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59
제목 재일조선인이란? (전반부)
2007 4월 27 - 10:45 익명 사용자

지난 4월 25일 첫 번째 시간을 시작으로 총 네 번에 걸쳐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서경식과의 대화｣를 진행합니다. 지난 첫 시간의 강연 중 일단 도입 부분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머지 강의는 녹취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하기 위해 녹취록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 평화박물관

 

 
 안녕하세요? 서경식입니다.
성공회대로 연구년을 얻고 한국에 온지 1년이 넘었습니다. 1년이나 지냈으면 조금 더 유창하게, 좀 더 말도 많이 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렵습니다. 다행히 명단을 보면 희망제작소 림혜영 선생도 계시고요, (제가 아는 선배님의 따님입니다.) 재일교포이시고 그러니까 앞으로 서로 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도와주실 겁니다. 참가자 명단을 보니 일본분도 계시네요.
나머지 여러분은 전부 한국 국민 여러분이십니까? (좌중 웃음) 아니면 중국동포, 재중동포나 어떤 미국동포나 이런 분이 없으세요? 안계세요? 아, 재일교포 한 분이 더 계시군요. 아… 하하. 예, 그렇게 됐어요.

제가 여기 와서 지난 1년 동안 여러 차례 이런 강연 같은 것도 했습니다. 창원대, 강원대, 경북대, 전남대 이런 데서, 여러 군데서 했는데 왠지 그 했을 때마다 조금씩 답답함이라고 할까요. 뭔가 제가 소화가 안 되는 그런 느낌이 남았습니다. 뭐냐면, 생각하면 전부 다 일회성이라고 할까요? 그냥 한 번만 제가 말씀드리고 지나가 버리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면 여러분이 모르시는 것이 아무래도 많으시니까, ‘아, 처음 알았다.’ ‘몰랐다.’라는 이야기만 하고요. 그것이 그냥 입구지요, 거기서 들어가야 하는데 문 앞에까지 왔는데 못 들어간 채 지나가는 그런 느낌 많이 있어왔어요. 때문에 제가 기찬씨, 여기 계시는 분하고 상의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폭넓게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 달라,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보니까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신청하셨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기가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제가 처음 예상한 것은 일반적으로 제가 높은데서 보는, 이렇게 일반적으로 강의 같은 것을 하는 것 보다 여러 가지 여러분하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의논하고 싶은 것 얘기 나누고 싶은 것이 제 초기에 의도니까요. 앞으로도 2시간 반 정도 시간이 있는데 절반 정도는 제가 말씀을 드리고 나머지는 여러분하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식으로 여러분하고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계시고 질문을 많이 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이니까 ‘재일조선인’이란 이야기부터 하고요, 거기서 디아스포라가 본 국가와 국민이라는 겁니다. 이때까지 여러 가지 강연해 왔는데 ‘재일조선인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얘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깊이 들어가서 ‘그러면 국민이라는 것은 뭐냐?’ ‘국가가 도대체 뭐냐?’하는, 그러니까 국민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주 자연스러운, 당연한 것처럼 자연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국민 대다수 majority의 사고방식을 다시 성찰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것이 저의 의도인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일이 있어요. 제가 지금 성공회대학교 한홍구 교수의 NGO대학원 수업에 나가 있습니다. 거기서 같이 여러분하고, 학생 여러분하고 배우고 있는 거죠. 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NGO대학원이니까 낮에는 교원이나, 교사, 교사로 근무하시는 분 많고요. 거기서 고문, 이 나라 군사정권시대의 진상규명이라던가 과거사 청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때는 70년대 박정희 시대에 국회의원도 고문당했고요, 김영삼 정권이 되면서 그 고문당한 의원이 한 분이 법무부 장관인가에 취임했대요. 취임했을 때에 기자회견으로 ‘나도 박정희 때는 고문당한 적이 있다, 고문당했다. 간첩도 아닌데….’하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최형우는 내무부 장관 재직시(김영삼 정권) 간첩은 고문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 편집자)



그것은 간첩이면 고문해도 상관없고 (좌중 웃음) 간첩이 아닌 사람은 고문했으니까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그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민주파, 고문당한 희생자, 문민정권의 장관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수준이다’라는 이야기가 그때 나왔어요. 그 얘기를 학생 여러분하고 나누면서 어느 학생이 하는 얘기를 전해드리면요, 그러니까 제가 ‘그것이 아주 군사문화이고, 이 나라가 겪어온 내전, 말하자면 어떤 내전이죠, 해방 직후부터 내전의 역사가 많이 관계되어 있는 군사주의적인 사고방식이다.’ 적이냐 아니면 내편인가 하는 그런 이분법이죠. 아시다시피 저의 형 둘(서승, 서준식)도 그런 경험을 겪었는데 조사할 때, 형 같은 경우는 특히 보안사니까 군이에요, 육군 보안사령부니까 그냥 ‘자백하라’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닙니다. ‘항복하라’라고 해요. 애초부터. ‘너 이 새끼! 항복하라!’ 그러니까 적이지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런 것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사고 방식 자체를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제가 했습니다.



그러자 어떤 학생이 그것 듣고 많이 동의를 해주는데, 동의하면서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조차 문제가 있다. 모두가 다 같은 국민인데….’하는 얘기를 했어요. ‘같은 국민인데…’ 하는 것은 ‘간첩도 아닌데’ 하고와 별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국민이 아닌 사람은 그러면 고문당해도 되느냐?’ 그렇게 되지요. 물론 그 학생의 의도는 나쁜 의도는 없어요. 그런데 ‘인권을 향수하고 있는,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국민이다’는 그런 그 대명사식으로 국민, 국민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 나라 와보면 말이죠. 그러니까 그럴 때 국민이라는 말은 물론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하는 국민이라는 말, 어느새 내면화되어버린 국민의식, 이런 것을 깊이 생각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어떤 좋은 창구가 되는 것이 저희 재일교포, 재일조선인의 처지라던가 재중동포의 처지 그런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계신 국민 여러분이 자기 자신의 처지나 통상적, 일상적 사고방식에 대해서 성찰하는 것 아니고, ‘아, 재일교포에 대해서 몰랐다, 불쌍하다, 앞으로도 많이 관심가져야 한다, 일본놈들 나쁜 놈들이다!’ (좌중 웃음) 하는 식으로만 이렇게 하면, 이거 그냥 이 문제를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소비꼴이다.



