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

제목 space99 임흥순_비는마음_제주4.3과 숭시
2011 10월 5 - 17:34 익명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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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기억 을 시작하며




space99는 역사 속에서 소외된 사건과 기억들이 이루어내는 중층적인 관계와 표상을 탐구하고 성찰하는 ‘서사 기억’을 시작한다. ‘서사 기획’을 통해 타자화 된 과거와 기억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개인들의 삶을 현재적 관점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올해에는 제주 4.3을 다룬 임흥순의 <비는 마음>과 미군기지인 동두천의 이야기를 화두로 하는 고승욱의 <말더듬 2>를 선보일 예정이다.










임흥순과 <비는마음-제주 4.3과 숭시>


개인의 사회적 경험과 표상, 그리고 기억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작업을 지속하면서 참여와 소통에 기반을 둔 ‘보통미술 잇다’에서 활동해 온 임흥순은 7번째 개인전으로 <비는 마음>전을 연다.


일제 식민지 종식과 미군정, 남한 단독정부 수립, 그리고 한국 전쟁이라는 이념의 격변기에 발생한 제주 4.3은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국가폭력에 의해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비극은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무수한 이념 반목과 분쟁의 출발점에 있었으면서도 애도조차 되지 않은 잊혀진 과거로 여전히 남아있다.


임흥순은 버려진 과거와 이후 흔적들을 되짚으면서 터부시되었던 고통과 개인의 이야기들을 현재화시킨다. 2년 이라는 긴 여정에서 준비된 이번 전시는 제주 전역과 생존자가 이주한 일본 오사카 그리고 현재 해군기지 건설로 충돌이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 이르는 제주 4.3 프로젝트의 프롤로그가 된다. 작가는 현재도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는 강정마을과 제주 4.3의 기억을 교차시키면서,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들은 필연적으로 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사성을 배제하고, 과거사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쉬운 장치들을 애써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지들과 최소한의 이야기만 제시된 작품들은 제주 4.3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역사적 비극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와 그들의 정서에 더욱 공감하기를 의도한다. 행복과 안정을 한 순간에 박탈당한 불안감과 공포들이 엄습했던 당시의 불예측적인 상황과 애도 조차하지 못하고 ‘비는 마음’으로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었던 생존자들의 절박한 모습들은 ‘숭시’(불안한 징조를 말하는 제주방언)를 중심으로 시각적으로 현실화된다.


영상과 사진, 설치 작품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전시장 자체가 역사적 죽음과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좁고 검은 <통로B>는 잊혀진 과거로 들어가는 첫 여정이며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부유했던 두려움과 예측 불가성을 표현한다. 25분의 영상 작업인 <숭시>는 숭시, 밤, 여성으로 구성해서 교차 편집한 이미지들과 음악으로 반복되는 역사와 지속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사색을 보여준다. <사자(死者) 아카이브>에서는 제주 4.3의 희생자와 무장대 총책이었던 이덕구,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의 죽음 이면에 있는 역사에 휘말린 삶과 죽음에 대한 애환을 고민하게 한다. 특히 는 이덕구와 김주익에 대한 헌정 영상으로 제주 바다의 아름답고 유쾌한 풍경을 사용하면서 작가가 지닌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은유적으로 전달해 낸다. 사진 작업인 <이름 없는 풍경>시리즈와 <제주 노트>는 제주 4.3 이후의 기억과 사람들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미지들로 ‘비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고단한 삶에 대한 헌정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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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