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보도연맹’ 재심 무죄판결 경남 각계서 환영 성명

기사입력 2020.02.14. 오후 8:02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마이크 잡은 이)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마산·창원·진해 국민보도연맹)에 대해 김경수 지사 등 각계에서 환영 성명이 잇따랐다.

14일 창원법원 마산지원 형사부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 등 6명이 청구한 ‘국방경비법 위반사건’ 재심에서 노 회장의 부친 고 노상도 씨 등 6명의 피고인에 대해 사건 발생 7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후 일주일 동안 검찰과 청구인 측 모두 항소하지 않을 경우 이 판결은 확정되게 된다. 지난달 17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도 무죄를 구형한 만큼 항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김경수 경남지사는 “마·창·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 재심 무죄 판결을 350만 경남도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판결 직후 환영 성명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70년이 걸렸다”며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모든 고통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원 한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도 차원에서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도록 지원하겠다”며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도는 합동 위령제와 역사 구술 증언록 작업 등 후대가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김 지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과거사 정리 위원회 활동 재개와 유해 발굴 등 위원회의 조사 권한도 확대해야 한다”며 “묻혀 있는 진실을 규명과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과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마이크 잡은 이)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적인 오늘의 무죄 판결을 거듭 환영한다는 김 지사는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앞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재심을 위한 7년간의 노력 끝에 진실을 찾아준 유족들께도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마무리했다.

이 외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도 “이번 무죄 판결 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왜곡되고 굴곡진 과거사를 바로잡고 사법정의를 실현한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경남도의회에서는 지난달 20일 열린 제369회 임시회에서 ‘보도연맹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 및 명예 회복을 위한 법률 제·개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재개와 유해 발굴 등 위원회의 조사 권한 확대,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근거마련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앞으로 도의회는 선량한 국민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불행한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비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역사가 쓰이도록 노력하고,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마산보도연맹 재심선고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함께 평생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큰마음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허 시장은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마산보도연맹 사건이 오랜 세월 동안 어둠에 갇혀 외면당하다 마침내 진실의 햇빛을 마주하게 됐다”며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적 진전이다”고 말했다.

이어 허 시장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숨죽여 살아온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구현되는 ‘사람 중심 새로운 창원’ 건설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창·진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6월 15일부터 8월까지 헌병과 경찰이 마산지역 보도연맹원 500여 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마산형무소에 가두고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상 이적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번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진 6인을 포함해 141명이 사형을 당했으며, 사망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1681명에 달한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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