그것이 재일조선인과 국민관계뿐만 아니라 쉽게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연구라고 하는데요, 문화인류학도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런 소수자, 주변화된 사람들,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서발턴(subaltern)이지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의 본의, 뜻을 나름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 표현해도 말로 이야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 그 얘기를 듣는다, 하는데 그것이 문제가 없지 않느냐. 왜냐면 그런 사람들, 주변화된 사람들은 인포먼트(informant)라고 그러죠. 정보제공자로만 얘기를 단편적으로 이렇게 인용도 하고, 이용도 하고요. 그것을 가지고 하나의 보고서나 논문이나 그런 거 만들어놓고. 해석할 권리, 해석할 높은 권위는 어디까지나 중심부가 이렇게 갖고 있는 그런 관계. ‘너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거 이거다’하는, 즉 해석은 여기가 하는, 이 사람이 하는 그런 관계. 그런 관계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제가 왜 지금 이런 얘기부터 하고 있느냐면 그런 통상적인 재일조선인에 대한 연구회나 강연회나 그런 것이 아닌 새로운 배움터로 만들고 싶어서 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조금씩 그렇게 해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요. 아마도 여기 그 재일교포도 계시고 몇 분이 계시고 일본분도 계시고 하니까 미리 알고 있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그런데 문제는 ‘재일조선인이라는 것은 이거 이거다’, 그 사실만 알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인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그것을 개념화, 이론화하는 그런 방향으로 하는, 어떤 보편적인 틀 안에서 해석하려고 하는 그런 노력으로 이해해주시면 합니다.



또 그 다음은 국민주의 비판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에게 메일로 보내드렸을 거예요. 그것이 전남대학교에서 제가 작년 가을에 어떤 국제 세미나([1][2])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일본인 다수자들의 심성을 제가 일단 국민주의라고 그런 호칭을 붙이고 그것이 과연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통상적인 국가주의, 민족주의하고 달리 일단 국민주의라는 개념으로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시도로 글을 써봤어요. 그것이 다음까지 가능하면 이 자리에 있는 참석자 중 두 분 정도가 미리 읽어주시고 15분씩 정도 발표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먼저 발표자가 과제에 대한 발표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제가 어느 정도 말씀드리고 또 모두 같이 의논하는 그런 식으로 진행시키고 싶습니다.



세 번째가 여기가 평화박물관추진위원회니까, 그것을 의식해서 프리모 레비하고 하라 타미키라는 이런 20세가 역사의 산 증인이지요, 프로모 레비가 유태인 학살의 산증인, 하라 타미키가 원폭 피해자, 피폭자입니다. 둘이 모두 자살했어요. 이 두 산증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억, 그리고 증언 그런 문제에 대해서 같이 생각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에 네 번째는 제가 관심이 조금 있는데, 여기서 특히 운동, 시민운동이나 이런 운동을 하고 계시는 여러분은 이렇게 일괄적으로 얘기하면은 안되지만 ‘미술이나 예술이나 이런 것은 좀 사치스럽고 한가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바빠서 그런 것까지 관심가질 수 없다’는 얘기를 좀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그거 말고요, 그거 아니고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평화 등 인간으로서의 해방의 운동과 미술, 예술은 깊이 관계가 있어요. 또 반대로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하고, 국가주의에 동원하는 그런 역할도 예술이 많이 해왔고요. 그래서 네 번째는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미술에 대해서 여기서 많이 이미지를 상영, 소개하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일단 여기까지 올립니다. 나머지 부분도 곧 올리겠습니다.
** 강연 녹음한 것을 들으시려면 여기로 오세요.
*** 강연모습을 사진 찍었는데 그날 밤 저희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도난당했답니다. 강연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 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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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늘은 아주 간단하게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연표하고 키워드, 이것을 가지고 지금부터 한 시간 정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키워드 자료의 맨 밑에 오사카시 관련 자료가 몇 줄 나와 있지요. 이것이 뭐냐면 일본의 지방자치체가 지방공무원으로 재일조선일을 임용거부해온 역사가 오래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어 가는 것이 사실이에요. 70년대, 80년대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는데 90년대 들어가면서 사무직에 공무원이 임용될 수 있게 되고요. 그런데 지금도 직업의 종류에 따라서는 임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또 공무원 되더라도 승진에 있어서 한계가 있어요. 왜냐하면 그것이 공무원이라는 것은 ‘국가의지를 행사하는 그런 직업이다’라는 것이 일본정부의 기본 입장이니까 말입니다.



이 (아래) 문장은 제가 일본에서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재일조선인 3세 - 할아버지 때부터 일본에 살고 있는 3세가 오사카시의 채용시험 자체를 거절당한 일이 있었어요. 90년대에. 그래서 그것이 부당하다고 해서 한 세 번인가 시도하고, 시민운동도 운동을 벌이고 겨우 시험 본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것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 당신들은? 솔직히 어떤 느낌이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써 달라’고 해서 앙케이트를 모았습니다. 그 앙케이트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저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성격상 재일조선인이 차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무원은 국가나 지방자치체의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재일조선인을 안 좋게 여기는 주민들은 제일조선인이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공무원과 주민 사이는 서로 신뢰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재일조선인의 고용을 거부한 오사카시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충 이런 일이지요. 보통 그러니까 별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아닌 본인 스스로는 아주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있는 학생, 보통 학생이 제가 이렇게 따지면 이런 답을 해요. 자,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부터 먼저 얘기를 해봅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두 분 정도. 특히, 한국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가 여쭤보고 싶습니다.



도봉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최종순입니다. 이글을 읽고 먼저 일본에 있으면서 재일조선인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체념이라는 것이, 일본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굉장히 많은 것에 대해서 체념해버리는, 아무리 열심히 싸워봤자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이렇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분노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제 자신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조선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활동이나 교사들의 활동, 그 주변 일본사람들이 조선학교 교사들에 대해서 대하는 태도나 언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구나…. 개인의 어떤 힘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다. 그래서 글 쓴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이런 것을 지적하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도 그렇고 우리사회도 그렇고 이런 게 너무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활동하면서도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 있거든요. 힘이 없는 아이들이 힘이 강한 또는 학교에서 권력자라고 하면 교사라고 할 수 있는데 교사에 대해서 행동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되게 마음 아프게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학생의 대답, 해답 자체에 어느 부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문제가 없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데…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개인이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이 드니까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좀 답답하다’ 이런 생각이 들고, ‘그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성격상 재일조선인이 차별받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일본 사회가 일본에 살고 있는 소수자들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강요했던 것이 이렇게 나타난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니까 제가 좀 여쭤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도 공립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좌중 난감한 웃음)



될 수 없고요.



