미국과의 관계’와 ‘세계적 흐름’, 즉, ‘전쟁’과 ‘기지’를 위해 구럼비 바위를 내어주어야 했고, 그 과정 속에 반목과 파괴만이 남았습니다.  

오두희 평화센터 사무국장은 “내년(2016년) 1월에서 2월이면, 해군기지가 완공됩니다. 그 동안 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싼 주민들의 이해관계도 조금씩 달라졌고, 많은 것이 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해군기지가 가지고 있는 군사문화와 그것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제주 섬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4. 강정의 의미

강정에는 평화센터가 세워졌고, 종교계에서 환경, 평화 등을 막론하고 강정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단순히 기지 그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전쟁에 대한 우리의 사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보다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므로, 기지 건설 반대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기사: “해군기지 반대 싸움, 평화에 대한 염원 근본적 성찰 위한 것” 위클리 서울, http://www.weeklyseoul.net/news/articleView.html?idxno=30975)

미사를 드리는 길목에는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 라는 문구를 새긴 나무 조각이 서 있습니다.



우리에게 강정은 단순히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이 아닐 것입니다. 거짓과 폭력 위에 세워진 해군기지는 결코 평화를 지킬 수 없습니다. 해군기지는 완공을 향해 가지만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