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월 16 - 16:35 익명 사용자


사업분류:
전시.공연
“실크로드를 따라 형성된 문명의 배후에 깔린 파괴와 약탈의 흔적에서부터 6.25전쟁 당시 학살된 무고한 양민의 유해 발굴현장, 5.18민주항쟁 희생자들의 일그러진 영정, 민족 갈등으로 전장이 되어버린 동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눈에 비친 문명사는 전쟁과 살육으로 얼룩져 있다.


4인의 사진가들이 전쟁과 살육의 야만적 폭력을 환기시켜내기 위해 도처에서 찾아낸 수많은 상징들은 사자(死者)를 불러내는 주술과도 같은 마력을 지녔다. 시간의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던 폭력의 자취가 그들의 시야를 통해 형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전쟁과 폭력을 피해야 하는 것이 당위라면 우선 세상 앞에 속죄해야 한다. 속죄는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이 진실하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런 점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4인의 사진가가 폭력의 잔해를 추출해내어 세상 앞에 드러내 보여주는 작업은 속죄를 향한 힘겨운 발걸음이다.” (박평종)










<전. 쟁. 표. 면.> 展


사진가 4인이 바라본 전쟁의 표면


성남훈, 이상엽, 이성은, 노순택






2007. 5. 2 ~ 6.19 (5. 24 휴관)


평화공간 SPACE*PEACE


주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 전시오프닝 2007. 5. 2 오후 5시


* 작가와의 대화 2007. 5. 12 오후 3시










성남훈, 이상엽, 노순택, 이성은 등 사진가 4인이 전쟁의 표면을 담은 <전. 쟁. 표. 면> 展이 5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 열린다.






이번 <전. 쟁. 표. 면> 사진전에는 △성남훈 _ Made in Man, △이상엽 _ 고대 전쟁의 흔적, 생태 혹은 문명 사이에서, △이성은 _ 경산 코발트 폐광 대원골 유해 발굴 현장, 2005, △노순택 _ 망각 기계 등 4인의 사진가가 각각의 주제로 함께 결합하게 된다. “각기 상이한 방식으로 역사의 결에 스며있는 폭력의 상처를 드러내는”(박평종) 공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만이 아니라 사진과 글이 짝을 이뤄 <표면> 속의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비평가 박평종 선생이 사진전 전체를 조망하는 글을 쓰고, △전성원(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성남훈 사진글, △문건영(변호사, 법무법인 한결)-이상엽 사진글, △노용석(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 문화인류학 박사)-이성은 사진글, △김태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큐레이터)-노순택 사진글 등이 함께 한다.


<성남훈> Mada in Man








‘영구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 서있는 성남훈의 사진들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참혹하지 않다. 이것은 학살과 기아를 저지할 수 없었던, 거듭 반복되는 우리들의 무기력과 무력함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적나라한 참혹보다 더욱 진실에 가까운 슬픔일 것이다. 우리는 그 적나라함을 대신해 젤라틴 프린트의 저 편에서 일어난 참혹한 현실의 체험을 상상적으로 재구성(restructure)해야만 한다. 성남훈의 외눈박이 행위는 사실 ‘동무여 이제 바로 보마’라는 김수영의 시론과 닮아있다. 학살이 계속되듯 삶 역시 지속된다. 비록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절망일 뿐이더라도 우리는 바로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다만, 바로 보는 일의 주체는 사진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그것은 참혹하지 않아서 아니, 도리어 아름답기까지 하여 더욱 참혹한 사진 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일, 표면의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전성원(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중




<이상엽> 고대 전쟁의 흔적, 생태 혹은 문명 사이에서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파묻혀 버린 오아시스 국가들은 그 후손들을 통해서조차 아픔을 이야기할 길이 없다. 역사책에서 우리는 고대국가의 팽창에 매번 화려한 훈장을 달지만, 그 희생자를 떠올리는 데에는 기억력이 너무 나쁘다. 하지만 승전국이 있으면 패전국이 생겼고, 포로를 얻은 곳의 국경을 넘으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것이 어떤 부족함 때문이라면, 전쟁은 결핍으로 가득한 기억이다. 국가는 방어하거나 팽창하거나, 또는 어떤 결핍을 충족시키려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 왔다. 실크로드에서, 그것은 문물의 교류에 기여하거나, 교류로 생성된 문화재와 도시를 파괴시키거나, 한 개인의 삶 전체를 삼켰다. 타클라마칸의 모래가 모든 것을 삼키듯이.






문건영(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모래에 묻은 전쟁, 오아시스로 긷는 평화” 중










<이성은> 경산 코발트 폐광 대원골 유해 발굴 현장, 2005










아마 이 사진들은 몰상식과 오욕의 역사가 판치던 때, 조금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정하기 위한 최후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필자는 세상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는 없을 것이며, 민간인 학살과 같은 문제도 실마리를 잘 풀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렇게 좋은 세상과 기분 좋은 일들이 찾아 왔을 때, 이성은 선생이 찍은 대원골 발굴 현장의 기록은 아마 대한민국의 중요한 역사가 될 것이다. 이성을 잃지 않았던 마지막 인간들의 활동으로...






노용석(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조사관), “대원골 발굴 현장의 기록” 중










<노순택>망각기계








옛 망월동 묘역에는 그 장소의 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5.18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의 가묘가 남겨져있다. 노순택의 사진은 바로 이 가묘 앞에 놓여 있는 영정사진을 다시 찍은 것이다. 그런데 가묘 앞에 놓여 있는 영정사진이 역사적 상징이 되려면 아직도 세상에 남겨져 있는 사회적 얼룩이 먼저 지워져야 한다. 하지만 자꾸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건 가묘의 영정사진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지워져 가고 있는데, 그 반대편의 그들은 아직도 건장해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적 얼룩이 지워지기 전에 영정사진의 형상이 먼저 사라진다면, 어쩌면 또 다른 독재자의 밝게 웃는 사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순택의 사진을 볼 때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다. 노순택의 사진은 아직도 이 땅에서 사진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김태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큐레이터), “사진의 투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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