한국 국적을 가져야지 시험 볼 수 있습니까? 한국에서는?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그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학교에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서 시험 준비하고 교생 나가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변했나?’ 제가 자세히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때 재미한국인이었는데 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어민 강사로 채용이 되지 않은 사례가 있어서 조금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 두 분 더 없습니까? 이 문장을 보고….



안녕하세요? KIN(지구촌동포연대)에서 왔습니다. 배지원이라고 합니다. 일본 학생이 쓴 글이지요? (예) 저는 그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과연 국가의 틀을 넘을 수 있는 것이냐? 실제로 저희가 학교에서 배웠을 때 민주주의라는 것은 풀뿌리에서 자생적으로 거주를 하면서 의무를 다하는 권리를 갖는, 그러한 시민의 개념이 굉장히 강한 것으로 저희는 민주주의를 배웠다고 생각이 되는데 사실적으로 이 어떤 국가의 의지를 행한다는, 아까 말씀하셨지만 그러한 부분이 과연 명시화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저는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과연 그것을 누가 정했는가라고 얘기했을 때 얘기가 돕니다만 민주주의라는 게 시민의 개념에서 실현되는 것이 사실 이론적으로 맞지 않느냐? 그런데 이 학생은 어떤 국가라는 틀에서만 민주주의를 허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면 재일조선인의 어떠한 특수한, 외국인이면서도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랄지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어떤 배려나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재일조선인 중에서도 각각의, 이 글을 보고 감상은 다르지 않을까라고 저는 추측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재일조선인분도 당연히 있으시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좀 들거든요.



이것이 일본 사람이, 일본 학생이 쓴 글이에요. 이거 또 있습니까?



저는 이은정이라고 합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고요. 저는 조금 미시적으로 봤을 때, 이 글의 한 단어 단어들이 어떤 것이 잘 못 됐는지 보고 싶은데, 일단 처음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성격상’이라는 것에서 공무원의 하는 일, 공무라는 것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해서 이 사람은 뭐가 조금 헷갈리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있었거든요. 그 대상이 여기서 일본 사람만 해당이 되고 그것을 또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게 ‘재일조선인을 안 좋게 여기는 주민들은 제일조선인이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에서 일단 재일조선인도 일본 땅에서 지금 살고 있는,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을 주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고 그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일본사람뿐만 아니라 재일조선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재일조선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일단 배제를 하고 본다는 것에서 이 사람의 어떤 주민이라는 개념, 공무라는 개념, 재일조선인이라는 개념, 개념 자체가 다 흔들리고 있다고 보거든요.



제가 지금 말씀하신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칠 때 제가, 저 자신이 재일조선이니까 학생 대다수가 일본사람이니까요. 아무래도 이것이 감정적인 문제, ‘선생님께서 그렇게 일본 사람을 싫어하십니까?’ (좌중 웃음) 그런 식으로 얘기가 흘러나갑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많이 있죠, 물론 여기는. ‘불쾌감을 느낀다.’ ‘왜?’ ‘그 불쾌감이라는 것이 근거가 있는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형성되어온 불쾌감인지? 누가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누군가 조사했는지? 이 학생 자체 자신이 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불쾌감을 여기서 이렇게 이런 식으로 털어놨을 뿐이지!’하는 그런 것도 많이 있죠. 물론 있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이 이것입니다. 주민. 주민이라는 개념입니다. 재일조선인이 사실은 일본 국적은 없지만 주민세를 내고 있어요. 오사카시 이쿠노(生野)구 같은 경우는 주민중의 1/4이 재일조선인입니다. (이쿠노는 60만 재일교포 가운데 가장 많은 18만명이 산다는 오사카(大阪)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 편집자) 그러니까 주민세 수입의 1/4인 재일조선인들이 내고 있는 세금입니다. 그래서 이 오사카시 이쿠노구라던가 오사카시라는 지방자치체는 주민 자신 손으로 운영하려 하면은 세금만 내고 운영하는 주권은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 재일조선인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지요. 그러니까 불쾌감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제2차적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호감만 있는 사람들끼리 사는 것 아니니까요. (좌중 웃음) ‘외국인이, 해외에서 외국인들이 오면 호감을 가져야 한다, 느껴야 한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호감을 못 느껴도 주민은 주민끼리 자치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주민세도 면제해야 한다는 거죠.



그 주민이냐, 국민이야 하는 것은 일본 헌법상 아주 큰 문제입니다. 국민과 주민.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일본 헌법에 원래는 ‘people’이란 말 밖에 없어요. 일본 헌법은 아시다시피 일본이 패전하면서 미국이, 연합군이 ‘이런 헌법으로 하라’는 식으로, 맥아더 초안을 바탕으로 그것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죠. 거기서 주권자 주체가 ‘people’이라 되어 있어요. 영어로. 이것이 국민이라고 번역한 조항도 있고 주민으로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하고 주민, 대립관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너는 여기 오사카에 살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 아니니까 당연히 국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당연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당연할까?’ 이것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people’이란 말이 이런 식으로 번역되었는지? 그런 해석이 정착되었는지?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장 그 이야기를 하지 말고요, 역사적인 배경에 들어가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연표를 봅시다.



