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

제목 윤동희 - 먹먹한 기억들
2013 4월 30 - 20:47 익명 사용자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폭력이라는 것은 이질적이고 불편하게 다가왔다가 시간이가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데올로기와 폭력에 가려진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그것은 강요와 속박의 파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한적 움직임일 뿐이다. 힘이 소리로 변환된 파장 안에 불과한 개인이지만 그것들과 마찰하는 개인임을 느낄 때 불현 듯 내가 세상의 한 가운데 있음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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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사로잡힌 주체


윤동희의 작업들은 누군가에게 각인된 ‘기억의 억압’이나 ‘실체적 폭력’에 근거한다. 이때 주요한 미학적 키워드는 억압이나 폭력보다 그것들이 행해진 상태의 ‘각인(刻印)’에 있다. 그는 억압과 폭력이 깊이 새겨진 충격적 심리상태-그 상태를 ‘사람들은 혹은 나는’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의 그로테스크한 행동들을 ‘현실화’ 한다.


현실화의 의미는 ‘드러내기’이거나 ‘발설하기’ 또는 ‘폭로하기’로 비쳐질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드러내기의 공간연출이거나 발설하기, 폭로하기의 시각언어를 구사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회화방식이나 조각보다는 직접적인 퍼포밍아트, 영상, 공간설치 등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유형은 작가 자신의 소리를 키우기보다는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혹은 기억의 연대를 통한 ‘각인의 해체’에 이르고자 한다.


우리는 근현대화의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묵시적 억압과 폭력에 늘 노출되어 있었다. 군부독재에 의한 기나긴 억압의 세월은 물론이요, 파시즘적이고 극단적인 우파 이데올로기안들의 공격이 그랬다. 그런 극단적인 억압과 공격 속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 흥미롭게도 윤동희는 가족사에서 억압과 폭력을 경험했고, 그런 경험의 유사인식을 통해 한국사회의 정치적 억압과 폭력의 인식에 도달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아니 그의 작품에 발을 들여 놓은 관람객들은 모두 ‘사로잡힌 주체’들이다. 무엇으로부터? 망령이다. 망령은 그가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억압과 폭력의 실체다. 그는 이 망령으로부터 주체의 자유회복을 꿈꾼다. 사로잡힌 주체들의 자유회복. 그는 그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망령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것에의 자각을 선명하게 일깨운다.






김종길 | 미술평론가. Space99 운영위원장




 


 






작업노트: 먹먹한 기억들


윤동희










반영


이 작업은 2009년에 만든 영상이다. 자연의 물결로부터 시작되어 당시의 나의모습이 나오고 물결로 인해 나와 어머니 할아버지로 이어져 다시 자연의 물로 다시 돌아가는 영상작업은 개인의 존재론적 뿌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상의 사운드가 나오는 제작된 설치물은 심장 박동수로인해 판위의 쌀이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설치물은 2013년 청주에서 전시한 '붉은 밤'에 전시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소리의(심장소리) 파장으로 인해 밀려나는 개인(쌀)에 관한 것이다. 어느 누구의 생각이 말이 되고 이것이 소리가 되어 파장이라는 힘이 권력화 되어 개인들이 통제되고 밀려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둘이 합쳐지게 된 것이 이 작업이다.




존재의 존재


시계로 시작되어 곰 인형, 꽃, 집, 다시 시계로이어지는 영상의 매개체는 불이다. 불은 산화되는 매개이며 지금 이 시간 에도 산화되는 존재들을 더욱 빨리 산화시키고 있다. 타고남은 재속에서 무언가 생성되지만 그것은 다시 산화되고 결국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작업으로 생산 되었지만 이 작업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바로 제작된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존재론적인 이야기보다 '지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전환점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지금 다시 꺼낸 것은 끝없이 순환하는 물질계속에서 덧없이 사라지지만 책속의 인간의 생각이 남아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밤


붉은 등 아래 보이는 파편적 이미지들은 거울 앞으로 이동하게 되면 붉은 색이 사라지면서 다른 이미지가 덧 입혀지게 된다. 붉은 이데올로기를 작동됨으로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주체는 누구 인가? 대구에서 살아온 나에게 사회를 보는 눈을 뜨게 한 것은 어떤 한사람의 죽음 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단계와 진실을 보는 두려움이 거울로 표현 되었다.




망령


이 작업은 대구에서 전시한 '망령' 설치작업의 영상버전이다. 15×15cm의 인물 안에는 이미 죽은 자들의 초상을 목탄으로 그려놓고 손가락으로 지운 뒤 그것들을 조합하여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영상은 지우는 과정을 촬영하고 그것들을 역으로 재생하는 과정 에서 그들은 과거로부터 드러나게 된다. 그러면서 모자이크로 된 박정희 와 박근혜의 얼굴이 드러나게 된다.


나는 존재와 삶과 죽음에 관해 몇 해 동안 이야기해왔다. 그것이 사회적인 담론으로 이어졌을 뿐이고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사회적인 이야기들로 이어지는 현상은 때론 거칠게 혹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의 고민들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사회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어 정치적인 담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약간의 레이어들을 통해 작업은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이동된다.


예를 들어 내가모르는 길을 지나가는 어떤 할아버지를 통해 나의 할아버지 모습을 보게 되고 그 할아버지는 또 그 누구의 할아버지 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나는 개인과 사회를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이시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민중들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 속해있었던 할아버지라는 그 존재는 아직까지 나에게 먹먹하게 다가온다.










■ 전시개요


○ 전 시 명 : 2013 평화박물관 기획 신진작가전
○ 주 최 : 평화박물관
○ 기 간
- 홍진훤 : 2013. 4. 16.(화)∼4. 25.(목)
- 윤동희 : 2013. 4. 30.(화)∼5. 9.(목)
- 이재환 : 2013. 5. 14.(화)∼5. 23.(목)
○ 장 소 : space99 (서울 종로구 견지동 99-1)


첨부파일
작성일자 2018-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