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번호 135
제목 “나 이 프로그램하면 정신병 고칠 수 있대”
2011 10월 7 - 17:50 익명 사용자

광주 518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 첫째 날이다. 치유자는 임상심리학자 최현정. 현정씨는 평화박물관에서 그동안 송씨일가 조작간첩단 사건의 생존자, 매향리 미군 사격장 마을 주민, 원폭피해자 2세 환우, 울릉도 조작간첩단 사건의 생존자 등과 함께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10월 6일 목요일을 첫날로, 앞으로 매주 목요일 12시부터 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함께 식사를 한 후에 프로그램을 갖도록 했다. 한국인 정서에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금방 친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현정씨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518공원 내 무각사에서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남자 일곱 분, 여자 한 분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모임에 참석하신 한분 한분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했다. 첫 만남이다! 느낌이랄까? 적어도 이 자리에 나오신 이 분들은 자신들이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그래서 자기를 드러낼 각오가 되어 있어 보였다. 반가웠다. (몇 차례 프로그램을 갖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모임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한 분이 전화로 흥분해서 이렇게 말씀하는 것이다. “나 이 프로그램하면 정신병 고칠 수 있대” 현정씨와 나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서로 쳐다봤다. 집단상담으로 정신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그 분의 순진함이 너무 죄송스럽지만 귀엽기까지 했다. 뭐랄까? 상담관계에 들어가게 되면 내담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다. 벌써 이분에게는 우리 둘 다 한표씩 던진 셈이다.



오늘 모임에서는 자기소개, 우리 모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느낌들을 나누었다. 대부분 자신 안의 ‘분노’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518을 모든 국민이, 역사가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억울함. 518특별법 제정의 불공정성. 518 특별법이 정치적 흥정에 그치고 말았다는 불명예와 생활고. 괴로움과 고통으로 정신병원을 다니기도 하고, 약 없이 술 없이는 더 이상 지낼 수가 없는 분도 꽤 계셨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518 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을 폭도와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고 말씀하시는 분께 한마디 드려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더니 도무지 나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끝나고 펑펑 운 내 자신이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데 한 분께서 조용히 다가오시더니 “선생님, 얼굴에 화장지...” 어휴~ 부끄러워라.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내가 무슨 말씀을 드렸는지, 아니 드리고 싶었는지 생각해 봤다. 80년대,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은 광주의 자식들이라는 것. 이후 광주 항쟁이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지금 젊은들이 그래도 그때보다 훨씬 민주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갖게 된 부채감과 미안함. 이런 것들을 전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끝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현정씨가 한마디 했다. “언니가 말하고 있는 동안 정적이 흘렀어. 그리고 갑자기 그분들 눈이 촉촉해 지더라. 그분들도 알게 됐을 거야. 집단상담에서는 참여자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눈물도 좀 흘리고 얼굴에 휴지도 좀 묻히고.” 또 한번 부끄럽게 만드는 최현정.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2011년 10월 6일

활동가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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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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