연표가 여러 가지로 써있는데, 여기서는 국민에 대한 얘기니까 특히 국적이나 국민에 관한 일들을 중심적으로 보겠습니다. 1910년에 일본은 조선을 병합했어요. ‘국권피탈’이라고 하는 말, 여기 와서 배웠습니다. 여기서 병합조약 제1조에 한국 황제가 한국정부의 통치권을 완전 영원히 일본 천황에게 양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는 군주제 시대니까, 국민주권이 아니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한국 황제는 조선이라는 땅뿐이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통치권을 갖고 있다. 이 통치권을 전부 일본 천황에게 양여한다고 여기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조선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통치권이 한국 황제로부터 일본 천황으로 옮겨갔다는 것입니다. 여기 있는 한국 사람의 국적이 그 순간부터 일본 국적으로 바뀌었죠. 1910년 이후로는 모든 조선 사람의 국적은 일본 국적이었다고 일단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연변, 소련에 살고 있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나는 싫다, 나는 그런 것을 상의받은 적도 없고, 동의한 적도 없다’고 해도 일본 국적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때 일본 헌법도 국적포기에 대한 조항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본 헌법체계가 여기(조선)에는 적용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헌법은 내지(內地)에만 적용한다, 외지(外地)는 조선총독부가 독재적으로 지배한다,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조선총독은 천황이 지명하는 것이니까, 물론 법적으로 최고 책임자는 천황입니다. 그러므로 내지에 적용하는 여러 법들은 제외하고 총독이 발동하는 여러 가지 명령들이 그대로 그 순간부터 법으로서 유효하다. 그러니까 일본국적법도 여기 적용되지 않으니까 이 사람들은 일본국적을 포기할 법적인 절차(근거)조차 없었어요. 이 순간부터 일본국민이라는 감옥, 틀 안으로 조선사람들이 전부 다 갇혔다.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여기 계시는 여러분의 적어도 할아버지 때, 할머니 때는 모두가 일본 국적, 국민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상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별로 기분 안 좋은 일인데 ‘어떤 뜻인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이런 상태에서 일본 제국의 틀이 점점 넓어졌어요. 만주국이 생기고, 산동성도 점령하고요. 심지어는 대만, 남양지방까지 점령했죠. 이 사람들의 국적은 전쟁 끝나고 나서, 일본이 패전되고 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까? 그런데 그것도 분단선이 생겼기 때문에 남한에 있던 사람들만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죠. 그런데 스스로가 자진해서 바라고 그렇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모든 것의 시발점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그 때 이 여기(38° 이남 조선)에 있는 분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는 그런 개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강요당했다고 할 수 있죠. 여기(38° 이북 조선)에 있는 사람은 조선민주주의인문공화국의 공민이 되고요. 여기 중국에 있던 조선인은 어떻게 되었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중국정부는 국적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여기에 연변 조선족 자치주, 그곳이 연변에 있는 우리 조선족 교포, 교포라고 할까요? 조선 민족들이 중국 공산당하고 힘을 합쳐서 우선은 중국에 있어서의 내전 때, 그 전부터 항일투쟁을 같이 싸우고, 또 해방되고 나서 국민당하고의 내전 때도 공산당 쪽으로 같이 일을 했죠. 그러니까 그 반대급부로 ‘그렇게 했으면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을 부여하면서 자치권을 인정한다.’ 이렇게 해서 거의 대부분이 중국 국적이 됐습니다. 중국국적 되면서 그래도 지금 말씀드렸듯이 다민족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의 족적(族籍)으로는, 민족적인 적으로는 조선족이다. 조선민족이면서도 중화인민공화국 국민. 이런 법적인 처지, 입장을 인정받았다는 겁니다. 근데 모두 전부가 그렇게 된 것 아닙니다. 소수이지만 중국국적을 얻지 말고 그냥 북조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그대로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 사람들을 조교(朝僑)라고 해. 조선교민. 그러니까 이 사람들 조교는 여기 살고 있지만 국적, 법적으로는 외국인이죠. 외국인인데 여기 있는 중국국적 동포들하고는 사촌이나 형제나 이런 가족관계, 친척관계. 여기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지.



이 부분(소련 연해주)은 또 많이 문제가, 많이 시달렸죠, 고통스러웠죠. 이 사람들은 일본 정부가 소련하고 대립관계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스탈린 시대에, 이 사람들은 ‘일본 국적이다’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니까 스탈린 정권은 ‘이 사람들을 배신하고 일본쪽에 서서 소련 정부에 대해서 반항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중앙아시아로 이송했죠. 물론 이송 자체는 정당화를 도대체 할 수 없는 짓이지만 그 배경을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 국가가 해 온 소련하고의 대립관계, 소련혁명에 대한 반혁명적인 전쟁. 그리고 ‘여기(연해주)에 있는 사람까지 천황 신민이다’라는 주장하고 깊이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자, 그럼 여기(일본)요. 이 문제가 바로 재일조선인 문제라는 겁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사람이 여기 있고, 불쌍하게 차별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것이 아주 피상적인 상황설명이고. 그러면 우리 민족 전체가 19세기말부터 20세기에 식민지 지배,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 틀, 경계선이 이렇게 (조선땅에서 중국 동북지방, 소련 연해주, 일본에 이르기까지) 넓어졌다. 이 부분(조선) 안에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로 저기로 나갔다. 이 사람들이 제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일본 패전하고 나서 ‘어떤 국민으로 만들어 졌는가, 아니면 만들지 말아야 하는가’는 것이 이 문제입니다. 재일조선인 국적 문제.



그래서 이것이 지금 한, 두 마디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왜 재일조선인 문제가 중요하냐 하면 그냥 외국인으로서 다수자한테 차별받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도 물론 그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민족이라는 역사적으로 보면 그것이 식민지 지배 청산문제, 식민지 지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그럼 어떻게 청산하는 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에 보면 바람직하냐는 것. 식민지 지배를 아직도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가 재일조선인 문제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두 번째가 해방직후에 우리나라의 분단, 냉전 체제 때문에 이런 분단선이 생겼죠. 이런 분단선 때문에 여기(일본 재일조선인 사회)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분단선이 생겼다. 그러니까 전쟁 직후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식민지 지배부터의 해방이 되면서 독립된 나라가 되지 못하고 분단이 됐는데 이것이 이 부분(한반도)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 있는 우리 교포들에게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죠.



세 번째 문제가 한일관계, 조일관계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이런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반성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재일조선인들)이 시달리고 있는 여러 문제들도 있다. 재일조선인문제가 일반적인 외국인, 소수자문제인데 그래도 특히 특수성, 우리 여기 계시는 국민 여러분이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그거에요. 식민지 지배, 분단, 그리고 한일관계. 이 세 가지 아주 중요한 문제가하고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1910년에 대만과 조선은 외주로 규정해서 조선반도는 일본 헌법을 적용하지 이법지역(異法地域)으로 규정했다. 이것은 지금 말씀드린 겁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떤 문제와 관련이 있냐면 1922년을 봅시다. 아주 중요한데 여러분이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1922년에 조선호적령이 있습니다. 내지, 일본 본토의 전적(轉籍)금지. 조선인과 혈통적인 일본인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식민지가 되면 식민지에서 본토로 많은 사람들이 가게 되죠. 예를 들면, 저희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1928년에 충청도에서 건너가셨습니다. 그 때가 산미증식계획 때니까 우리나라의 농촌에 대한 수탈이 가장 심했을 때죠.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서 건너갔다, 이런 식으로 일본 내지로 건너간 조선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1922년 재일조선인 인구가 59,865명에서 1928년 243,328명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급증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호적도 전적하면 앞으로 이 사람은 내지의 원래 일본사람인지 조선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러니까 내선일체, 같은 천황의 신민이라고 하면서 영영 이 사람들하고 일본 사람들하고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 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은 그것이 조금 추상적인 얘기가 되지만은 식민지 지배라는 것의 본질이 그것입니다. 식민지지배라는 것의 본질은 racism, 차별. ‘이 사람하고 내가 같은 일을 해도 이 사람은 나의 절반밖에 급료, 월급을 안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윤리관, 가치관 그런 것이죠. ‘이 사람들이 좀 후진적이니까 우리가 도와주고 교육도 시키고 해야 한다’, 그런 사고방식이죠. 그러니까 이런 차별이 있어야 이 국가의 기업들이나 이런 사람들도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차별이라는 것은 없앨 수 없어요. 근본적으로 식민지는 지배에서. 그런데 표면상 ‘차별은 없다, 천황의 전부 다 아기다, 적자다’ 해야지요. 표면상 그런 얘기하면서 제도적으로 차별을 영영 이런 것을 했습니다.



