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사건’ 날조로 누명 쓴 2명 34년 만에야 명예 회복했지만…

기사입력 2019.06.18. 오후 7:20

재심서 무죄 선고… 이미 숨져

군사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과 가혹 행위로 날조된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은 2명의 남성이 34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미 숨진 그들은 기뻐할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기철)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모(1923년생), 박 모(1939년생) 씨에 대한 재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피고인들에 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강압과 가혹행위 등에 의한 것으로 그 진술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 영도에서 이웃이던 최 씨와 박 씨는 1980년 한국에서 활동 중이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에게 밀봉 서신과 1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씨는 1982~1985년 조총련 간부로부터 11회에 걸쳐 500여만 원의 돈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최 씨에게는 박 씨가 이러한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불고지죄가 적용되기도 했다. 최 씨와 박 씨는 1985년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최 씨 등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이 경찰의 고문과 가혹 행위에 조작된 인권침해 사건이므로 재심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8년 뒤인 2017년 검찰이 직접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흐른 올해 2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났고, 무죄 판결로 억울한 넋이나마 명예 회복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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