1922년 호적령(이 있는데요). 호적은 원래 호적이라는 제도가 일본, 한국, 대만 이 세 나라밖에 없어요. 호적이라는 제도가 일본 사람들이 발명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번 얘기하는데, 한용운 시인의 ｢당신을 보았습니다｣라는 시가 있죠. 1907년에 민적령(호적의 전신)이라는 제도를 갖고 왔을 때 한용운 시인이 그것을 가지고 (시를 지었는데 거기에는)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라는 시구가 나옵니다. 호적이 민적에 등록되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적이 있는 사람이야 인권이 있다. 그것이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비적이고 비국민이다. 그렇게 되니까 ‘이 사람들에게는 인권 없어도 된다.’ 그런 이분법이지요. 그런 호적이라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제일 밑에서 지탱하는 제도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1922년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적을 금지한다는 식으로 했다는 겁니다. 영영 여기 살고 있어도, 이름을 바꿔도, 뭘 해도 호적을 보면 ‘이 사람은 조선사람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우리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1928년에 (일본으로) 건너 오셨죠. 거기서 여러 가지로, 저희 형이 태어났을 때 일본의 동사무소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고 우편으로 충청도 논산으로 했어요. 그런 식으로 해왔어요. 호적이라는 것은 여기에서의 주민등록도 마찬가지지만 병역제하고 깊이 관계가 있어요. 어떤 가정에 누가 병역을 제대로 갔는지, 안 갔는지 국가가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되어 있어요.



1922년의 호적령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가지고 1930년 후반에 황민화정책을 거쳐서 40년대 태평양전쟁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조선 사람들은 동원으로 강제연행으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44년의 통계로는 거의 2백만명에 가까운 조선사람들이 일본에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외국인이 외국 국적 가지고 외국 여권 가지고 외국인 노동자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 아닙니다. 일본 사람들이 ‘너희들은 외국인이니까, 일본이 그렇게 싫으면 나가라’고 하는데 왔을 때는 일본 국민으로 왔어요. 여권 같은 것 필요 없이. 그러면서도 같은 국적을, 국가 틀 안에서 위계제도, 차별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호적을 그런 식으로 정했다는 겁니다. 이런 차원이 다른 두 가지의 차원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1944년에 가서 드디어 조선사람에게도 징병제가 적용됐고 많은 사람들이 군인으로 나가게 됐습니다. 그때 비로소, 처음 1945년에 나왔는데 조선에서의 선거가 법 절차상 처음 규정됐습니다. 그 때까지는 선거가 하나도, 단 한건도 없었어요. 저희 같은 재일조선인은 태어나서 60년 가까이 50년 넘게 살았는데 단 한번도, 평생 단 한번도 투표권이 없어요.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이런 상태가 이상한 상태가 아니라 식민지 시대에 조선사람들이 그랬다는 겁니다. 투표 같은 것은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조선사람들이었어요. 그것이 아까 내지하고 외지하고의 구분, 그것이 중요해요. 일본 헌법에는 보통 선거법이 있고 선거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정이 있는데 내지에만 적용한다. 외지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속지주의. 그래서 여기(조선)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조선사람들은 일본 국가의 국민으로 있으면서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 투표를 통해서 의사를 표시할 권리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없었는데 전쟁의 제일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서 여기서 45년 1월 선거법 개정, 조선반도에 거주하는 조선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할 것을 결정했다고 했어요. 조선반도 선출 의원수는 23명. 아주 적은 숫자인데도 식민지 지배를 한지 35년 지나서 처음 이 사람들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한다고 했어요. 했는데 이것이 실제로는 실시되지 않았어요. 이렇게 법으로는 그렇게 하는데도 지금 전쟁중이니까 당분간 그것을 하지 않는다, 유보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대로 일본이 패전했기 때문에 해방되기 전에는 여기(조선)에 있는 사람들이 단 한번도 선거, 투표는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근대적인 주권자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 사람(해방전 재일조선인)은 투표권이 없었는지 있었는지? 이 때가 속지주의니까 여기에 있는, 건너가 있는 조선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이 있었어요. 있었는데 일본 사람하고 똑같은 수준으로 있었던 것 아닙니다. 조금 더 어려운, 장벽이 높았었는데 물론 우선 남자. 일본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고소득자. 6개월 이상 같은 장소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 이런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지만 투표권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의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쁜 사람이에요. 친일파지. 일본 군국주의에 협조하는 사람이야 말로 될 수 있었으니까. 의원도 있었는데 그런데 속지주의니까 여기 오면 선거권이 있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큐슈, 북큐슈 탄광지방. 지금 아소 일본 외무장관의 할아버지가 아소탄광이라는 탄광왕이라고 해서 우리 조선민족을 많이 착취한 나쁜 놈인데요, 이런 사람들은 의원에 나갈 때 여기 조선사람들의 표를 얻으려고 거기서 (선거)운동을 했지요. 물론 운동이라기보다는 명령이죠. ‘이 회사 사장에게 투표하라’하는 식이지.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이 있다는 겁니다.



자, 그래서 일본이 패전되면 뭐가 생기냐 하면은…. 1945년이 일본이 패전했습니다. 패전했으면 일본에 있던 재일조선인의 투표권이 어떻게 됐을까요? 어떻게 됐냐면 연표의 두 번째, 뒷면을 봅시다. 일본 정부는 일단 이런 사람들이 지닌 일본 국적은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이것이 아주 미묘한 것인데요. 그 때 일본이 패전국이니까 일본 국민이면 여러 가지 권리가 억압될 수 있었죠. 그런데 해방국민이라면 연합군과 같은 더 넓은 더 높은 권리를 얻을 수 있었죠. 그러니까 ‘조선사람도 다 같은 일본국민이다’는 것을 따지고 새삼스럽게 얘기하는 것은 ‘같은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것보다 ‘해방국민으로 인정 안 한다’는 겁니다. 일본국의 여러 가지 법을 지키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너희들은 계속 일본국민이다’ 하면서 ‘그래도 투표권은 없어진다’는 겁니다. 그것이 이것입니다. 다음에 12월 중의원 선거법 개정 부칙. ‘호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당분간 정지함’이라는 이런 부칙을 붙였어요. 이것만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지요. 거의 대다수가 어떤, 뭘 말하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지요. 그런데 호적법의 적용이라는 것은 바로 1922년의 이것, 일본사람들은 호적법의 적용대상자이고 조선사람들은 호적령의 적용대상자이지요. 여기서 전적했으면 호적법 대상자가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이 미리 막았으니까 계속 이 사람은 일본 호적법이 아니라 호적령 대상자에요. 그래서 여기서 아무도 모르게 호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가 누구냐면 조선사람하고 대만사람. 그런 뜻이에요. 그것을 이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당분간 정지한다는 것을 패전직후라고 할 수 있지요, 45년 12월에 일본 정부가 결정했다. 아주 일찍 그렇게 했지요, 너무 머리 좋은 사람들이에요. 1922년부터 이렇게 제도적인 준비를 해놨고 패전했을 때 이 사람들의 정치적인 권리를 빼앗았다. 그렇게 했다는 겁니다. 재일조선인이 일본 국적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 국민으로서 권리가 전혀 없어졌다는 겁니다. 박탈당했다는 거죠.



왜 그렇게 했냐에 대해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많이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일본 교토대학교에 있는 미즈노 나오키 교수 같은 사람이 많이 연구를 하셨는데 이것이 지금부터 한 10년전에 아사히신문에 연구 결과, 어떤 증거 문헌이 나왔다는 기사입니다. ｢조선, 대만인의 참정권 상실의 배경에 천황제 호지(護持, 보호하여 지님)｣. 이것은 그때에 선거제도 조사특별위원회 내부에서 이런 의논들이 있었다는 거지요. ｢내지에 거주하고 있는 대만인 및 조선인의 선거권, 피선거권｣이란 문서가 있고 그 문서에 ‘이 사람들의 선거권을 인정하면 그 숫자, 인구, 인원수가 한 2백만명 가까이 되는데 적어도 10명 정도는 당선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은 혹시 이거 사상문제하고 결부하면 다음의 선거에 있어서 천황제 철폐를 공공연하게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내지에 살고 있는 조선사람에게는 참정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 그런 의논들이 있었다는 거죠. 여기서는 천황제, 일본사람들이 얘기하는 고쿠타이, 국체(國體). 국체를 어디까지나 지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아주 일찍 이런 사람들에게 국적을 빼앗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이곳(중국 동북지방)에서 아까 말씀드렸듯이 공산당하고 국민당하고 내전이 벌어지면서 (같이 투쟁했기 때문에 해방 이후) 조선동포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이 되는지 조국의 국민이 되는지를 선택하고 있을 때, 여기(일본)에 있는 이 사람들은 아주 일반적으로 ‘너희들은 계속 일본 국적이다, 그러면서도 일본 사람,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압력 속에 있었다는 거죠. 이런 상황이 기본적으로는 1945년 해방부터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때까지 7년 동안 계속 됐습니다. 이 사람들 국적문제가요. 국적문제라기보다 그런 복잡한 상태죠.



그런데 그렇게 되더라도 이 사람은 왔다 갔다 하고 싶죠. 왜냐면 여기가 고향이 있고요. 우리 할아버지는 당장 귀국하셨고 저희 삼촌, 숙부도 귀국하셨습니다. 그때 그러니까 저도 잘 모르지만 여권이나 그런 것은 없었죠. 여기는 국가가 없고 여기가 이런 상태니까요. 그냥 (조선으로) 갔죠. 그 전까지 비슷하게 왔다 갔다 했지. 그러니까 그런 생활권이, 조선사람 생활권이 이렇게 아직도 이 분단선이 뚜렷하게 그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일본은 일단 일본을 출국하고 다시 들어오는 것은 막으려고 했습니다. 일본 국적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막았어요. 연합군 GHQ하고 합쳐서 했는데 그때 ‘재일조선인의 대다수가 공산주의자나 범죄집단이다’는 그런 보고를 되풀이해서 일본 정부나 경찰이나 이런 사람들이 내무성이나 연합군 GHQ에게 신고, 상고하고 있는 것이 증거로 많이 나와있어요. 그러니까 연합군이 이거 막으려고 했어요. 이 이유가, 가장 큰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니까 재일조선인들이 왜냐하면 전쟁의 말기에 식민지 말기에 도시에 저소득노동자로 건너왔기 때문에 안 그래도 일본 패전하고 나라가 피폐했을 때 ‘이런 사람들 부담스럽다, 일찍 추방해야 한다’하는 그런 의도하고 두 번째는 냉전이죠, 여기가 분단되었으니까 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 치안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공산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을 막으려고 출입국 관리령, 외국인 등록령 이런 법을 47년에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일본 사람이다, 일본 국민이다, 그래도 너는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이중기준이 여기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 경우는 ‘너는 내일부터 외국인으로 간주하니까 가서, 도청이나 그런데 가서 신고하라, 신청, 신고안하면 위법체류, 불법체류가 되니까 추방하겠다, 강제추방한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신고해야죠. 신고했는데 그 때 신고할 때 47년이니까 어떻게 신고하죠? ‘너는 어디 사람이냐? 국적이 어디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죠? ‘일본 국민입니다, 일본 국적 있습니다’했는데 ‘너는 외국인이다, 신고하라 하면?’ 그런데 그 때가 아직 대한민국도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문공화국도 없었어요. 47년이니까. 국가가 생기기 전이죠. 그래서 대다수는 재일조선인들이 ‘조선’, ‘조선’으로 신고했습니다. ‘조선이라는 국가, 근대국가가 있어서 거기서 일본으로 왔습니다’라는 뜻이 전혀 아니고요. ‘조선 출신이다, 민족으로서는 조선인이다’하는 뜻이지요. 이것이 재일조선인의 기원.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재일조선인의 처지가. 이렇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때의 대다수의 재일조선인의 국적은 조선이었어요. 국적이 아니라 그냥 기호. 일본 정부 입장에서 기호. 아직도 없는 나라의 그냥 기호로 조선이라고 쓴 거예요. 그것을 따라서 외국인으로 등록했다는 겁니다. 47년에. 그러니까 ‘지금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중 조선이라는 적을, 조선적을 그냥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북조선 사람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람이다’하는 것은 얼마나 사실이 아닌 잘못된 이해인지 알 수 있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조선 사람. 여기에 조금씩 조금씩 한국이라고 국적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졌죠. 우리 아버지도 그렇지만 분단 체제가 고정화되면서 ‘여기(북한)는 오갈 수 없고, 왕래할 수 없고 또 여기(남한)에 고향이 있고, 한국 국적 없으면 여기(일본)서 아주 무국적자 비슷한 권리상태로 살아가야 하고…’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재일조선인들이 조금씩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면서) 살아왔는데 결정적으로는 65년에 한일 협정이 맺어지면서 ‘여기(일본)에 있는 사람의 거주권은 역사적인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면서 주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국가가 국가간의 협정으로 이 나라의 거주권을 인정해준다’는 식으로, 그런 이해로 (국교를) 맺었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아니면 일본의 영주권을 얻을 수 없다’ 이렇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조금 더 안정된 영주권을 얻으려면 우선 한국 국민이 되어야 한다, 한국 국민이 된다는 것은 국민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그렇게 해서 많아졌죠. 지금은 아마 80~90%가 한국 국적으로 바뀌었지. 그래도 조선으로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해방직후부터 48년까지는 한국 국적이나 북조선 국적 그런 것 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있었죠. 많은 분들이요.



(해방 이후에 분단이 되면서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여기(한반도) 있는 사람들 전부 다 한국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서 너무 많은 그런 피도 흘리고 폭력적인 사태도 있었고 했죠. 국가보안법이 바로 그런 법이죠. ‘여기(북한)가 불법 단체가 점령하고 있는 그런 영역이다, 여기서 내려오면, 왔다 갔다 하면 절대로 허용 안 한다’ 그런 식으로 강제적으로 국민으로 만들었다. 여기(북한)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두 가지 국민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한 가지 민족이 있었는데 두 가지 국민으로 억지로 만들었다는 그런 과정이 20년 지난, 65년에 일본 국가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공범관계를 맺으면서 재일조선인에게 그런 (동일한) 압력을 가했다고 할 수 있죠.



일단 이렇게 아주 대략적으로 재일조선인에 대한 말씀드렸습니다. 키워드를 조금 봅시다. 자, 키워드에 여러 가지 적어놨는데 우선 민족과 국가, 국민. ‘이것이 물론 원래의 개념상 다른 개념인데 항상 혼동되어 있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제대로 잘 구별해서 인식해야 한다’는 그거죠. 그러니까 재일조선인을 가지고. 요즘도 제가 여기 와서 보통 이 나라에 아주 드문 진보적인 신문사에 편집을 맡은 고위직원이 저에게 전화 걸어와서요, ‘서 선생님, 내일까지 칼럼 하나 써야 하는데, 선생님의 투표권 어떻게 되었습니까?’해요. ‘투표권이 없어요.’하면 ‘왜 일본 국적인데 투표권 없어요?’해요. ‘일본 국적이 아니다.’ ‘아, 몰랐다’해요. ‘왜 그런 일이 있을까?’해서 ‘지금부터 제가 순조롭게(차근차근) 말씀, 설명해드릴까?’하면 ‘아니, 괜찮습니다. 바쁘니까요.’ (좌중 웃음)



또 같은 질문을 때때로 받아요. 그냥 보통 시민이 아니라 대학교 교수나 매체, 매스컴 신문 기자나 그런 사람들한테. 그러니까 민족으로 ‘조선민족이다’라는 것 하고, 그냥 ‘국민이다’라는 것 하고 또 저같은 경우는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해외 국민이니까 여기에서도 투표권이 없다는 것’ 이렇게 세 가지 차원이 있지요. 그 세 가지 차원이 제대로 구별되지 못하고 있어요.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르지만은 이때까지 그런 경우가 많았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같은 조선민족으로 서로 인정해야 한다’ 할 때는 ‘예, 그렇습니다! 우리가 같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아니라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같은 국민인데 고문까지 했다’ 그런 얘기가 말도 안 되는 오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두 번째가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재일한국/조선인’, ‘재일코리안’ 뭐 이런 여러 가지로 호칭들이 있어요. 호칭들이 있고 많이 혼동된 상태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으로 생각하시면 재일조선인이라는 호칭이 민족에 대한 호칭으로서는 제일 합당하고 ‘국적이 일본이던 간에 조선이던 간에 한국이던 간에 민족으로서는 조선입니다’라는 것이죠. 제가 ‘저는 재일조선인이다’고 할 때에는 그거에요. 그런데 재일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 국민이라는 뜻이 되니까 범위가 다르죠. 재일조선인이라는 범위 중에 재일한국인이라는 범위다. 하위개념으로 있다는 거죠. 그래도 이렇게 혼란상태가 계속돼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 고국(故國), 조국(祖國), 모국(母國). 제가 항상 되풀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책에도 썼으니까 그렇게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국, 고국, 모국이라는 말도 일본도 마찬가지겠지만 여기도 많이 혼동돼 있어요. 여기서 세 가지 언어를 정리해보자는 겁니다. 일본에서도 혼동되어 있지만 다나카 가쓰히코라는 언어학자가 이렇게 언어학상 이 세 가지 개념을 정리했어요. 제가 그것을 참고로 했는데 조국이라는 것은 조상의 땅이죠. 조상의 땅, 조상의 출신지. 고국이라는 것은 고향의 고(故)니까, native place. 태어난 고향. 이거 두 가지가 국가가 아니어도 돼요. native place가 반드시 국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지요. ‘당신의 고국은 어디냐?’하면 ‘나는 교토입니다’라고 할 때 교토라는 국가는 없어요. 교토라는 지방, 도시가 있을 뿐이지요. (그 다음으로는) 모국이 있어요. 이 모국이라는 언어가 좀 어색하고 문제가 있는데, 일단 이것은 nation, state(의 차원). 그리고 국민으로 소속한, 귀속하고 있는 나라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정리하면 다수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등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조상도 이 땅에서 태어났고 자기는 이 땅이 있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소속하고 있고 또 여기서 태어났고 이렇게 되죠. 그런데 이거 통상적으로 세계 여러 사람들은 이렇게 등식으로 되어 있는지 하면 안 그렇습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는 고국을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안 되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생기기 전에 우리 조상 여기(조선)서 출생하셨으니까 조선이라고 해야 하죠. 모국은, 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권 받고 있으니까 저에 있어서의 모국은 한국입니다. 고국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일본인데,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일본이라는 토지, 땅. 그것도 어떤 교토라는 부분. 이것이 항상 이렇게 구별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고국, 조국, 모국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런 구별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당혹스러운 것은 여기 와서도 이 나라 여러분이 이런 사고방식에 이렇게 구별해서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익숙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1910년부터 48년까지, 도중에 45년 있는데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모국이 어디였어요? 45년까지는 이것이 일본이었지요. 그렇죠? ‘조선땅에서 조상부터 출생했고 자신도 거기서 태어났는데 일본 국민이다’해서 그것이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은 그렇게 해서 많은 억압을 받아왔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여기(고국=조국=모국)가 등식이 아니다’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겪은, 경험하던 사람들인데도 왜 아주 자명하게 등식으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45년부터 48년, 이렇게 4년 동안은 이거(모국) 없다, 없다기 보다는 아주 혼란상태에 있다. 그러니까 이거 모국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국가라는 것은 아주 인위적으로 인공적으로 그것도 역사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아주 생생하게 느끼신 여러분이다, 한국사람은’. 저는 그렇게 생각해 왔어요. 일본사람과는 달리.



일본사람은 물론 오키나와나 그런 경험 많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타국의 국민이 되었다든가, 국민의 대부분이 외지에 나가서 디아스포라가 되어 가지고 외지에 살고 있는 예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브라질 이민이라던가 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다수자인 일본 국민들은 우리같은, 저희같은 재일조선인 보고 잘 이해 안하는, 못하는 것은 이해하면 안 되지만 이유가 좀 어느 정도 있지만요. 이 나라는 어떨까? 이 나라는 여기 이것이 과연 자(당)연스러운 것인지? 과연 그런 생각이 왜 그렇게 못 할 건가(하지 못하는가)?



이것이 그러니까 재일조선인의 얘기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려 이거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은 왕은미씨라는 화교, 한국 화교가, 화교분이, 연구자가 작년 에 일본 히토쯔바시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에서 공부하시고 쓰신 박사논문입니다. ｢동아시아 현대사 속에서의 한국 화교｣(아래 *주 참조)라는 아주 훌륭한 논문이에요. 제가 여기 와서 화교로 대학교수나 지식인이나 이런 사람들이 없을지, 있으면 꼭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거의 없다고 해요. 이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어떤 억압의 결과지. 그렇죠? 그런 방향으로 못 나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지. 그런데 이 사람이 드물게 이렇게 썼어요. 화교의 역사. 여기 전부 설명은 물론 못하니까 여기에 국적법에 의한 국민에서의 배제, 배척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민에서의 배척이라는 것은 화교, 여기 태어난 화교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생길 때 어떤 식으로 어떤 논의로 어떤 절차로 배척당했는지에 대한 연구에요. 연구의 일부분이지만은 여기서 많이 제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 王恩美 / 「東アジア現代史の中の韓国華僑　－　冷戦体制と「祖国」意識」/ 日本　一橋大学大学院言語社会研究科博士論文 / 指導教官　松永正義 2006年 10月 提出)



읽어보면 1948년 5월 11일에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라는 것이 제정되었답니다. 그런데 거기서 혈통, 그러니까 ‘해방 전부터 계속 한국 국민으로 있어온 사람들의 자녀가 한국 국민이다’ 이런 식으로 국적을 정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부모 양계가 아니라 부계죠. 아버지가 한국 사람인 사람의 자녀에게 국적을 부여한다(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진다). 일본 국적법하고 똑 같습니다. 그러면 화교는 오랜 경우는 19세기 말부터 여기 살아왔었는데 이런 국적법 때문에 배척당했어요. 여러분 아시다시피 이때까지 계속… 쉽게 말하면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아왔죠. 그것이 이런 1948년에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그런 사고방식으로 부계 혈통주의로 국적이란 것을 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배척됐죠. 안 그렇고 출생주의 원칙,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국적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하면, 일본이나 여기 이 나라가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화교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우리는 일본 국민인 겁니다. 그래서 화교가 원래부터 외국인이라는 것 아닙니다. 48년이라는 시점에 이 나라 주류, 이 나라 권력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됐다는 거죠. 그거 중요해요.



지난 번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회지요, 엄청 큰 학회에 나갔는데 연구자들이 그런 인식 제대로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인 화교를 어떻게 우리나라 국민으로 동화를 추진하는가, 아니면 다문화를 어떻게 보장하는가’하는 그런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그 사고방식의 바탕이 되어 있는 ‘국적’, ‘누가 국민인가?’ 하는 원론, 누가 언제 어떤 생각으로 정했는지에 대해서 따지고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거 여기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여기 있는 거의 대다수 여러분이 한국 국민인데, 여러분이 한국 국민인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고 1948년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또 거기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정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19세기말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쳐서 동아시아에 중국 동북지방이나 일본이나 뭐 중국 산동성이나 대만이나 이렇게 흩어져 살고 있던 조선사람, 그러니까 그 조선사람들은 같은 민족이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을 어떤 국민으로 만들어내고, 아닌 사람은 배척하는 그런 일이 1947년 48년 시점에 생겼다는 겁니다.



47년 일본에서 지금 제가 말씀드린 외국인 등록령이라는 것을 발포한 것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일조선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한다는 것은 넘어간다는 것은 일본정부나 일본 다수자를 비판해서 뭐,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뭐 그만하라는 것을 요구하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다. 그거 말고요. 47년말, 해방직후에서 여기 이 나라 국민을 어떤 식으로 국민이라는 개념을 제도를 만들어 낸 것인가, 그게 과연 문제가 없는가부터 생각을 해서 앞으로의 이 나라, 국가가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하고 국민이라는 개념을 어떤 식으로 변혁해야 하는 그러한 구상, 그런 그 미래에 대한 상상력하고 서로 연결시켜서 생각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재일조선인은 소비꼴, 인포먼트로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제가 일단 말씀드렸고요. 한 시간 반 지났으니까 여기서 조금 쉽시다.



(진행) 저희 모임이 2시간 반이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강연하시고 한 10분 정도 쉬셨다가 자유롭게 질의응답하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첫 시간이다 보니까 강연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지금부터 10분정도 쉬셨다가 강연에서 미처 다 하시지 못한 말씀 좀 하시고 그 다음에 질의응답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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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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